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정계에서 물러난 재야인사들의 근황|지금은 어디서 무엇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정치기복의 흐름을 타고 74년에도 정치일선에서 퇴역한 인물들이 많다. 더러는 권력의 중핵에서, 또 어떤 이는 정당의 강자직에서 물러났다. 이들은 대체적으로 칩거생활을 하고있는 것이 특색. 훨씬 오래 전에 후비역으로 전신한 거물들은 생업전환을 하거나 재기의 꿈을 조용히 길러가고 있다. 퇴역한 인사들의 근황을 알아본다. <경칭생략. 가나다 순>

<길재호(전 공화당 사무총장)>펄프공장 세워 사업몰두
지난 4월 경기도 평택군에 볏짚을 원료로 한 「펄프」공장(새마을공장) 건설에 착수한 뒤부터는 좋아하던 골프도 끊고 회사일에만 몰두해있다.
처음엔 정부관계자들도 만류했으나 『돈벌이가 목적이 아니니 어려운 사업일수록 하고 싶다』고 해서 착수했다는 것. 길씨 자신도 처음엔 『그까짓 것…하고 생각했으나 숱한 난관을 겪었다』고 실토.
길씨는 관청에 직접 드나들며 하급공무원도 가리지 않고 접촉하는 등 철저한「사장」이 되어있고 잡음을 막기 위해 정치인과의 접촉을 피하고있다.

<김대중(전 신민당 대통령후보)>나들이와 방문객 잦아져
서울시 동교동 178의1 건평30평 미만의 집안에서 독서와 손님접대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고있다.
요즘 읽고있는 책은 『토인비와의 대화』 『처칠회고록』 및 『한국사』등 주로 역사물. 방문객 중 으뜸을 차지하는 외국기자와의 회견은 하루 3회가 넘는 날도 있지만 1주일 평균4∼5회.
최근 들어선 민주회복국민회의에의 두 차례 참석·농성 중이던 신민당의원 격려·정구영씨 문병·김수환 추기경과의 면담 등 전보다는 바깥나들이가 빈번하다. 사실 지난17일 이후 그의 바깥출입이나 외부인사의 김씨댁 방문은 자유로워졌다.
일요일엔 빠짐없이 연희성당에 나가는 그는 1주일에 3일은 1시간씩 미국인으로부터 영어회화를 내강 받고있다.

<김현옥(전 내무장관)>8km산보와 백 페이지 읽기
상오6시에 일어나 시내 옥인동 자택에서 인왕산이나 비원까지, 그리고 저녁에 또 한차례 모두 8km의 산보가 활동이고 매일 1백「페이지」의 독서가 「작업」이다.
독서는 중국춘추전국시대와 제2차대전 등 주로 전사.
만나는 사람도 일체 없다. 지난 한해동안 서울「체류」가 60여일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지방여행. 부인과 함께 가거나 혼자 나선다.
새해부터는 산책에 대신할 자기수양의 방편으로 검도를 다시 할 생각이다 (명예5단).

<김형욱(전 중앙정보부장)>도미 후 미 시민권도 얻어
작년2월 소문 없이 도미하여 「뉴요크」근처 「뉴저지」주에서 가족들과 함께 살고있다. 올 봄 시민권도 얻어 사실상 이민상태에 있는 그가 가까운 장래에는 돌아올 것 같지 않다는 것이 그의 사정을 잘 아는 사람들의 얘기.
김씨는 미국에서 집을 마련했고 자기 차도 있지만 신변안전 등을 위해 한국사람은 거의 만나지 않고 있다는 것. 지난5월 정일권 국회의장과 오정근 의원(유정)을 「로스앤젤레스」까지 와서 은밀히 만났으나 귀국하고 싶어도 여건이 보장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고.
미국에서 현 체제를 비방하고 돌아다닌다는 등 갖가지 풍문에 대해 『악의적인 소문을 누가 누가 퍼뜨리는 지도 나는 안다』면서 신경질적 반응을 보였다는 전언이다.

