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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년 출판계|불황 극복은 가능한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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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해마다 출판계는 고질적으로 불황을 겪어 왔지만 올해는 더욱 암담하기만 하다고 한마디로 출판업자들이 입을 모으고 있다. 새해 벽두부터 개정 영업세법 39조 2호에 따른 원천 징수 문제를 비롯, 잡지협회 등에서 진정 사태를 벌이고 있는 것을 비롯, 단행본 등 일반 출판물이 「덤핑」 출판의 횡행으로 악순환이 더욱 예견되기 때문이다.
첫째, 영업세 원천 징수는 지금까지 서점에서 물고 있던 제조업에 대한 영업세를 출판도 제조업이라고 하여 출판사에서 원천 징수토록 개정 영업세법에 열거하여 전시 위탁판매를 하고 있는 현 실정에 비추어 도저히 원천징수가 불가능하다고 이에 대한 해제를 재무부 등에 진정하고 있는 것이다.
둘째, 출판물에 대한 악순환의 검은 구름은 작년에도 세계 문학 전집 등에서 불이 붙었지만 올해에도 극심한 불황으로 더욱 이런 악순환이 부채질되어 사이비 필자에 의한 저질의 원고가 나돌고 윤리나 인도를 이미 저버린지 오래인 출판계에서 「덤핑」 행위가 한층 더 성행 될 위험이 크다는 것이다.
올해 출판계를 조감해 보면 지금까지 대형화해 오던 전집물 출판이 크게 위축될 것이며 단행본이나 문고본이 불황 극복을 위한 처방으로 염가 양산 될 것이 내다보이지만 과연 적중될 것인지는 『위험한 곡예』라고 조상원씨(현암사 사장·출판협 부회장)는 진단했다.
그러나 문고본은 불황에도 불구하고 올해도 출판의 대종을 이룰 것이 예상된다. 현재 문고본은 작년에 첫선을 보인 「정음문고」 「박영문고」 「세종문고」 「과학신서」를 비롯, 69년께부터 꾸준히 속간되고 있는 「삼성문화문고」 「을유문고」 「서문문고」 「문예문고」 등이 올해도 20 여종씩 발간될 계획이다. 또한 삼중당 등 2∼3개 사에서 문고를 을유문화사에서는 「소년 문고」를 간행할 계획을 서두르고 있다. 대한 출판협회 한만년 회장은 『하루 빨리 물가가 안정되어야지 초판을 내어놓고 재판을 할 때면 벌써 제작비가 올라 원가 계산을 다시 해야 하는 오늘의 실정에서 출판계란 어둡기 한이 없다』고 우울해 했다.
그러나 출판계가 냉가슴 앓듯 신음하고 있는 것은 불황이라는 외적 여건보다 더 큰 「고질적인 암」이 있다. 그것은 서적 가격에 대한 적정가 결정과 정가의 고수이다. 현재 서점에서는 서적 정가의 1할 정도를 「디스카운트」해주는 것이 상례처럼 되어 있다.
전집류는 현금으로 4∼5할 정도로도 구입이 가능하다. 월부 도서를 잘못 사면 몇 배의 바가지를 쓰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런 실정이 알려지면서 서적의 월부 판매가 빛을 잃기 시작했다. 그러나 단행본의 경우 4∼5할의 할인은 안 된다고 해도 2∼3할을 감해 주는 곳도 많다.
서점에서는 치열한 판매 경쟁 때문에 박리다매의 상법을 쓰고 이에 대한 이윤 추구는 「마진」이 큰 「덤핑」책에서 찾는다.
올해 같이 어두운 불황이 예견 될 때 현재 할인제를 주는 만큼 각종 서적의 정가를 내리고 최하 적정가격을 책정하여 불황을 극복하는 판매 작전을 기도함직도 하지만, 『도저히 오늘날의 출판계와 같은 부조리 속에서 적정가 결정의 고수란 불가능한 것』이라고 출판협 박소리 출판 부장은 고개를 내저었다.
작년 몇 개의 유수 출판사 영업 부장이 단합하여 서적 정가 고수 운동을 벌였으나 「덤핑」 업자들만 배를 불려 준 결과가 되고 정가 고수 운동은 결국 패배로 끝났다는 것이다.
출판업자들은 이러한 부조리를 다 뼈저리게 느끼고 있지만 전국 1천여 개의 출판사에서 7천여 종의 각종 간행물이 발간되는데 단합 될 수가 도저히 없다는 결론이다.
대한 출판 협회에서도 자율적인 단합은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있으며 정책적인 뒷받침이 있어야 된다고 정부의 적극 관여만을 기대하고 있는 딱한 실정이다. 불황을 극복하는 방법으로는 『출판계 자체가 이제는 직접 비용을 들여 독서 운동을 적극 전개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라고 안춘근씨(출판 학회장)는 말했다. 그러나 이제는 책을 고르는 독자의 수준이 높아졌다고 출판계 중진들은 말하고 있다. 한국사를 비롯하여 한국학 등 전문 학술지는 올해도 많지는 않지만 꾸준히 간행 될 예정이며 문고본의 내용도 번역 문학류 보다 세분된 전문 서적과 고전을 택하게 되는 경향이 역력히 보인다. <양태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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