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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자랑스런 전통문화를 가꾸자|김두종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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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요즘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현상 중에 하찮게 생각되는 것이 있지만 바람직한 것도 적지 않다. 그중의 하나는 우리 고유전통을 되찾아 보려는 운동이다.
현재 우리 학계에서 이미 일어난 국학에 대한 관심이나 특히 우리민족의 주체성을 지닌 확고한 사관을 바로 잡아 새로운 전환의 기틀을 구상하고 있는 연구활동 등은 올바른 우리 전통을 살리려는 노력의 한 과정으로 볼 수 있다.
그리고 문예진흥에 있어서도 우리 전통적 유산을 개발하여 우리 문화의 자주적 자세를 새롭게 할뿐 아니라 그 전통을 국제적으로 널리 인식시키려는 노력은 우리 전통적 생활감정을 지속시키는 가장 올바른 길이라고 생각된다.
단일 민족으로서의 존재의의를 드러내는 데에는 무엇보다도 확고한 자체의 전통이 지속되어야 된다. 그 전통을 상실하게 될 때에는 그 민족의 존재는 말살되고 만다. 이런 실례는 역사에서 얼마든지 볼 수 있다.
그런데 우리들은 오래 살아오는 동안에 대륙동북지역의 여러 부족들과 끊임없는 교섭과 투쟁을 지속하여 왔다. 그러나 대륙서부에 인접해 있는 한민족과의 사이에는 문화적 교류가 빈번했다. 한민족의 우수한 문화의 접촉으로 말미암아 우리 자신을 향상시키려는 문화적 욕구에 많은 영향을 받기도 했으나 일면으로는 우리 고유전통의 자유로운 성장에 적지 않은 지장을 가져오기도 했다.

<우리 민족은 많은 위협 이겨 전통고수>
그뿐 아니라 불행한 우리 과거의 역사단계에서 우리 전통의 지속적 발전에 위협을 받게 된 때도 한두번이 아니었다. 현재 우리가 지닌 전통 중에 유교나 불교의 영향이나 색채가 농후한 부분이 적지 않게 섞여 있는 것도 이런 때문이다. 우리의 전통은 일종의 변칙적 발전을 겪어왔다. 기반이 튼튼하지 않은 기초 위에 서있는 건물처럼 늘 동요하기 쉬운 위험을 안고 있다. 계속해 가꾸고 보호하지 않으면 중단되기 쉽다. 아주 잊어버릴 염려도 없지 않다.
그러므로 우리의 전통을 말하는 사람들 중에는 우리의 과거에 무슨 훌륭한 전통이 있었던가 하고 그 전통을 아주 무시해 버리려는 경향도 없지 않다.
그러나 이런 사고방식들은 자신의 편견에 의한 독단적 견해에 지나지 않는 것이고 실제에 있어서는 우리 선조들은 외래문화를 접촉하면서 아무 비판없이 받아들인 것이 아니고 선행적 고유전통을 보존해 가면서 그것을 소화하고 흡수하여 우리의 독자적 문화전통을 형성해서 현저한 생활발전의 기반을 이훅하여 왔다.
우리와 인접한 동북「아시아」지역의 여러 민족 중에 원의 몽고족이나 청의 여진족들은 1백여년, 혹은 근3백년동안 한민족을 통치하면서도 끝내 한민족의 문화권내에 흡수되어 그 자체의 존재조차 보기 힘들 정도로 희미해졌다.

<강력한 민족의식 지녀 독자성을 유지>
오늘날 우리는 그 문화권 내에서 독자적인 문화전통과 우리의 생활감정을 유지해 오면서 그 특색을 국제적으로 이미 과시하고 있다. 이것은 오로지 우리 민족의 굳센 투쟁력과 강렬한 민족의식 때문이었다고 자부하여도 좋으리라고 생각된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 고유전통을 되찾으려고 노력하는 것도 이런 의식을 드러내는 것이며 우리가 이런 현상을 반갑게 지지하는 것도 이런 노력의 하나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서 강조하는 고유전통이라는 것은 어느 독선적인 국수적 전통을 고집한 것은 아니며 복고주의에 얽매여 있는 것이어서는 안된다. 다만 자체의 전통의식을 무시해 버리고 외래의 사조에 맹종하려는 추종자들을 경계하면 된다.
더우기 현재와 같이 서구의 문화가 조수 밀려들듯 아무 거침없이 밀어닥치는 이때에 자칫하면 동요되기 쉬운 우리의 고유전통을 든든히 다져 그 기반과 토대 위에서 모든 사조와 기예들을 소화하며 흡수해야 할 것이다.
자기고유의 전통없이 외래문화에 휩쓸려 가면 그 문화가 비록 자기의 것보다 월등히 우수하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자기의 것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도리어 자기의 존재조차 잃어버리고 마는 결과밖에 되지 않는다.
위에서 말한 동북「아시아」지역의 여러 민족들이 걸어온 오늘날의 지명은 우리에게 그런 교훈을 뼈저리게 남겨 주지 않았는가.

<고유전통 바탕 위에 외래문화 소화해야>
그런데 우리의 과거를 한번 되살펴 보면 한민족을 둘러싼 여러 민족 중에서 그 문화를 가장 효과적으로 성취시킨 민족은 한민족을 제외하고는 오직 우리 뿐이다. 이것은 우리 스스로가 인정하는 것만이 아니고 한민족 자신이나, 또는 그 주위의 다른 민족들도 이미 다 시인하는 바다. 우리는 그 문화를 대륙으로부터 받아들여 다시 동으로 일본에까지 전하는데 성공하였다. 완전히 소화되지 않은 지식을 다른 사람에게 전수시킬 수는 없는 일이다. 그 지식을 일본에 전했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그 문화가 이미 우리전통에 잘 흡수되었다는 뚜혔한 증거이다.
그뿐 아니라 이해가 극히 어렵다는 한문을 충분히 체득하여 그 문장의 명성을 중국대륙에까지 드높인 분의 수가 적지 않다는 것도 우리들이 이미 잘 아는 사실이다. 여러 문적에도 자세히 기록돼있다.
우리는 과거에 있어 한문화의 접촉에 성공을 거두어 온 경력의 소유자이다. 이런 경력과 경험을 거울삼아 나날이 밀려드는 현대의 새로운 지식과 문화를 과거 전통의 기반 위에서 취사 선택하고 적절히 소화한다면 우리의 장래에 새로운 전통을 참조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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