<김홍일(전 신민당당수)>이따금 통일촉진회 나가
온실의 화초 가꾸기와 독서로 시간을 보내고있다. 일요일이면 반드시 교회에 가고 자신이 회장으로 있는 통일촉진회에 1주일 한번정도 나가는 것 외엔 거의 외출하는 일이 없다. 국토통일원 고문·통일당 고문을 맡아있지만 통일당엔 가는 일이 없고 통일원에도 1년에 겨우 몇 번 열리는 고문회의 때만 나간다.
책은 요즘에 와 국사를 새로 읽고있고 손오병법이니 하는 전사·군사에 관한 것들을 주로 뒤적인다고 했다. 해가 바뀌면 77세의 고령이지만 아직 정정한 건강.

<박림항(전 최고회의 최고위원)>걷기운동… 건강관리에
5·16혁명 후 최고위원과 건설장관을 지내다 반혁명사건으로 지난 69년8월까지 옥고를 치른 박림항씨는 요즘 쇠약해진 건강관리에 열심이다.
의사가 도보운동을 하라고 해서 골프장에도 나간다는 박씨는 부인의 부동산사업으로 생활하고 있다. 그는 한 때 재일교포가 하던 항공정비회사 대표이사직을 맡았으나 1년 전에 그만두고 지금은 일본육사동기인 일본인이 사업장으로 차린 풍전「호텔」내에 사무실만을 갖고있다.

<박종규(전 청와대경호실장)>회화와 서도·독서로 하루
야인으로 돌아온 후로는 한남동 자택에 칩거해 외부인사와의 접촉도 끊고있는 상태.
고 육영수여사의 1백일 탈상 후 얼마 전에야 고향인 마산에 들러 오랜만에 노모와 잠시 지내고 상경했다.
대통령경호책임자라는 중책 때문에 그동안 멀리했던 독서에 열중, 서재에서 공부하는 것이 하루의 일과.
밤을 새워가며 원서를 읽는 일도 많고 취미인 회화와 서도에 몰두해 자주 풍경화나 정물을 즐겨 그린다.
영어는 물론 독어·불어도 회화를 할 수 있는 실력. 요즘 읽는 원서는 국제정치학관계서적들로 계속 외국어숙달에 노력하고있다.
얼마 전에는 청와대에 들러 몇몇 사람과 인사를 나누는 모습이 눈에 띄기도.

<박창암(전 혁검부장)>농장일과 출판사업 전념
공직을 사퇴한지 벌써 10년이 넘는 박씨는 요즘 새벽5시면 일어나 의정부시에 있는 농장으로 달려가 낮12시까지 일꾼들과 젖소·닭 등을 돌보고, 하오에는 회현동에 차린 출판사로 나가는 것이 일과의 전부. 『자유』라는 월간지를 벌써 8년째 내고있으며 최근에는 「자유문고」를 출판, 『극비지령』에 이어 『민간방위』라는 제2집을 준비하고 있다.
옛 혁명동지 등과는 접촉을 끊은 지 오래며 국가기관이나 사회단체의 대공관계 특강요청을 받으면 가끔 나가는 것이 공적생활의 전부.

<오치성(전 내무장관)>도미유학…한해 더 있을 듯
작년 3월 도미하여 만학을 닦고있다. 처음「오리건」주의 「애슐랜드」대학에 등록해 있다가 올 가을 오리건 주립대학교로 옮겨 등록.
『1년 예정으로 가있지만 사정이 허락하면 1년 더 공부를 하겠다』 는 「스케줄」을 짜고 있다.
계속 학교기숙사에서 착실한 학생노릇을 하며 현지교민들과도 허물없이 어울린다는 소식.
부인에게 이틀에 한번씩 편지를 보내다가 지난번 다녀간 뒤부터는 4일간만 걸렀을 뿐 매일 일기 쓰듯 엽서를 주고받는다고.
이번 연말에도 선거구에 캘린더를 돌렸을 정도로 정치기반유지에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

