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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폐한 국토를 다시 찾자" (하)|이병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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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유휴 산지 개발이 식량 증산을 위한 정지 작업이라면 식량 작물 재배는 그 열매가 된다. 개간 산지에 적합한 재배 작물은 일반 곡물 이외에도 곡수 등을 지적할 수 있다.
밤·호두·살구·「페칸」·은행 등은 수익성 높은 우리 나라의 대표적 곡수로 지목되고 있다.
영양가가 곡류보다 훨씬 높아 가공하면 바로 식량 대용이 될 뿐 아니라 수익성이 높아서 범국민적 재배가 가능하다고 판단되고 있다.

<한그루 연 수익 5만원>
이들 유실수 한 그루의 수익성은 현 가격을 기준해도 연간 주당 밤나무가 5천원, 호두나무 1만원, 그리고 은행나무는 3만원 내지 5만원에 이르고 있다는 것이 한평생을 은행 연구에 몸바친 일본인 좌등의광씨의 연구 결과에서 밝혀지고 있다.
우리 나라 인구의 절반인 1천5백만명이 이들 경제 수를 1인당 10그루씩 심는다고 하면 10년 후에는 올해 우리 나라 예산 규모 보다 2천억원이나 더 많은 1조5천억원의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계산이 된다.
전국의 개발 가능 산지 1백60여만ha에 모두 식재한다면 10년 후에 48억 그루가 창조할 부는 자그마치 수십조원에 달한다.
이들 곡수는 경사 30∼40도의 산 중턱은 물론 하천 부지, 산기슭, 밭 가장자리, 일반 공지 등 어디에나 심을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우리도 국토 전체를 「일하고 생산하는 땅」으로 변모시킬 수 있다는 것을 바로 실증하는 것이다.
이 일은 멀지않아 부닥칠 대 식량 기근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실천해야 할 일이라고 믿고 있다.

<누구라도 했어야 할 일>
누군지가 10년 또는 20년 전에 이 같은 사업을 주도, 전국 3만여 마을마다 밤나무·은행나무 등 경제수 1만 그루 심기 운동을 벌였다면 오늘날 우리의 국토는 한없이 푸르고 그만큼 확장됐을 것이 틀림없을 것이다.
그 과실은 식량 자급화에 크게 기여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총 3조원 즉 마을마다 매년 1억원의 소득을 얻어 가난을 모르는 풍요한 마을이 됐을 것이라고 믿고 싶다.
이 사업은 사막을 푸른 낙원으로 변모시킨 「이스라엘」, 늪지대를 옥토로 바꾼 「덴마크」, 해발 2천m의 험준한 고산까지 식량생산장화하고 있는 「스위스」 등의 예를 보아 능히 가능한 일이라 할 수 있다.
이들 외국인들이 한국을 방문할 때마다 이구동성으로 우리의 국토 사장을 아쉬워하는 소리를 지금이라도 귀담아 들어야 하겠다.
이렇듯 유휴 산지를 개발, 잃어버린 국토를 되찾아 이들 경제 수종을 재배하고 농목축 용지로 활용할 경우 식량 자급·국토 확장·소득 증대라는 일석 삼조의 효과를 거두게 된다.
이는 또 산업간의 균형적 발전을 이룩하는 것이고 수입 대체 효과까지 얻게됨으로써 명실상부한 농공병진 정책을 구현하는 길도 된다.
그러나 국토 확장을 통한 식량 자급화 사업은 단순한 정책적인 구호나 입법조치만으로써 성취할 수 있는 용이한 일은 아니다.

<「푸른 광장」 확신 얻었다>
본인은 그 동안의 용인 종합 개발 단지 건설을 통해 이 사업의 시급성과 그리고 필요성에 정비례하여 뒤따르는 각종 애로 사항을 누구보다 절감하고 있다.
퇴화된 재래 품종, 연료난으로 습관화된 낙엽 채취가 빚어내고 있는 척박한 토질, 낙후된 영농 기술, 무질서하게 산재하고 있는 묘지 등이 국토 확장-식량 증산 사업의 가장 큰 저해요인이 되고 있다는 것은 주지하는 바와 같다.
본인이 「잃어버린 국토 찾기」 운동의 실천장으로 육성하기 위해 용인에 첫 삽질을 했을 때만해도 이곳에는 1천여 부재 지주와 1천여의 소산 주, 그리고 2천여 기의 묘지가 요지 곳곳에 산재해 있었고 잡목과 적송만이 듬성듬성 나있던 황량한 야산이었다. 적송이 10여년이나 자랐다곤 하지만 그것은 용재는커녕 벌채 비용에도 못 미치는 폐목과 다름없었다. 수년 전에 본 산자수명한 광릉 일대와는 너무나 대조적이었던 것이다.
우리의 토질과 기후에 맞지 않는 재래 수종, 무분별한 낙엽 채취 등이 복합되어 모든 산이 이처럼 헐벗은 채 지금은 황량한 박토가 됐던 것이다.
그러나 4년이 지난 지금의 용인 종합 개발 단지는 부지 하 세월로 버려져 있던 황무지가「생동하고 증산하는 땅」으로 변모되고 있다.
이 길이 비록 멀고 험준한 형극의 도정이긴 하지만 범국민적 이해와 적극적인 참여, 그리고 정부의 강력한 지원이 뒷받침된다면 우리의 국토도 모두 이처럼 생산하는 땅으로 변모될 날도 멀지 않으리라고 확신하고 있다.
용인 단지의 조림 등 산지 개발 방향이 일반에게 참고가 될 수 있다면 더 없는 다행으로 생각하며 따라서 용인 단지에서의 우리의 체험과 우리가 개발한 신기술 등은 언제나, 그리고 누구에게나 개방토록 했다.
또 이곳에서 우리의 토질과 기후 등에 맞도록 개량한 모든 신품종 즉 미국·일본·「스위스」·「프랑스」·서독 등에서 수입, 개량한 신종 묘목 및 개량 종돈 등은 국내 조림 및 양축 농가의 소득 증대를 촉진시키기 위해 제공키로 결정하고 있다.
이와 함께 「국토 찾기 운동」에 헌신하고 있는 숨은 역군들, 새 기술, 새 정보 등 각종 자료를 소개하는 본지의 장기 「칼럼」 『푸른 광장』은 국토 확장, 식량 증산, 소득 증대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믿으며 『푸른 광장』이 『국민의 광장』으로 승계 될 수 있도록 성원이 있기를 기대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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