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치훈 도전|일본 기원 선수권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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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36분 동안의 장고 끝에「사까다」9단은 백56으로 막았다. 이 수를 참고도 백1족쪽 몰면 흑2로 이을 때 백3으로 한점을 기분 좋게 때릴 수는 있지만 그 빵때림이 별게 아닌데다가 귀중한 선수를 흑에게 빼앗기고 만다. 따라서 본보 백56은 최선.
흑61이 대세의 요점으로 가의 단점은 그다지 중요치 않다. 백화는 무리한 수인데「사까다」9단으로서는 무리인줄 알면서도 두지 않을 수 없을 만큼 비관적인 형세였다.
이에 치훈은 흑63, 65, 67로 오히려 백돌을 잡으려고 들었는데 검토실의 기사들은 흑이 잡으려는 척 하는 것뿐이지 정말로 잡을 수는 없다는게 중론이었다. 그것은 백74때 흑75로는 나에 이어야하는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그러나 치훈의 기풍을 잘 아는 나는 치훈이가 그렇게 소극적으로는 두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닌게아니라 치훈은 정말 흑75로「사까다」의 말을 잡으려 들었다.
「사까다」의 바둑은 죽지 않는 것으로 너무나 유명해서 아예 잡으려 드는 수는 검토치 않을 것 같은데 치훈은 달랐다.「사까다」가 누군데 그 돌을 잡으려들다니… 치훈도 그「사까다」를 모를리 없는데 아마 워낙 그와의 대국수가 적었는데다 잡을 수 있다는 절대적인 자선을 가졌던 모양이었다,
흑79가 두어지자 지난번 치훈이와의 도전자 결정국에서 가패한 임순봉 9단이 백마의 생사를 열심히 검토해 보더니 백이 죽였다고 선언하고는 자리를 떠 버렸다. 이때가 하오 3시10여분.
밤늦게나 승부가 날줄 알았던 주최측은 당황해서 관계자들에게 급히 연락, 『지금 인공호흡중인데 오래 못 갈것 같으니 빨리 오라』는 등 흥분된 어조가 오고 갔다. 본국에 국제전화를 신청하고 난 나도 기쁨에 넘쳐 가슴이 떨려오기 시작했다.
소비시간 백, 1시간57분 흑, 3시간29분 <관전기 조조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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