<유진오(전 신민당당수)>동창회지에 『양호기』집필
현민은 서울 필동 자택의 서재에 파묻혀 독서와 집필생활을 하고있다. 야당당수 시절에 건강을 크게 해쳤던 현민은 정치에서 손을 뗀 후 점차 건강을 회복하여 정상활동에 지장을 받지 않으나 시력은 전과 같지 않다는 것. 최근엔 고대 동창회지인 『고우회보』에 『양호기』를 연재 하고있고 민주수호국민회의에서는 고문직을 맡았다. 올해분 재산세 3백75만원을 내지 못해 등기압류를 당한 현민은 대지 7백평의 자택을 팔려고 내놓았으나 쉽게 팔리지 않고 있다고 했다.

<윤길중(전 신민당 정무위원)>올 한해 서화 백여 점 그려
올해 1년 동안 서화 1백여 점을 그렸다. 친지들의 부탁도 많고 단골인 안국동 K서화사에 내놓아 생계에도 약간의 도움을 받았다.
한시학회가 매달 한번씩 주최하는 한시대회에 빠짐없이 나가 한시를 짓고 매 주말이면 등산을 한다.
바둑(「아마」3단)은 적수인 봉덕 변호사·박종태 전 공화당의원과 자주 대국하는 편. 윤씨는 비상국무회의에서 개정된 선거법과 변호사법에 의해 국회의원출마도, 변호사개업도 못 하고있는 실정.

<윤보선(전 대통령)>자택에만 머물러 정원일
민청학련사건에 관련,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은 해위(그의 아호)는 여전히 자택 연금상태로 지내고 있다. 안국동 8번지 그의 자택에는 전 비서실장 윤기대씨 등 제한된 측근만이 출입할 수 있을 뿐 다른 누구도 출입이 통제되어 있다. 얘기 상대는 부인 공덕귀여사 뿐. 얼마 전 민주회복국민회의에 참여한 것도 부인을 통한 의사표시였다고 한다.

<윤제구(전 국회부의장)>서도, 한시 짓기 취미 붙여
지난해 2·27 총선에서 낙선한 이래 정치에서 완전히 손을 떼고 바깥출입도 거의 않은 채 서도와 한시짓기, 독서를 취미로 조용히 지내고 있다.
6선에 국회부의장을 지낸 운제는 평생을 두고 잠시도 떼지 않았던 담배마저 끊었다. 그는 『다만 만물이 소생하는 양춘이 빨리 돌아왔으면 하고 바랄 뿐』이라고 했다.
지난 2년 사이 연탄개스 중독으로 사경을 헤매기도 했고 다리골절상에 허리까지 다치는 등 액운이 겹쳤던 윤제구씨의 요즘 건강은 퍽 좋은 편.

<이상철(전 국회부의장)>치료받으며 바둑으로 소일
6대 때 국회부의장을 지낸 이상철 옹은 서울과 대전을 오르내리며 지낸다. 한 달에 열흘 내지 보름씩 지병인 담석병 검사와 치료를 위해 서울에 와있고 서울에 오면 꼭 견지동의 안동여관에 투숙하면서 찾아오는 고향친구, 옛 동지와 바둑으로 소일한다고.
백내장 때문에 책은 거의 읽지 않으며 신문도 주로 제목만 훑어본다고 했다.
신민당의 고문이긴 하지만 정치에는 별 관심이 없다.
장손이 사는 대전에 유할 때는 딸기 토마토 등 온상재배를 돕고 일이 없을 때는 친구들과 바둑이 소일거리.

<이주일(전 최고회의 부의장)>농장서 사슴 키우는 일만
71년 6월 감사원장직을 물러난 후 일체의 공직을 사퇴하고 경기도 가평에 있는 농장에서 사슴 키우는 일로 소일. 두주를 불사할 정도로 좋아하던 술도 최근엔 거의 끊다시피 하고 틈틈이 떠오르는 시상을 원고지에 옮겨 지난 6월에는 『북적 30년』이라는 시집도 발간했다. 외부인사와의 접촉도 거의 없는 편. 가끔 군시절의 동지를 만나는 것과 유일한 공직인 5·16재단이사로 회의에 참석하는 것이 고작이다.
마음이 내키면 속리산 운령산을 자주 찾는다.

