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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일 교포 의사 자격특혜|국내의료계 크게 반발|국회상정 개정의료법 논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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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일본에서 면허를 취득한 재일 교포 의사에게 우리나라 의사국가시험을 거치지 않고 의사면허를 주도록 하는 의료법 개정안이 이번 국회에서 다루어질 기미를 보이자 국내 의료계는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17일 대한의학협회(회장 손춘호 박사)는 현재 국회보사위에서 심의하고 있는 의료법 제5조 개정안이 의사면허제도상 형평의 원칙에 크게 어긋날 뿐 아니라 주권국가의 위신을 실추시키는 악법이라고 규정, 이의 폐기를 위해 전국적인 반대운동을 펼치겠다고 밝혔다.
현행 의료법 제5조는 의사·치과의사 및 한의사의 면허조항으로『의사·치과의사 또는 한의사가 되고자 하는 자는 마음 각 호의 1에 해당하는 자격을 가진 자로서 제9조의 규정에 의한 해당국가시험에 합격한 후 보건사회부장관의 면허를 받아야 한다』로 되어 있다.
그런데 국회보사위원회(위원장 김봉환 의원)가 지난 15일 열린 상임위원회에서 제5조에 단서조항으로『다만 대통령이 정하는 외국에서 의사 또는 치과의사의 면허를 받은 대한민국의 국적을 가지고 영주권을 얻은 자에 대하여는 그 외국에서 5년 이상 의료업 또는 의료연구기관에 종사했을 때는 국가시험을 거치지 않고 그 면허를 할 수 있다』를 삽입하는 개정안을 장정한 것.
이 개정안은 작년 l2월11일 대한의학협회가 국회에 제출한 해외거주교포에 대한 의사자격부여에 관한 청원서를 토대로 마련한 것으로 되어 있다.
그러나 의협 측은 이 개정안이 재일 한국인의사회(회장 이태영)의 간곡한 요청에 따라 당초 청원했던 내용과 취지와는 전적으로 다른 것을 뒤늦게 확인, 지난 12일자로 청원서를 정식 철회해 버렸다.
의협 측의 애당초 의도는 재일 교포 의사들에게도 국내 의사면허의 길을 열어 주되 우리 정부가 지정한 일본 내 장소에서 일본어로 된 우리나라 의사국가시험을 치를 수 있도록 법적인 조치를 취해 달라는 것이었는데 어떻게 된 셈인지 보사위원회가 마련한 의료법 제5조 개정안에는 아예 시험도 거치지 않고 무조건 면허를 주도록 둔갑해 버렸다는 것이다.
의사면허에 대한 이같은 특혜부여는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데 굳이 이를 추진하려는 국회보사위의 저의가 무엇인지 의심스럽다는 의료계의 반발이다. 의료법 제5조 개정안이 제안 명분은 재일 교포를 보호하고 수준 높은 의료기술을 도입함으로써 국민보건향상에 기여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며 국내에서 개업하는 길을 터 주자는 것이다.
그러나 의협 측은 첫째, 과거 국민의료법 발효 이전에 조선의료 령·미군정령에 의거, 해외 거주자의 면허 또는 자격증을 경신한바 있으므로 이미 법적으로 구제되어야 할 대상자는 없고 둘째, 의사국가시험제도 시행 이후 나방자가 8백여 명에 이르고 있으나 이들에 대한 구제책조차 마련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며 셋째, 현행의료법 제24조에 외국면허소지자가 조국에서 봉사하고자 할 때 그 목적이 공익업무일 경우 봉사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기 때문에 따로 위법조치까지 해야 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한편 보사위의 의료법 개정안에 대해 보사부와·의료계도 이 법이 국회에서 통과되는 경우 약사를 비롯한 다른 분야의 여러 면허제도에 나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고 국가기본고시 체제 자체가 무너질 위험이 많다고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현재 재일 교포 의사는 1천여 명으로 추정되고 있다. <김영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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