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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 전시된 모조 신라토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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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오랫동안 가짜 신라토기를 만들어 전국의 골동 상을 통해 팔아오던 경주의 유효웅씨(42)가 드디어 공식적인 전시회를 열고 있다. 미도파화랑에서 연 그의 전시회는「신라토기 전승 도예전」(18일까지). 엄밀하게 전승도예이기 보다는 모조품이며 예술의 범주에 포함시키기 어려운 눈속임수로 만들어진 제품이다.
모조토기가 이같이 공개 전을 갖기는 이번이 처음. 한동안 신라토기의 가짜문제를 둘러싸고 골동상가와 수집가들 사이에 허다한 시비가 빚어졌던데 비하면 이러한 공개는 다행스런 일이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그 진가를 가려보지 못하는데 대한 하나의 경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시된 토기에는 아직도 신조 품이라는「사인」이 전혀 없으며 대로는 황토 흙을 발라 출토품인양 위장한 사례가 적지 않다. 심지어 그러한 물건들이 문화재 보급협회의 검정을 받았다는 인지까지 붙어 있어 더욱 아리송한 의구를 던져 주고 있다. 말하자면 국가가 공인하는 협회에 의하여 눈속임의 모조품 제작이 비호되고 있는데 용기를 얻어 이번 공공연한 전시에까지 발전된 것이라고도 풀이될 수 있다.
문화재의 모조품 제작자로 구성된 문화재 보급협회는 문화재관리국과 긴밀한 유대를 갖고 있는 반관반민체. 이 협회에 가입된 업자의 제품은 일체 검정을 받아 팔게 돼있으며 창덕궁 안에는 이런 모조품의 판매「센터」가 마련돼 있다.
유효웅씨가 이 협회원임은 물론이고 지난 수년동안 창덕궁의 매장에도 물건을 내어 팔고 있는데 다른 문화재 모조품과는 달리 토기에만은 일체「사인」이 없다.
다만 인지 한 장이 붙어있을 뿐인데 그것은 해외반입 시에만 필요할 따름이지 옛것과 새 제품을 판가름해 주는데는 불충분하다.
즉 협회는 진품에 가장 유사한 것을 만들도록 권장하고 있는데 그에 반하여, 토기의 경우 인지만 떼어버리면 진가를 구별키 어렵게 됨으로써 매매로 말썽의 가짜토기 제조를 방조하는 결과가 되고 있는 것이다.
신라토기의 가짜소동은 동란 후 부쩍 늘어나 60년대에 가장「피크」를 올렸다. 그래서 가짜 이형토기들을 거액으로 사들였던「아마추어·컬렉터」들의 웃지 못 할 얘기가 골동거리에는 심심찮게 나도는 형편이다.
신라토기는 경주와 김해일원의 고분에선 상표라 할만큼 으레 쏟아져 나오는 부장품으로, 1세기∼3세기께의 유물이다. 그 제작에는 고도의 기능을 요하는 게 아니다. 질흙으로 그릇을 빚어 단간의 가마에 솔가지로 재 티를 일구어가며 환원 소으로 소성한 도기로서 그 수법은 고려와 조선시대까지 계승돼 왔다.
도공 출신의 유씨는 경주시 동방 동에 두개의 도요를 갖고 지난 13년간 신라토기의 모조에만 전념해오는 터인데, 어떤 면에서 유씨는 그간에 있었던 가짜 소동의 실마리를 쥔 장본인이기도 하다.
전시된 토기는 최고가 15만원이고 보통이 3만∼4만원. 값이야 어쨌든 그가 이제 전승도예가로서 새 출발을 하는 길은 종래의 눈가림 수를 탈피하고 떳떳하게「사인」을 새겨 넣음으로써 자기 나름의 선별안목과 창조의욕을 보여주는데 있다. <이종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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