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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회복을 선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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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이인 유진오 함석헌 김재준씨 등 재야 각계 인사들과 김영삼 양일 동 김철씨 등 야당 대표들은 27일 상오 서울 종로5가에 있는 기독교회관 202호실에 모여 「민주회복 선언대회」를 갖고 범국민적 민주회복 운동을 벌이기 위해 「민주회복 국민회의」(가칭)를 발족시키기로 결의했다.
민주회복 선언대회는 ①현행 헌법의 합리적 절차를 거친 민주헌법으로의 대체 ②복역·구속·연금 중의 모든 인사에 대한 사면 석방과 정치적 권리회복·언론자유 보장 등 6개항의 「국민선언」을 채택했다.
이날 대회에는 미리 참가자로 서명한 71명 가운데 50여명이 참석했으며 주최측이 발표한 참가자 명단에 들어 있지 않은 김대중 전 신민당 대통령 후보와 부인 이희호 여사도 참석했다.
사회를 맡은 이병린씨(변호사)는 이날 회합의 성격에 관해 『사회 각계각층의 인사가 이 자리에 다 참석했으므로 국민을 총망라하는 모임으로 볼 수 있다』고 말하고 『이 모임은 정치운동을 목적으로 한 모임이 아니라 순수한 국민 총의에 입각한 모임』이라고 강조했다.
대회는 「국민회의」의 운영방법과 모임의 지속적인 조직화 방안을 마련키 위해 이병린·함석헌·천관우·김홍일·강원룡·이희승·이태영씨 등으로 7인 위원회를 구성했다.
이들은 28일 김영삼 신민당 총재의 초청으로 YMCA식당에서 점심을 같이 들며 첫모임을 가질 예정이다.
참가자는 정계원로·종교계·학계·언론계 인사·독립투사·제헌의원·여성대표·문인 등이다.
김대중씨는 인사를 통해 『민주회복의 기본원리는 모든 국내 민주세력이 단일전선을 형성, 과거의 정당소속이나 경력에 구애됨이 없이 국민 총 연합세력을 구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영삼 신민당 총재는 『개헌투쟁은 정권이나 정당의 차원이 아니라 우리의 생존권을 위한 투쟁』이라고 말하고 『이 투쟁은 극소수를 제외한 전국민의 99%가 지지하는 투쟁인 만큼 반드시 승리하고야 말 것』이라고 말했다.
함석헌씨가 낭독한 국민선언의 내용과 참가자 명단은 다음과 같다.
◇국민 선언 ①우리 국민의 대다수가 공산주의를 반대하는 것은 인권을 유린하고 정치적 자유를 박탈하여 절대적 독재를 강제하는 것임을 알기 때문이다. 우리의 체제가 이러한 공산주의의 체제적 특질을 날로 닮아 가서 그 격차가 좁혀진다면 우리 국민의 공산주의에 대항하려는 의지는 둔화될 수밖에 없으며 빗나간 현 체제의 억압에 반대하는 국민 각계각층의 저항은 계속 확대될 것이다. 우리는 오직 민주 체제를 재건 확립함으로써만 우리 국민이 어떤 경우에도 공산주의를 받아들이지 않을 결의를 견지해 나갈 것을 확신한다. ②민주 공화국인 우리의 헌법은 주권자인 국민에게 민주 체제를 보장하는 기본법이어야 한다는 것은 어길 수 없는 대 원칙이다.
전면적으로 이 대 원칙에 어긋나는 현행 헌법은 최단 시일 안에 합리적 절차를 거쳐 민주헌법으로 대체되어야 한다. 마치 민주체제로써는 공산주의자들에게 대처할 수 없는 것처럼 강변하면서 우리의 당면한 제 조건을 빙자하여 민주주의의 본질 자체를 부정하려는 일은 결코 용납될 수 없다고 확신한다.
③정부가 곧 국가라는 전제적 사고방식은 민주주의에 역행하는 것이며 반정부는 반 국가가 아니다. 우리는 반정부 행동으로 말미암아 복역 구속 연금 등을 당하고 있는 모든 인사들을 사면 석방하고 그들의 정치적 권리를 회복시키고 언론의 자유를 보장할 것을 요구하는 바이다.
④정부는 마땅히 정책을 전환하여 자주경제 토대를 구축하면서 가난한 사람들의 생활과 복지를 보장함으로써 부패된 특권층만을 위한 정부가 아니라 전국민의 정부임을 입증해야 한다.
우리는 모든 국민이 튼튼한 민주체제 하에서 기본적 자유를 누림과 아울러 사회정의의 실현에 의해 경제발전의 혜택을 균등하게 받게 될 때에는 공산주의자들을 두려워 할 이유가 없으며 염원의 민족통일도 당당하게 추진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⑤우리 국민이 공산주의자들의 선의에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 사실이라면 국가 안보와 통일 성취를 위해 광범한 국제적 지지를 필요로 하는바 우리는 민주체제를 재정립하는 것만이 우리의 국제적 고립을 면하는 길임을 확신한다.
⑥우리는 이 선언에 따른 줄기찬 범국민적 운동을 발이기 위해 민주회복 국민회의(가칭)를 발족한다.
◇참가자 명단
▲원로=윤보선(불참) 유진오 정일형 정화암
▲독립투사=김재호 안재환 유석현
▲제헌의원=진헌식 송진백 황호현
▲천주교=윤형중 함세웅 신현봉 김택암 안충석 양홍 이창복 박상래
▲기독교=김재준 함석헌 강신명 강원용 김관석 윤반태 조향록 이상린 박창균 강기철 계훈제
▲불교=법정
▲학계=이희승(불참) 정석해 이동화 전경연 박봉랑 서남동 문동환 안병무
▲문인=이헌구 김정한 박연희 김규동 백낙청 고은 김윤수 김병걸 홍사중
▲언론인=천관자 이영희 장용학 김용구 부완혁 임재경
▲법조인=이병린 홍성자 황인철 한승헌 임광규
▲여성계=이태영 공덕귀 이우정 김정례
▲정치인=김영삼 양일동 안필수 고흥문(불참) 윤제술(불참) 김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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