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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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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세상이 어수선해지면 금값이 오른다. 반드시 금 덩어리를 지니고 어디로 뛰겠다는 절박한 생각이 아니더라도 모든 물건 중에서 비교적 가치의 변동이 적은 것을 가져야 안전하기 때문이다.
가치의 변동이 적은 까닭중의 하나는 그것이 오랫동안 화폐로 쓰여온 탓일지도 모른다. 아무튼 인간은 약 5천년 전부터 금괴를 화폐로 삼았으며 금으로 만든 주화가 나온지도 2천5벡년이 넘는다.
그뒤 서 「로마」 제국이 멸망한 4백76년부터 이태리에서 「프로린」 금화가 주조되기까지의 약 8백년은 은본위제의 화폐시대가 계속 되더니 그 다음에는 금·은복본위제가 통용되었다. 그러나 1816년, 당시 선진 자본주의 국가로서 국제 무역과 국제 금융의 중심이었던 영국이 법률로써 금본위제를 채용한 뒤부터 세계적인 제도로 성립되었다.
지금 전세계가 가지고 있는 금은 얼마나 되나. 소련을 비롯한 공산권에서는 이 문제를 비밀에 붙이기 때문에 정확히는 알 수 없으나 7억「온스」를 좀 넘으리라는 것이다.
국가별로 보면 강대국 가운데서 미국과 「프랑스」가 많은 쪽에 들고, 독일과 일본 등은 적은 편이다. 생산지별로는 남「아프리카」가 세계 생산량의 4분의 3을, 다음이 「캐나다」·미국의 순위로 되어 있으나 소련에서도 상당량이 나오리라는 추측이다.
다시 그 분배 비율을 보면 공적인 화폐 준비용으로 40%, 공업·장식용으로 21%, 전통적인 사적 퇴장물로 23%, 그밖의 보유가 16%라고 한다. 또 사적 퇴장국으로 손꼽히는 나라는 구미에서는 프랑스, 중동 제국·인도, 그리고 다음은 아마 한국쯤이 되리라고 한다. 금제 『행운의 열쇠』는 물론, 평생 한번도 끼지 않는 팔찌만 해도 퇴장금이 되겠지만 서민이 혼례 때 주고받는 반지·가락지도 여간 큰 일이나 나기 전에는 그대로 지닌다면 역시 반퇴장이 아닐지.
그런데 그 금이 요즘 사상 최고의 가격인 「온스」당 1백96「달러」선에 이르고 있다. l967년11월 이른바 「골드·러쉬」를 치르며 「온스」당 35「달러」를 상회하게 되자 이중 가격제를 취한 뒤 금가는 계속 올랐지만 이런 값에 이르리라고는 감히 상상도 못하였다. 지금 한국의 시중 시세가 국제 시장 시세보다도 싸다면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정도다.
이와 같이 금값이 뛰게된 원인은 「에너지」 파동에 대응하여 미국과 프랑스가 같은 보조를 취하여 금시장을 조작하기 때문이라는데 산유국은 물론 그밖의 나라에서도 희비가 엇갈리는 미묘한 표정으로 이를 바라보며 득실을 따지고 있다.
금 좋아하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워 할 우리지만, 워낙 가진게 없으니 금가의 폭등으로 일어나는 찬바람을 어떻게 견디어야 할지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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