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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련된 고도의 음감… 원숙도를 더해 준 정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근래 「유럽」과 동남아 순회 공연 등 국내·외를 통한 활발한 연주 활동과 그간의 중견으로서의 연주 생활을 현 시점에서 정리해 보고 앞으로의 좌표와 방향을 생각해 보는 뜻에서 본인이나 음계로서나 퍽 의의 있는 독주회라 생각된다.
이번 연주된 곡은 「모차르트」외 『환상곡 C단조』, 「베토벤」의 『15개의 변주곡 작품35, 영웅주제와 푸가』, 「브람스」의 『간주곡』, 「쇼팽」의 『화려한 대 폴로네이즈』,「리스트」의 『스페인 광시곡』 등 고전과 낭만파의 작품들로 다채로운 「프로그래밍」.
원래 타건이 유화하고 깨끗한 연주 처리가 그의 특색이라고 하겠지만 고도의 세련된 음감과 정교한 조형이 보다 연주의 원숙도를 더해 주고 있다. 국내에서도 드물게 보는 탁월한 기교의 소지자이지만 이 기교를 앞세우지 않는 보다 차원 높은 음악성과 이를 바탕한 표현의 연출력이 뛰어난다.
물론 압도적인 역감과 단호한 박력이 아쉬워질 경우도 있었지만 아기자기한 「다이내믹」(강약법)과 표출력으로 긴박감이 생명력을 수반하는 지극히 견고한 연주를 펼쳐 주었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그의 연주에서 풍기는 고상하고 우아한 격조는 큰 매력이기도 하지만 음악 속에 동화된 자기의 정신세계에서 달관하듯 많은 사고의 여백을 보여준 점은 이번 연주의 큰 성과다.
「브람스」의 『간주곡』은 아늑하고 따스한 인간미가 흐르는 표정으로 「피아노」 음악에 앞서 서정의 노래로서 내면적인 것을 「쇼팽」의 「폴로네이즈」는 섬세하고 야들야들한 표정과 색채감 짙은 억장으로 화려한 연주 효과를, 그리고 「리스트」의 「스페인 광시곡」은 탁월한 기교력을 과시, 그의 연주 기능의 뛰어난 폭과 우수함을 입증해 주었다.
「모차르트」의 『환상곡』은 단아한 맛은 약간 미치지 못하지만 환상적인 요소는 살려주었고 「베토벤」의 『변주곡과 푸가』는 폭이 크다고 할 수는 없지만 다양한 색조로 능숙한 처리를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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