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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연이 주지였던 대견사, 97년 만에 복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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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일제 강점기 강제 철거된 대구 비슬산 ‘대견사(大見寺)’가 다시 지어져 문을 연다.

 대한불교조계종 제9교구 본사인 대구 동화사와 달성군은 다음 달 1일 대견사에서 개산대재를 연다고 밝혔다. 민족정기를 말살하기 위해 1917년 조선총독부가 절을 없앤 뒤 97년 만이다. 사찰 창건 법회인 개산대재에는 조계종 자승 총무원장과 김범일 대구시장, 김관용 경북지사 등 각계 인사 3000여 명이 참석한다. 비슬산의 해발 1000m 높이에 건립된 대견사는 본당인 적멸보궁, 선당, 산신각, 요사채 등 건물 4개 동(전체 면적 186㎡)으로 구성돼 있다. 적멸보궁에는 불상이 없는 대신 부처님 진신사리를 모신다. 사찰 중창은 2011년 시작됐으며 공사비 50억원은 동화사가 부담했다.

 이 절은 신라 헌덕왕 때인 810년 창건됐다. 이름이 보당암이었지만 조선시대에 대견사로 바뀌었다. 이곳은 『삼국유사』를 쓴 일연(1206∼1289년) 스님이 머문 곳으로 유명하다. 일연은 1227년 승과인 선불장에 장원급제한 뒤 초대 주지로 부임해 22년간 이 절에서 지냈다. 대견사가 『삼국유사』 집필에 큰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불교계는 보고 있다. 하지만 대견사가 “일본의 기를 꺾는다”는 속설에 따라 강제 폐사됐다.

 사찰이 산 꼭대기에 위치해 공사에 어려움을 겪었다. 폭 3m가량의 가파른 임도로 건축자재를 옮긴 뒤 소형 트럭으로 다시 산길을 따라 공사현장까지 운반했다. 이렇게 옮긴 건축자재는 기와·목재·흙이 5t트럭으로 65대, 석재가 70대 분량이었다. 흙을 이기기 위해 물도 차량으로 날랐다. 적멸보궁의 대들보는 지름 60㎝에 길이 10m인 강원도산 황장목을 사용했다. 수령 500년에 개당 가격이 2000만원이었다. 사찰 중창은 중요무형문화재 74호인 최기영(68) 대목장이 맡았다. 그는 “중요한 문화재를 복원한다는 생각으로 작업했다”고 밝혔다. 김문오 달성군수는 “일제가 파괴한 불교 유산을 복원한다는 의미에서 준공식을 3·1절로 잡았다”며 “일연 스님에 얽힌 이야기만으로도 훌륭한 관광자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홍권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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