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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수사의 본보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서울은행 영등포지점 2천 만원 사기사건은 한봉수 경사「팀」의 불철주야한 노력으로 범인일당이 일망타진되었다. 그 동안 4명으로 된 전담반이 거의 집에도 들르지 못한 채 수사의 단서를 파고든 노력은 가히 과학적 조사의 하나의 본보기를 보여 주었다. 은행에서 사고퇴직 한 51명과 사기전과자 5만1천3백44명에 대한 사진면접 조사를 했으며, 수많은 도장 포를 뒤졌고, 부정 액 수표 79장의 행방을 추적한 치밀성과 끈질긴 집념의 결과로써만 이룩된 수 있는 수훈을 세운 셈이다.
물론 이번 사건은 금액 면에서도 2천 만원이라는 거액 사기사건인데다가 그 수법의 교묘함이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한 사건이었기 때문에 경찰도 특별히 열을 올렸을 것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경찰이 4명의 전담반을 형성했을 리는 아마도 없었을 것이다, 39일간이란 장기간의 집중수사도 벌이지 않았을지 모른다. 또 사건이 대규모 사기사건이기 때문에 은행이 50만원의 현상금을 걸었기에 수사비도 풍부히 써가면서 끈질기게 물고 늘어 질 수 있었다는 것도 생각할 수 있다.
그렇지만 어떤 사건일지라도 경찰이 이번처럼 집중적이며, 과학적인 수사를 벌일 수만 있다면 영구미제사건이란 있을 수 없다는 것을 이번 사건은 교훈하고 있다. 그렇다면 경찰은 이처럼 우수한 수사망으로 하여금 충분한 수사 비를 주어 수 없이 많은 영구미제 사건을 일소토록 하는 계기로 삼아야할 것이다.
사실이지 유능한 수사관에게는 영구 미제사건이란 있을 수 없는 것이다. 소설 속의 인물이기는 하나「샤록·호옴즈」나「콜롬보」주임과 같은 인물이 많이 있다면 웬만한 범죄 사건은 다 해결 할 수 있는 것이. 우리나라에도 경찰대학 등이 있어 수사요원들을 특별히 훈련하고 있으며, 집행부서 중에도 수사지도 과 등이 있어 수사 지도에 임하고 있기 때문에 제도적으로는 과학수사의 길이·얼려있으나 현실적으로 과학수사가 잘 행해지고 있지 않을 따름이다. 그 이유는 유능한 수사원의 확보가 어렵고 수사비가 적기 때문임은 다 아는 사실이다.
본난은 범죄수사를 위하여 유능한 수사원의 확보와 수사비의 인상, 과학수사장비의 확충도입 등을 누차 강조한바 있다. 수사생활 28년에도 경사로 밖에 진급하지 못하는 일급수사관의 월급은 월5,6만원에 부과할 것이다 이러한 하급지위에서 20여 년을 근무하면서 빛나지 않는 수사업무에만·종사하는 것은 당 자 에게는 말할 수 없는 희생을 강요하는 것이다. 당연히 이들 수사관이 가능하기만 하면 보다 좋은 자리를 원해 경비·보안·교통 등 부서로 전근하기를 희망하게되는 것은 어찌 할 수 없는 인지상정일 것이다.
「베테랑」수사관의 양성에는 많은 시일이 걸리며, 수사는 경험과 과학적 검증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치안본부는 유능한 수사관 확보를 위한 획기적 방안을 새삼 연구검토 하여야 할 것이다.
첫째 방안으로서는 호봉조정으로 인한 하위직 경찰관의 보수를 올려 주는 것이며, 둘째 방안은 수사경찰관에게는 특별한 수사수당을 주고 또 충분한 수사비를 지급하는 것이고, 세째로는 수사관에게는 계급정년제를 시행하지 않는 것이라고 하겠다.
수사관들은 흉악범들과 대결하게 되는 경우가 많으며, 완전범죄를 꾀하고있는 지능범들과 대결하여야 하는 만큼 이들에게는 특수근무수당과 함께 때로는 고도의 수사기술습득을 위한 외국 등지에서의 훈련도 필요할 것이다.
수사관들조차 생활이 잘 안되어 민사사건을 형사 화하여「코미션」을 받아 먹거나 형사사건에 화해를 붙여 사례나 수사비·교통비등을 피해자로부터 뜯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하는데 이러고서야 어찌 경찰이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인가.
이들 수사관으로 하여금 생계 걱정 없이 수사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필요한 여건을 조성하는데 전력하여야 할 것이다. 치안본부는 수사경찰의 건재를 과시하고 타직위에 대한 우위를 확보하는 획기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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