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세계최대 금융시장「유러달러」의 실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한국도 구주에 국제상업은행을 세우려 하고 있다. 이를 계기로 구주의「유러달러」시장을 돌아본다. <편집자 주>
만성적인 외환부족에 시달리는 개발도상국은 물론 요즘은 영국「이탈리아」둥 일부 선진국에서도「유러달러」를 빌어 간다.
「이탈리아」의 경우 70∼74년 사이에 무려 90억「달러」를 꿔 간 것이다. 간단히 말해서 「유러달러」시장이 없었다면「오일·쇼크」이후 여러 나라가 국가파산 선고를 받을 뻔했던 셈이다. 한데 이처럼 지대한 공헌을 했으면서도「유러달러」의 정확한 실상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유러달러」란 50년대 말 내지 60년대 초에 처음 태동했을 때만 해도「유럽」지역 은행에 예치된「달러」화를 가리켰지만 지금은「유럽」에 예치된 모든 통화를 지칭한다.
총 규모는 대충 2천억「달러」. 이 가운데 약 5백억「달러」분은「마르크」「프랑」등 비「달러」화로 구성되어 있다.
그래서 일부 전문가들은「유러달러」라는 말 대신「유럽」통화라는 단어를 새로 만들기도 했다.
「유러달러」시장이 탄생한 것은 좋은 의미에서건 나쁜 의미에서건 전적으로 미국 덕분이라고.
미국은 방대한 해외원조로「달러」화를 유출시켰고 한편으로는 국내금리를 일정수준 이하로 묶어 둬서(레귤레이션Q)「달러」화의 해외도피를 방조했기 때문이다.
「레귤레이션」Q는 해외지점에는 적용되지 않았으므로 각 은행은 예금을 금리가 높은 「유럽」지점으로 빼돌렸다.
이렇게 해서 공급된 돈이 69년의 경우 무려 1백50억「달러」나 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미 본토의 예금이 유출된다 해도「유러달러」시장규모가 연 30%의 고도성장을 이룩할 리는 만무하다. 「유러달러」가『마술사의 주머니』처럼 거의 무진장한 자금동원 능력을 보인 것은 은행들끼리 신용창조를 했기 때문이다. 즉 외부에서 1백만「달러」의 자금이 유입되면 이 예금을 받은 은행은 다른 은행에 0·5∼2%의 이윤을 붙여 빌려준다.
74년 1월의 경우 은행끼리 1천만「달러」를 빌려주는 이자는 일당 5·56「달러」, 연 1백25만「달러」였다.
현재「유러달러」시장의 실 규모는 2천억「달러」지만 신용창조 분(은행간 상호예치금)이 무려 1천6백억「달러」나 되는 것이다.
어쨌든 예금을 받아서 다른 은행에 넘기기만 하면 대단한 이윤이 남았으므로 세계 각국의 주요 은행이 앞을 다퉈「유럽」지점 설치에 나섰다.
「런던」의 경우 72년에 34개, 73년에는 26개 은행이 새로 등장한 것이다. 「런던」은행상호 대부금리(리보·레이트)는 보통 연 l·5%이므로 1억「달러」의 예금만 굴리면 연 1백50만「달러」가 커져 떨어지는 셈이다.
물론「리보·레이트」로 빌어 간 은행도 장사가 되기 때문에 빌어 가는 것이다. 개발도상국에서는「리보·레이트」에 2%를 덧붙여 주고도 돈을 꾸지 못해서 중앙은행이나 정부가 직접 뛰는 판이기 때문이다.
개발H상국이「유러달러」시장에서 빌어 간 돈은 71년의 14억「달러」에서 72년 33억 「달러」, 73년 93억「달러」나 되었다.
원유파동 이후 돈 꾸기가 한층 어려워지자 일부 개발도상국의 중앙은행은 재빨리「유럽」이 지점을 설치, 은행간의 예금인수 형식으로 기채 작전을 펴고 있다.
그 중에는 공산국가인「폴란드」의「바르샤바」은행도 끼어 있다. 어쨌든 현대 자본주의사회가 낳은「괴룡」은 어느 사이 엔가 세계 최대의 금융시장으로 성장했다. <포춘지에서>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