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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21일은 춘분이다.
아이들의 참고서나 사전을 보면 이날은 낮과 밤의 길이가 같다고 설명되어 있다.
정작 중앙관상대에서 발표한 일출·일몰 시간을 보면 그렇질 않다. 서울의 경우 2l일의 일출은 상오 6시36분, 일몰은 하오 6시44분이다. 무려 8분이나 차이가 난다.
낮의 길이가 12시간8분이며, 밤은 11시간52분. 이상한 일이다.
이런 차이는 위도 관계로 일어난다. 춘분은 실은 하늘의 적도 (지구의 적도를 그대로 하늘에 연장한 선)를 중심으로 그 남쪽을 운행하던 태양이 적도의 북쪽으로 옮겨가는, 그 순간을 말한다. 이 시각이 보통 매년 3월21일 상오 6시 몇십 분이다. 따라서 아침 태양의 중심이 지평선에 나타나는 시각부터, 저녁 그 중심이 지평선에 가라앉는 그 시각까지의 길이가 춘분이나, 추분에선 똑같다.
그러나 관상대의 일출·일몰 시간은 태양이 떠오르기 시작하는 시각과 가라앉기 시작하는 시각을 측정 한 것이다. 태양의 머리끝이 보이기 시작하는 순간이 일출이고, 태양의 발끝이 지평선에 닿을 듯 말 듯한 순간이 일몰이다.
이와는 달리 춘분은 태양의 중심을 기준으로 측정한다. 일출·일몰을 가름하는 태양의 머리끝과 발끝과의 시차는 보통 8분 내지 9분이다.
밤과 낮은 우리 일상의 생활 관념에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동녘이 밝으면 그것은 곧 일하는 시간의 시작을 의미하며, 해가 저물면 일을 거두는 시간이다. 사람뿐 아니라 다른 짐승들도 마찬가지다. 하늘을 날던 새들도 저마다 둥우리를 찾아가 잠을 청한다.
그러나 같은 지구라도 그런 밤·낮의 혜택이 고르지 않다. 북구 「노르웨이」 같은 나라는 하지를 중심으로 2, 3개월 동안 밤이 없다. 태양은 동쪽에서 솟아 서쪽으로 지는 것이 아니고, 하늘 한가운데서 오락가락 배회한다.
동지 깨가 되면 이번엔 그 반대다. 낮은 없고 두, 석달씩 밤만 거듭된다. 사람들은 이 무렵이 되면 「스키」들을 짊어지고 밤낮이 있는 세계를 찾아가 한겨울을 나고 온다. 물론 한철만 벌어서 살 수 있는 유한 시민들의 이야기다. 하지만 소득이나 생활 수준에 있어선 오히려 북구 쪽이 앞선다.
북위 37 도선을 중심으로 자유 세계의 경우 그 이북은 선진형이고, 그 이남은 후진형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일별 하면 어긋난 이야기만은 아닌 것도 같다.
밤낮의 길이가 문제가 아니고, 하늘의 혜택, 민족들의 품성 등이 오히려 「선」과 「후」에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닐까.
그렇다고 무슨 탓만 따질 것은 없다. 이제부터는 낮의 계절이다. 늦기 전에 근면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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