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키워 성장 … 방향 맞지만 큰 '한 방'이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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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부터 2017년까지 3년간 1인당 국민소득(GDP)을 1만 달러 끌어올린다. 이렇게 되면 지난해 2만4000달러로 추정되는 GDP가 2017년 3만4000달러가 된다. 2007년부터 7년째 계속된 2만 달러대 제자리걸음을 벗어나 명실공히 선진국 대열에 들어간다는 의미다. 25일 박근혜 대통령이 발표한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의 최종 청사진이다.

 박 대통령은 3대 추진 전략으로 ▶기초가 튼튼한 경제(비정상의 정상화) ▶역동적인 혁신경제(창조경제) ▶내수·수출 균형경제(내수기반 확충)를 제시했다. 구체적으론 ‘공공부문 개혁’ ‘창조경제 구현’ ‘투자여건 확충’ 같은 9대 핵심과제를 달성하겠다고 했다. 이를 모두 관통하는 키워드는 혁신이다. 정부 주도하에 대기업이 제조업 분야를 중심으로 경제성장을 이끌던 게 지난 50년간의 과거 방식이라면 3개년 계획은 규제를 과감하게 철폐해 중소기업과 서비스업을 새로운 성장엔진으로 도약시키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벤처·창업기업에 4조원의 재정을 지원한다. 제조업을 대신해 성장을 주도할 5대 유망 서비스업(보건의료·교육·관광·금융·소프트웨어)의 경쟁제한 규제는 없애기로 했다. 박 대통령은 “규제총량제를 도입하고 네거티브 방식(원칙허용·예외금지)으로도 없애기 어려운 규제는 자동효력상실제를 도입해서라도 없애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새롭고 강력한 카드가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심각한 적자재정에 발목을 잡히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태에선 세제 지원 같은 정책 수단을 동원하기 쉽지 않다. 일관성이 떨어지고 철학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과 그간 발표된 정책의 백화점식 나열이라는 분석도 있다. 예컨대 고용이 유연해야 고용률을 끌어올릴 수 있는데 오히려 비정규직의 해고요건을 강화하는 것과 같은 고용 경직성 대책도 눈에 띈다. 사회적 합의가 어려운 문제도 피해 나갔다. 수도권 규제 완화는 없었고, 공공기관 낙하산 인사 방지책에 대한 추가 대책도 나오지 않았다.

 긍정적인 부분이 있다면 창업 활성화다. 정부는 투자수익 회수 촉진을 위해 코스닥 시장을 거래소에서 실질적으로 분리·운영키로 했다. 또 우량 코넥스 상장기업의 코스닥 신속 이전 상장제도 도입을 포함한 시장 간 연계성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스라엘이 창업 천국으로 성공한 것처럼 우리나라도 창업을 통해 꺼져가는 성장엔진에 다시 불을 붙이겠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2000억원 규모의 ‘한국형 요즈마펀드’를 도입한다. 히브리어인 요즈마는 창의·혁신·창업을 의미한다. 1조1000억원이 지원되는 가젤형 기업 육성도 같은 맥락이다. 빨리 달리면서 높은 점프력을 갖고 있는 가젤처럼 고성장 기업을 키우자는 취지다.

세종=김동호 기자

◆가젤형 기업=매출액 또는 고용자 수가 3년 연속 평균 20% 이상 고성장하는 기업. 빠른 성장과 높은 고용률이 빨리 달리면서 높은 점프력을 갖고 있는 영양류의 일종인 가젤과 닮았다고 해서 붙인 이름이다. 강소기업을 말하는 히든챔피언과 비슷한 개념이지만 강소기업은 매출 신장에 비중을 더 두는 데 비해 가젤형 기업은 안정적인 일자리 창출에 중추적인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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