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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비틀비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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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2009년 등장한 사이버 가상화폐 ‘비트코인’이 5년 만에 존폐의 기로에 섰다. 가장 크고 오래된 비트코인 거래소인 도쿄의 ‘마운트곡스’가 25일부터 폐쇄되면서 가상화폐의 생명인 신뢰가 뿌리째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마운트곡스에서 거래되는 비트코인 1244만 개의 6%에 달하는 74만4000개가 수년에 걸쳐 외부 해커에 의해 도둑맞았다는 괴문건이 온라인에 떠돌고 있다”며 “도난당한 것으로 알려진 비트코인 가치는 4억 달러(약 4300억원)에 이른다”고 전했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26일 문을 연 다른 거래소에서 비트코인 가격은 단위당 400달러대로 20% 이상 급락했다.

 마운트곡스는 25일 웹사이트를 통해 “당분간 모든 거래를 중단한다”며 트위터 히스토리를 삭제하고 홈페이지 접속도 차단했다. 거래소를 폐쇄한 구체적 원인은 설명하지 않은 채 “현재 상황을 면밀하게 점검한 뒤 상응한 조치를 할 계획”이라고만 밝혀 이용자의 거센 반발을 샀다.

그러자 미국과 일본 당국도 조사에 착수했다. 미국 뉴욕 연방 검찰은 마운트곡스에 소환장을 보내고 증거자료 보존을 명령했다. 또 마운트곡스가 있는 일본의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도 26일 기자회견을 통해 “금융기관·검찰청·재무성 등 관련 부처가 거래중단과 관련한 조사에 착수했다”며 “실태를 파악하고 필요한 경우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마운트곡스 폐쇄에 대한 반응은 엇갈린다. 미국 조지타운대 경영학과 제임스 에인절 교수는 “이번 사태는 미국 증시에서 뉴욕증권거래소(NYSE)가 문을 닫은 것과 같은 상황”이라며 “비트코인에 대한 신뢰에 결정적 타격을 주었다”고 지적했다. 비트코인 거래는 중앙은행과 같은 중앙집권적 결제기구를 거치지 않기 때문에 해킹당하면 이를 되찾을 길이 없다. 그러나 마운트곡스가 퇴출되더라도 비트코인은 계속 유통될 것이란 반론도 있다.

비트코인 관련 블로그인 코인베이스엔 관련 기업 공동명의로 “새로운 산업이 태동할 땐 늘 부정행위자가 등장하기 마련”이라며 “마운트곡스가 퇴출되면 더 안정적이고 신뢰할 만한 거래소가 나올 것”이라는 성명이 올라왔다.  

정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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