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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모기습「경제쇼크」…어리둥절한 서민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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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환율·은행금리를 비롯한 유류 및 전기 값을 일제히 올리기로 발표되자 7일 시민들은 가뜩이나 세모 맞아 불어닥친 경제「쇼크」에 어리둥절했다. 시민들은 환율인상에 대해선『올린다 올린다 하던 소문이 드디어 현실화되었다』고도 말했으며 은행가는『7일 상오 12시까지는 외환거래를 중지한다』고 공고문을 내붙이고 사실상 외환업무를 중단했다. 일반서민들은 겨울 들어 석유류 값을 올려 각종 요금에도 영향, 서민생활의 가계에 압박을 몰아붙일 것으로 보고 크게 걱정했다.

<고객들 발길 돌려>

<은행가>
서울 중구 소공동 일대의 은행가는7일 아침 온통 부산한 분위기. 신탁은행 외국부 정문 옆에는 7일 상오 8시 30분『당국의 지시에 의해 금일 낮 12시까지 외환거래를 중지함』이라는 공고를 붙이고 고객의 출입을 통제한 채 은행감독원에서 나온 3명의 직원이 7일자 각 계정의 잔고를「체크」하고 있었다.
또 서울 종로구 관철동 10 한국 외환은행 본점에는 8일 상오『대한금융단 결의에 따라 12월 7일(토)은 영업시간을 평일과 같이 하오 4시 30분까지 연장하며 대 고객 외국환 관계업무는 당국의 지시에 따라 12시까지 취급을 정지함』이라는 공고문을 붙이고 아침부터 원화 업무를 제외한 해외 송·수금, 수출입 수표거래 등 외환업무를 중단했다가 낮12시부터 재개했다.
이날 외환은행 2층과 6층 외국부에는 환율인상을 모르고 찾아온 고객 2백여 명이 12시까지 기다리고 있었는데 돈을 찾으러 왔던 사람들은「달러」당 84원 67전씩 이익을 보고 송금하려던 사람들은 85원씩 손해를 봐 희비가 엇갈렸다.
화물 선취인도 사무를 보러 왔다는 대한제지 수입담당 서근영씨(28)는『환율변동이 연말께쯤 있으리라는 예측은 있었으나 이같이 전격적으로 될 줄은 몰랐다』며 수입자금 부담이 크게 가중됐다고 걱정했다.
또 종로구 관철동 252 한기산업 무역과장 박영선씨(34)는 원자재인 강선 5만「달러」어치의 수입서류를 꾸미고 있는데 이번 조치로 약 4백만 원의 손해를 보게됐다고 했다.
직물과 의류수출업체인 아신 통상(서울 중구 소공동「센터·빌딩)사원 김흥열씨(33)는 환율인상 발표소식이 전해지자『최근의 수출부진과 금융지원의 폭이 줄어 그 동안 환율인상에 대한 대비책이 아쉬웠었다』고 하면서『수출업자로서는 인상에 따른 손보다는 득이 많다』고 말했다.

<새 시세 5백원 예상>

<암시장>
7일 상오 서울 중구 회현동 자유시장 일대 골목과 명동입구, 남대문지하도 등 뒷골목 「달러」암시장의 상인들은 대부분 그 동안 환율 인상설을 풍문으로 들었으나 실마 설마 하다가 정작 인상발표가 있자 크게 당황한 모습이었다.
대부분의「달러」상인들은「달러」값이 새로 암시장에서 형성될 때까지「달러」암거래는 없을 것으로 내다보면서 새 암시세는「달러」당 5백원선 이상 될 것으로 점쳤다.
중구 회현동 1가 202 앞길에 몰려있던 박금순씨(44·여·동대문구 숭인동)동 암「달러」상 5∼6명은 상오 10시 10분쯤 환율인상이 발표된 줄 모르고 1「달러」에 4백 45원씩에 팔고 4백 40원씩에 매입하겠다고 흥정을 하다 달려온 동료상인들로부터 인상소식을 듣고 거래를 중지하기도 했다.「달러」상 이 모씨(41·여·중구 퇴계로 3가)는 6일 1백 50「달러」를 1「달러」에 4백 45원으로 팔았다며『하루만 더 기다릴걸 속상해 죽겠다』면서 회현동 1가 202 일신「빌딩」앞에 있는「달러」상인 공용전화「박스」에 달려가 단골손님들에게「달러」를 팔라고 사정하기도 했다.

<차관 아파트 주민 상환금부담 늘어>

<가정>
반포「아파트」생활의 경우 전기료·유류대 등·종전에는 월 1만 4천여 원 꼴을 냈으나 이번 인상조치로 5천 6백원을 더 내는 부담을 안게됐다.
특히 올해 주택공사가 서울 영동지구·부산·대구·광주·인천 등지에 지은 AID차관 15평「아파트」는 환율인상으로 원리금 상환이 20%가 더는 데다 전기로·유류 값 인상으로 3중고의 가계압박을 받게됐다.
AID차관「아파트」는 월 상환금 한화 1만 7천 4백 28원(43「달러」50「센트」)에서 환율 인상분까지 합쳐 5천 4백 85원이 는 2만 3천 원까지 더 물게 됐으며「개스」·전기료까지 합치면 부담이 월 1만1천 원 가량 더 늘어났다.
서울 종로구 관철동 12의 5 음식점 관철옥의 경우 지배인 김민차(31)는 8개의「프로판·개스」화로로 3일에「프로판·개스」20㎏을 쓰고 있는데 이번에 ㎏당 1백원씩 올라 한 달에2만원, 등유도 하루평균 20ℓ씩 써 한 달에 5천 9백원 등 모두 한 달에 2만 5천 9백원이 더 들게 됐다고 말했다.

<운전사 못해먹겠다>

<운수업계>
LPG·휘발유 등 기름 값이 오르자「택시」운전사들은 한결같이 대폭인상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LPG를 사용하고 있는 서울1바8776호「택시」운전사 김형호씨(28)는『하루 입금이 9천 5백원인데「개스」값을 빼고 나면 2천 5백원밖에 안 남아 한달 수입은 4만원정도밖에 되지 않는데 기름 값이 오르면 입금액을 그만큼 줄여주지 않는 한 운전사 노릇마저 해먹지 못하게 됐다』고 울상을 지었다.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1가 영등포 주유소에는 기름을 넣으러 왔던 차들이 기름을 팔지 않는다는 주유소 측의 말을 듣고 그냥 돌아가기도 했다.

<구매력 줄어 걱정>

<상가>
시장 상인들은 올 들어 휴·폐업하는 업소가 늘고 있는데 앞으로 경기는 더욱 나빠져 문을 닫는 업소가 늘 것을 우려했다.
동대문시장에서 잡화상을 하는 전계자씨(여·56)는『다른 물가가 덩달아 오르면 구매력만 줄어 장사는 더욱 어려워진다』고 걱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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