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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친 낙관…총 자원 예산안|성장률·물가·국제수지의 문젯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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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올해 우리나라의 경제는 전반적인 경기가 작년 하반기에 이어 더욱 악화되리라는 일반적인 전망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7%의 비교적 높은 성장률을 유지하며 물가도 20%선에서 억제되고 국제수지도 경상적자폭이 13억7천8백만「달러」수준으로 호전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같은 사실은 22일 경제기획원이 내놓은 75년도 총자원 예산(ORB)에 따른 것인데 정부의 경제시책방향을 반영한 희망적「모델」이라고는 하지만 지나치게 낙관적이라는 인상을 주고 있다.
작성자인 남덕우 경제기획원장관 자신이 경제성장「모델」의 중심이 되는 7% 성장률에 대해『자신이 없다』는 회의적 의견을 표시하고 있을 뿐 아니라 물가·국제수지 등 여러 면에서 문젯점이 지적되고 있다.
우선 7% 성장유지가 가능하냐 여부는 수출과 민간투자 규모에 달려 있다. 수출목표 달성여부는 해외시장 특히 선진국의 경기여하에 달려 있는데 일반적으로 목표달성이 어렵다는 것이 지배적 의견이다.
투자규모도 8.2%의 성장을 기록한 74년도의 총투자 증가율이 30%(경상가격기준)이었던데 비해 75년에는 불과 11.2%증가를 예상하고 있으며 특히 민간투자 부문은 작년의 69.5%증가에 비해 7.0%증가에 그쳐 증가율은 오히려 감소추세를 보이는 실정이다.
정부부문에서는 다소 증가될 전망이나 남 장관의 표현대로 한계가 있는 것이며 74년의 30.2% 증가에서 올해는 32.2%증가에 그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작년 상반기에 15.3%의 성장을 보이던 국내경기가 하반기에 들어 4%미만으로 성장률이 둔화돼 결국 연간 성장률이 8%선으로 추계된 것이므로 상반기의 경기동향에 비추어 하반기에 호황국면에 접어들지 않는 한 7%목표 달성에는 무리가 있지 않나 보여진다.
물가 20%억제도 이 수준에서 물가가 안정되어 준다면 서민들로서는 오히려 다행이라 여길지 모르지만 그렇게 낙관적인 것은 못된다.
우선 도매물가 상승률이 42%를 기록했던 작년의 통화 증가율이 23.8%이었던데 비해 올해에는 30%의 증가를 예상하고 있는 만큼 지표간에 상충을 보이고 있다.
정부는 고용유지와 경기회복을 위해 금년 중 약4천5백억원 상당의 자금을 살포할 계획인데 이중 상당부분이 해외부문을 통해 환수될 것이지만 통화증가에 따른 물가상승요인을 완전히 흡수하기는 어렵다.
뿐만 아니라 연초부터 곡가·비료값이 들먹이고 있으며 국제수지 개선을 위한 수입규제가 강화될 전망인 만큼 수입감소에 따른「디멘트풀·인플레」의 소지마저 내포하고 있어 20%수준에서 물가의 고삐를 잡을 수 있을지는 극히 의심스럽다.
국제수지 전망은 더욱 비판적으로 보아야 할 것 같다.
정부는 수출 60억「달러」에 수입 72억「달러」로 무역수지 적자를 12억「달러」로 제시하고 있으며 여기에 무역외 수지적자 4억6천3백만「달러」와 원조 등 이전거래 흑자 2억8천5백만「달러」를 가감, 결국 경상수지적자폭을 13억7천8백만「달러」로 잡고 있다.
이것은 작년의 경상거래 적자폭 17억8천6백만「달러」보다 4억「달러」가 축소된 것이다.
그리고 이같은 경상거래 적자를 장기자금 11억4천6백만「달러」, 단기자금 3억8천1백만「달러」합계 15억2천7백만「달러」의 외자로 보전하고 1억4천9백만「달러」의 외환증가를 가져온다는 계산이다.
그러나 우선 상품수입은 CIF가격으로 계산해야 하는데 72억「달러」라는 수치는 FOB가격으로 산정한 것이므로 무역수지 적자폭은 정부가 제시한 13억「달러」보다 약8억「달러」가 늘어난 21억「달러」수준에 달한다는 점이 지적된다.
무역수입액을 CIF가격으로 계산하는 같은 실물규모라도 80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둘째, 경상수지 적자를 메울 장기자본 도입이 원활히 이루어지겠느냐 하는 점이다. 더우기 도입목표 15억2천7백만「달러」는 순증 규모이므로 여기에 원리금 상환을 위한 약2억5천만 「달러」의 수요까지 합하면 18억「달러」의 자금을 해외에서 조달해야 하는데 현재의 국제금융시장 여건에 비추어 그것이 가능할지 큰 의문이다.
또 올해 수입증가율을 14.3%로 잡고 있는데 작년에 64.2%의 수입신장을 보인 것과 비교하면 원자재 비축이 많다는 사실을 감안하더라도 과연 이 정도의 수입증가로 7%성장과 20%의 물가안정이 가능할 것이냐 하는 점이 문제로 제기된다. 정부의 올해 경제시책 기본방향은 ①안정수입 기반의 재건과 ②경제성장의 지속으로 집약되고 있다.
이같은 서로 모순되는 두 가지 정책목적을 동시에 달성해야 한다는 과제 때문에 총자원 예산은 허다한 문젯점을 제시하고 있으며 이것은 앞으로 경제정책 수행 과정에 그대로 드러날지 모른다. <신성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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