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충순 부장판사 기피 이유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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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서울고법 제1형사부(재판장 이경호 부장판사·배석 이재화·최종영 판사)는 18일 전 신민당대통령후보 김대중씨가 낸 법관기피신청사건을 심리, 김씨 사건의 1심 재판부인 서울형사지법 합의9부 박충순 부장판사에 대해 기피결정을 내렸다. 사건당사자의 신청에 의해 재판부가 기피신청을 당한 것은 사법사상 처음 있는 일로서 이 경우 항고의 방법이 없기 때문에 이날 결정으로 박 부장판사는 김대중씨의 선거법위반사건심리를 못하게 된다.
고법은 박 부장판사의 배석 이건웅·김재진 판사 등에 대해서는 기피이유가 없다고 기각결정을 내렸다.
고법재판부는 법관에 대한 기피제도는 법관이 사건을 다룸에 있어 예단이나 편견과 같은 편파적인 재판을 할 염려가 있을 때 재판의 공정성과 국민의 신뢰성을 보장하기 위해 검사나 피고인의 신청에 의해 해당법관을 그 심리에서 배제하는데 목적이 있다고 전제, 박 부장판사는 공정한 재판을 할 수 없는 충분한 사유가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기피신청을 당한 박 부장판사가 지난 6월25일 상오 녹음「테이프」검증 때『녹음「테이프」를 들으니 집권공약을 연설했으므로 사전선거 운동을 했구먼…』이라고 말을 하게 된 경위·동기·결과 등 일련의 사정을 종합하면 박 부장판사의 발언은 합의부법관 전원이 일치된 견해는 아니나 적어도 박 부장판사만은 김대중씨 사건에 대해 그러한 발언이 법률판단을 가한 것이 되고 재판장이 김씨를 유죄로 인정한 예단으로 볼 충분한 사유가 있으므로 원심은 박 부장판사가 이 사건을 불공평하게 재판할 염려가 있다는 점을 지적했어야 했다고 판시 했다.
고법은 김대중씨가 박 부장판사와 함께 기피신청을 한 배석 이, 김 두 판사에 대해서는 『박 부장판사에게 기피신청이유가 있다 하여 다른 배석판사에게까지 그 효력이 미친다고는 볼 수 없다』고 기각이유를 밝혔다.
김대중씨의 법관기피신청사건은 지난 7월12일 서울형사지법 합의6부 윤영철 부장판사에 의해 기각되고 서울고법 제2형사부 전상석 부장판사에 의해서도 항고가 기각됐으나 지난 10월21일 대법원이 김씨의 신청이 이유 있다고 인정, 원심결정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 제1형사부로 돌려보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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