<이후락(전 중앙정보부장)>영산동 자택서 두문불출
중앙정보부장에서 물러나자 극비리에 외유 길에 나갔다가 지난3월 갑자기 귀국한 이후락씨는 8월 중순까지 5개월 동안 충무관광호텔에서 요양한 기간을 제외하고는 요즘도 용산동 자택에서 두문불출.
친분이 두터웠던 사람과도 일체 접촉을 피하고 가족과 함께 TV를 보며 소일한다는 것이 한 측근의 귀띔.
주치의인 전영택 박사(내과) 와 충무에서도 함께 지냈지만 요즘도 매일 상하오에 전 박사로부터 건강상태를 체크 받는 것이 일과라는 것. 고혈압과 심장병으로 고생했으나 최근에는 건강상태를 유지, 『불교성전』과 『논어』를 읽고있다는 얘기다.
충무에서의 요양생활 때부터 서도에 손을 대기 시작, 요즘엔 『반야경』과 『논어』를 읽다가 마음에 드는 대목을 쓰며 곁들여 묵화를 그리는 것이 취미.

<정구영(전 공화당총재)>퇴원 후에도 시국에 관심
올해 팔순(나이 여든)을 넘긴 정옹은 지난 11월19일 성모병원에서 장폐색증 수술 후 퇴원해서 자택에서 요양 중이다.
예비역도 아니고 후비역임을 자처하면서도 정옹은 병중에도 요즈음 시국과 세태에 깊은 관심을 기울이고있다.
『젊은이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것은 나만의 욕심을 생각하는 건 우물안 개구리라는 사실이야. 어찌 나만 사는 세상인가』-.

<정성태(전 국회부의장)>불서 읽으며 가끔 외출도
사울 삼청동 자택에서 주로 독서로 소일. 외출은 1주일 한번 정도. 현역 정치인들과는 거의 내왕이 없고 정치적발언도 일체 않고 있다.
그 자신 『과거 현역시절에 너무 책을 보지 않았으므로 책보라고 하늘이 시간을 주신 것 같다』고 했다. 『언젠가 나 같은 사람이 필요하다면 민주를 위해 나서겠다』고 재기에의「꿈」은 버리지 않고 있다.

<허정(전 우정수반)>친척·친지 외엔 내방사절
우양은 신교동 자택에서 별 외부 접촉없이 조용히 살고있다.
새해면 우리 나이로 여든이 되는 우양은 무척 건강이 좋은 편. 최근까지도 1주일에 한두 번씩 내외가 골프를 치곤 했다는 것.
아침에 자택정원을 산책하고 신문을 읽는 게 변함없는 일과.
친척이나 친지 외의 방문객은 들이지 않으며 특히 시국과 관련된 정치얘기나 정치적인 접촉은 완전히 끊고있다고 했다. 이응준·손원일·이호씨 등이 자주 만나는 사람들이라고.

<홍익표(전 신민당정무부의장)>외출과 줄담배 끊고 투병
기관지확장증으로 우석병원에서 수술치료를 받고 한달 반만에 지난10월 중순 퇴원했으나 아직 완쾌되지 않아 자택에서 약물치료를 계속하고있다.
한 달에 두 번씩 병원에 가서 「엑스레이」사진촬영과 혈액검사를 받는 상태. 외출을 삼가고 줄담배도 요즘엔 끊었다. 즐기는 바둑(1급)도 상대해 줄 친구가 없어 거의 두지 않고 있다.
그래서 주로 독서로 소일해 최근엔 일서 『제국육군의 최후』 와 박종화씨의 소설 『자고가는 저 구름아』를 독파.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