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 통일 대박, 준비하기에 달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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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 ‘통일 대박’이란 화두를 던진 박근혜(얼굴) 대통령이 25일 구체적 실행방안을 제시했다. 취임 1주년을 맞아 발표한 대국민 담화에서 박 대통령은 “대통령 직속으로 통일준비위원회를 발족시켜 체계적이고 건설적인 통일의 방향을 모색해 나가고자 한다”며 “이제 한반도의 진정한 평화와 대한민국의 대도약을 이루기 위해 새로운 한반도 시대를 여는 통일을 준비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이곳에서 한반도의 통일을 준비하고 남북 간의 대화와 민간교류의 폭을 넓혀갈 것”이라며 “외교·안보, 경제·사회·문화 등 제반 분야의 민간 전문가들과 시민단체 등 각계 각층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해 국민적 통일 논의를 수렴하고 구체적인 통일 한반도의 청사진을 만들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위한 초석을 다지고 반드시 통일을 이뤄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통일 논의를 ‘통일 이후’가 아니라 ‘통일 준비’에 맞추겠다는 분명한 의지를 밝힌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통일 대박’에 통일 이후의 희망이 담겼다면 오늘 발언은 그 희망을 실현하기 위해 차근차근 준비를 해야 한다는 통일 준비에 방점이 있다”며 “통일에 대한 관심을 구호가 아닌 구체적 비전으로 현실화시키겠다는 의지 ” 라고 설명했다. 특히 ‘통일 대박’ 발언 이후 통일 논의가 구체적 각론 없이 장밋빛 환상과 추상적 담론으로 흐르는 분위기가 일자 평소 “통일은 준비가 중요하다”는 생각을 가져온 박 대통령이 통준위를 통해 이를 풀어냈다는 분석이다. 청와대의 다른 관계자는 “통준위는 박 대통령이 오래전부터 그려왔던 구상”이라 고 설명했다.

 박 대통령이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발표하면서 통준위 설치를 밝힌 것도 주목할 대목이다. ‘통일 대박론’ 자체가 경제적 의미를 담고 있는 데다 통일이 한반도의 경제적 도약을 위해 필수적이란 점에서 통준위 활동은 경제적 측면이 강조될 것이라고 한다. 박 대통령의 한 참모는 “대통령이 경제혁신안을 발표하며 통준위를 얘기한 것은 경제적인 대비와 효과 등 경제적 비전에 큰 무게를 두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담화문 발표 뒤 열린 제4차 국민경제자문회의에서도 통일 준비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독일에 갔을 적에 그 당시 서독 총리를 지낸 분에게 ‘통독이 됐을 때 가장 아쉬웠던 것은 무엇인가’ 하고 물었더니 ‘인포메이션(정보), 인포메이션, 인포메이션’, 이렇게 세 번을 얘기했다. 동독에 대해 너무 몰랐었다는 게 한이었다는 거예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남북 간에 뭘 해보려고 노력은 하지만 과연 동·서독이 교류했던 만큼 하고 있느냐, 그 정도도 못한다고 할 때 우리는 더 잘 알아야 되고 준비를 해야 된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강조했다. 통일 준비는 ▶통일비용에 대한 경제적 준비 ▶이념 차이의 극복 ▶사회·문화적 통합 등이 망라된 개념이다. 이명박 정부에서 대북 제재 차원에서 내려진 5·24 조치 이후 정부 간 채널이 끊기면서 대북 지원이나 교류는 민간이 맡아왔다. 따라서 통준위가 발족되면 그동안 민간이 떠맡아왔던 교류·지원을 민관 합동으로 추진하는 전환점이 마련될 가능성도 있다.

 경남대 박정진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대통령 직속으로 기구를 만든 것은 통일에 대한 대통령의 굉장한 의지 표현이자 말로만 하는 통일이 아니라 준비하는 통일이라는 점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국회 외통위 소속 새누리당 김영우 의원은 “탁상공론이 아닌 통일로 가는 데 있어서 구체적인 방안들이 많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 상임위 소속 민주당 우상호 의원은 “진보와 보수를 막론하고 함께 통일에 대한 준비를 토론해 갈등을 줄여 나가는 기구라면 환영”이라고 밝혔다.

신용호·정원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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