학살대상 확실한 크메르 고관 편지 키신저, 울면서 읽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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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워싱턴=김영희 특파원】「키신저」 미 국무장관은 16일 상원 세출위에서 증언하는 가운데 공산군이 「프놈펜」을 점령할 경우 처형될 것이 확실한 한 「크메르」정부 고위관리가 보낸 편지를 공개했다. 「키신저」장관이 미국의 오랜 친구였다고 밝힌 이 익명의 고위관리가 「프놈펜」에서 철수한 「존·딘」 미국대사에게 보낸 편지 내용은 다음과 같다. 『나에게 탈출용 비행기편을 제공하겠다고 한 호의에는 감사하다. 그러나 슬프게도 나는 그처럼 비겁한 모습으로는 「크메르」를 떠날 수 없다. 나는 미국이 자유를 선택한 국민을 포기할 것으로는 결코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미국은 「크메르」의 방위요청을 거부했고 지금 우리는 미국의 이 같은 조치에 대해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미국이 떠난 지금 나는 미국이 행복하기를 바랄 뿐이다. 그러나 이 말은 기억해 주기 바란다. 만약 내가 이 자리, 내가 사랑하는 조국에서 죽어간다 하더라도 인간은 태어나서 언젠가는 죽는다는 비극 이상의 것은 아니라는 점을…』. 「키신저」장관은 이 편지의 마지막 두 귀절을 읽을 때 눈물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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