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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영화의 멋과 재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최근 폭력이 난무하는 이른바 「하드보일드·터치」의 영화나 권격을 휘두르는 「홍콩」제 무술영화가 「스크린」가를 주름잡는 요즈음 낮선 인도영화가 선을 보인다거나 일본 영화가 새로 수입된다는 사실 등은 어느 모로나 신춘 외화 계를 술렁거리게 하고있는 요소임에 틀림이 없다.
인도하면 얼핏 떠오르는 무저항주의의 영웅 「간디」나 영적인 「포에지」전도사 「타고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은 4억 인구에 허덕이는 가난과 질병. 그리고 엄청난 숫자의 문맹만을 생각한다.
말하자면 「타고르」가 「벵골」인으로 「벵골」어로서 시적인 영감을 노래했다는 것보다는 동「파키스탄」과 싸워 독립한 신생 「뱅글라데시」의 많은 여인(수십만)들이 전쟁 중 무참하게 정조를 유린당했다는 외신만이 머리에 남을 뿐이다. 이것은 한동안 외국인들이 한국을 6·25동란의 비극적인 나라로만 기억해주었던 사실과도 매우 흡사하다.
그러나 인도는 군사적으로 세계 6번째의 핵 보유국인 동시에 영화산업에 있어서 한때는 세계최대의 양산 국이기까지 했던 것이다. 비단 양뿐만이 아니라 질적인 면에서도 「칸느」영화제 특별상(56년), 「베니스」영화제 「그랑프리」(57년)를 획득한 세계적인 명성의 감독 「사타지트·라이」가 존재한다는 것을 간과할 수는 없다.
인도영화는 대부분 인도의 남단인 「마드라스」에서 제작된다. 이곳은 인도영화의 총 본산으로 가히 『인도의 「할리우드」』라고 부를만한 곳이다. 인도영화의 말은 대체로 「힌디」(힌두어)를 사용하며, 그 말이 지닌 신비성으로 해서 작품내용을 더욱 더 종교적인 차원의 「정조의 세계」로 이끌어 가기도 한다. 그와 같은 작품의 하나가 금년 우리나라 외화수입사상 제1호인 인도영화 『신상』(Haatmi mere sathi)이다. 이 영화는 1973년도 작품으로「M·A·티무르감」이 감독했고 「라저스·칸라」와 「타누자」가 주연을 맡았다.
우선 「타이틀·백」이 전부 끝나는 이른바 「프롤로그」「신」만이 약4분을 넘기는 인도다운 대륙성기질을 이 영화에서는 도입부부터 보여 주고 있다.
인도본국은 두말할 것도 없고 동남아일대에서 파상적인 흥행기록을 세우고 있다는 외신이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인간과 동물들의 세계는 이른바 삭막한 현대문명의 「오아시스」처럼 따사롭게 느껴지고 있다. 물론 이 영화의 「패턴」이 오락을 염두에 둔 「멜러드라머」의 속성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겠는데 특히「틴」(라저스·칸라) 「칭」(타누자)이 결혼하는 날 온갖 동물들(코끼리·범·사자·곰·염소 등)을 타대하여 만찬을 베푸는 장면은 인도의 시성 「타고르」를 떠올리게 하는 <시의 세계>였고 박두진의 시 『해』의 마지막 연을 생각나게 하는 <환희와 자연, 그리고 잃어버린 꿈>의 영상이었다.
결국 인도영화의 특성은 「유럽」이나 미국영화 또는 일본이나 「홍콩」영화들과도 전연 차원을 달리하는 <자연의 생명감에 대한 집요한 추구>가 쉬운 영화문법으로 소개되는 <멋>과 <재미>라고 결론지을 수 있을 법하다. 【변인식<고대강사·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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