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 최초의 여 당수 탄생할까|1차 투표서「히드」누른 보수당의「대처」여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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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런던=박중희 특파원】한국시간으로 11일 밤 영국에서는 조그만「기적」이 일어날지도 모른다. 영국의 보수당소속 하원의원들은 올해 49세의「마거리트·대처」여사를 정권이 바뀌면 자동적으로 수상직을 맡게되는 보수당당수로 추대할 것인지를 결정하게 된다.
「히드」내각에서 교육상을 지낸「대처」여사는 지난4일 제1차 투표에서 130표를 얻어 그의 옛「보스」를 11표 차로 꺾어 물리쳤으나 불행하게도 그의 득표수가 과반수에는 못 미쳐 결판은 11일의 제2차 또는 거기서도 안되면 제3차(13일)에서의 복식기명투표로 미뤄지게 된다.
후보자는「대처」를 합쳐 5명. 주로 그와 당의장인 「윌리엄·화이트로」간의 양 파전으로 싸움은 좁혀졌으나 난형난제의 접전을 벌여 눈치빠르기가 벼락같다는「런던」의 도박 사들조차 갈팡질팡하고 있는 중이다.
「히드」각 원 가운데『가장 남성다운 각료』로 통해온「대처」여사는 교육상으로 있을 때 학교아동들에 대한 우유의 무료급식, 박물관의 무료입장 제를 하루아침에 없애 물의를 빚은 일이 있었다. 『나라에 기대어 살겠다』는 국민들의 안일한 태도를 뜯어고쳐야 한다는 명분에서였다.
그리고 지금 영국 최대의 불안거리인「인플레」의 수습에 있어서도 실업사태를 내는 한이 있더라도 경제를 긴축시켜 통화의 건전성을 보강해야 한다는 강경한 태도를 보여 주목을 끌어왔다. 『정부는 국민들의 눈치를 보기 위해 있는 게 아니라 소신껏 다스리기 위해 있다』는 것이다. 배짱도 이만하면 보통이 아니다.
장학금을 얻어「옥스퍼드」대학에 들어간 그는 교내 보수주의「클럽」의 회장자리에 올랐었다.
화학학사로 대학을 졸업한 그는 생각이 있어 법률학을 연수, 29세 때 변호사시험에 합격하고 33세 때는 이미 보수당 하원의원으로 정계에 발을 들여놓았다. 하원에서의 토론솜씨나 끈기에서도 보수당내에서 1급 축에 속한다는 게 이곳「업저버」들의 정평.
그러니까 어쩌다 태어난 게 여자였다는 우연을 빼놓고는 입지의 편력으로선 남자라도 손쉽지 않은 당당한 관록을 지녀 온 셈이다.
『영국은「엘리자베드」1세 때나「빅토리아」여왕 때처럼 여성이 천하를 흔들었을 때 가장 태평성대를 이루었다』-「대처」지지자들은 이렇게 외치고 있다. 여자라고 재상이 못되라는 법은 없다. 세상은「인디라·간디」「반다라나이케」「골다·메이어」같은 존재를 이어왔고 또 그들이 여자였대서 흠을 많이 잡힌 것도 아니다.
자수성가한「대처」의 우파적·반 노조 적 강경 노선이나 도도한 고집이 보수당의 전국적 지지기반은 비좁게 하지 않을까 하는 것은 보수당자체 내에서도 빚어져온 우려다. 「대처」가 떨어진다 해도 그는 앞으로 영국정계에서 괄목할만한 영향력 있는 존재가 될 것은 확실하다.
「대처」는 이미 자기 자신의 전설을 만들어 놓았다.
만일 그가 당수로, 그리고 급기야는 수상자리에까지 오르게된다면 그는「엘리자베드」여왕과 함께 영국은 다시「여인통치시대」를 맞게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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