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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인대회는 없애야 한다"|YWCA서 각계 인사 좌담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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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미를 추구함은 인간의 본능이며 여성의 아름다움은 고대로부터 상찬의 대상이 되어 왔다. 얼마 전부터 우리나라에서도 미스·코리아 등 미인대회 당선자가 여성 최고의 명예를 얻은 것처럼 선망의(?)대상이 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유엔에서는 미인대회를 인권에 대한 독소로 인정. 미인대회 폐지운동을 세계적으로 벌여 이미 덴마크 등은 이를 법률로 금지하게 되었다.
대한 YWCA연합회는 20일 각계 인사 13명을 초청하여 좌담회를 열고 국내·최초로 공식적으로 이 문제를 제기했다.
주부·변호사·대학생·교수·미인대회 주최측 등 구성원이 다양한 참석자들은 미인대회의 본질적인 문제점과 우리나라의 현실에 대한 토론 결과 미인대회는 없어야 한다는데 대부분 의견이 일치되었다.
서구에서 시작된 미인대회는 그 기원부터가 상업적이며 미스·월드 미스·유니버스 등 세계 미인대회도 흥행회사·수영복 선전회사가 만들어 낸 것.
인품과 교양을 엄격히 심사한다고 하지만 실은 선전과 오락을 위해 이용할 수 있는 표준의 육체미를 가진 여성을 선택하는 것임은 물론이다.
우리나라에서는 50년대 후반에 국제대회에 나갈 미인을 뽑는 행사를 시작했으며 60년대에는 정부에서 『국위선양과 민간외교를 위한 미의 사절』이란 이유로 적극 후원하기까지 했다(매스컴과 정부가 후원하는 나라는 매우 드물다.) 따라서 이날의 좌담회는 미인대회의 상업성 뿐 아니라 그것을 어떤 가치기준이나 그럴듯한 명분으로 위장하는 국내행사의 태도에도 비판이 가해졌다.
▲강기원씨(판사)=인간의 육체가, 특히 여성이 유흥과 즐거움의 도구가 되는 것은 여성인권에도 큰 문제가 된다. 여성의 육체를 심사대상으로 한다는 것은 교육적으로 바람직한 것이 못된다.
▲한승헌씨(변호사)=여성의 인권에는 해로운 행사다. 행사 때『누구는 우리 회사에서 샀다』는 말을 물었다. 문화적·심리적 행사가 아니고 저속한 흥행이다. 여성의 몸을 칫수· 형태로 겨루는 것은 남성의 완상 물로 보는 것이다.
▲김정옥씨(YWCA)=교육적인 면에서 볼 때 해롭기 짝이 없다. 내가 근무하는 E대에서는 학생들 출전을 금지해 왔는데 그것은 여성이 지녀야 할 미덕보다도 유혹과 허영에 빠지기 쉽기 때문이다.
▲이우정씨(서울여대 교수)=남자들이 만든 표준으로 여성을 규격화하며 즐기는 것에 불과하다. 오히려 개성과 내면의 미를 가꾸는 태도에 방해가 된다.
▲신인령씨=인간의 육체를 가지고 겨루는 행사는 인간관의 타락으로 본다. 인간의 존엄성을 위해 세계행사라도 불참을 선언하는 것이 오히려 국위 선양이 된 것이다.
이에 대해 미인대회가 여성을 위한 행사라고 주장했던 행사주간 관계자들은『대회에 참가했던 선녀 등은 우리가 잘 관리하여 탈선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계속 늘어나고 있는 상품광고용 미인대회든, 해외파견을 위한 미인대회든 여성의 표면적인 아름다움을 상품화하는 점은 마찬가지라는 점에서 바람직하지 못하며 어떤 이론으로도 합리화 할 수 없다는 것이 결론이었다. <차미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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