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이라크 전쟁] 예고된 공습…원자재 시장 안정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5면

미국이 이라크에 대한 군사공격을 시작한 20일 국제금융 및 원자재 시장은 대체로 안정세를 보였다. 아시아를 비롯한 일부 국가의 주가가 폭등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이라크전이 예고된 악재로 이미 시장에 충분히 반영됐기 때문에 시장이 개전소식을 불확실성의 해소로 받아들인 것"이라고 풀이했다.

그러나 향후 시장 움직임에 대한 전문가들의 진단은 엇갈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장기전 양상이 나타나면 금융.원자재 시장이 엄청난 혼란에 빠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주식.채권시장=아시아 증시는 대만과 홍콩증시가 개전 직후 한때 반락하는 등 일시적으로 영향을 받는 듯했으나 대체로 강세를 보였다.

특히 도쿄증시의 닛케이 평균지수는 전날보다 1백44.01포인트 급등한 8,195.05엔으로 마감했다.

개장전에 개전 소식이 전해진 미국과 유럽의 주요국 증시에서도 주가지수 선물가격이 급락한 후 다시 반등하는 등 당초 국제 금융시장의 우려와 달리 충격이 크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뉴욕증시의 나스닥100 지수선물은 오후 5시 현재 5포인트 오른 1천81에 거래됐고,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500 지수선물도 4포인트 오른 877.50을 나타냈다.

채권시장은 개전 소식에 별다른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유동성이 좋은 일부 채권은 가산 금리가 소폭 하락했다. 미국 국채 가격은 미국의 대 이라크 공격이 시작됐다는 백악관의 발표로 나흘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외환시장=외환시장도 큰 동요를 보이지 않았다. 미국 달러화는 일본 엔화와 유로화에 대해 소폭의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오후 3시 현재 전날 뉴욕 종가보다 1.6엔 급등한 달러당 1백20.46엔을 기록, 3개월래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엔-달러 환율이 1백20엔대를 넘어선 것은 지난 2월 18일 이후 처음이다. 달러-유로 환율은 전날보다 0.70센트 떨어진 유로당 1.0566달러를 기록했다.

푸트남 인베스트먼트의 파레시 우파드하야야는 "전쟁은 이미 외환 시장에 반영돼 있다"며 "전쟁이 2~4주 내에 끝나면 달러화는 강세를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메릴린치 증권도 이라크전이 이른 시일 내에 끝나 모든 상황이 순조롭게 해결될 경우 달러값은 단번에 달러당 1백23~1백25엔으로 회복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달러화의 강세 전망에 대한 신중론도 제기되고 있다. 시드니 웨스트팩 뱅킹의 로버트 레니 외환분석사는 "전황이 분명해질 때까지는 달러화의 명확한 추세를 알 수 없을 것"이라며 "장기전 양상이 나타나면 달러값이 곤두박질할 가능성도 있다"고 진단했다.

◆유가=뉴욕상품거래소(NYMEX)에서 4월물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 가격은 3개월 만에 처음으로 배럴당 30달러선 아래로 떨어졌다. 전쟁이 시작되면서 유가가 더 떨어진 것을 보면 이라크전이 조기에 끝날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낙관론자들은 미국의 이라크 침공에도 불구하고 석유 수급에는 차질이 빚어지지 않을 것이며 오히려 가격이 크게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그러나 이라크 전쟁이 터져도 석유 수급에 차질이 없을 것으로 너무 낙관해서는 안된다는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전략비축유 방출의 경우 비축유를 정유사에 판매.교환하기 위해서는 경매단계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실제로 실행하는 데 2주일 정도가 걸린다. 2000년 당시 빌 클린턴 대통령이 유가 안정을 위해 비축유 방출을 지시했지만 입찰부터 시작해 실제로 기름이 도착할 때까지 18일이 걸렸던 전례가 있다.

비관론자들은 특히 석유 생산국들이 이미 최대 생산능력에 도달했다는 점에 주목, 1991년과 같은 급격한 유가 하락은 없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번 유가 하락이 단기적인 효과에 그칠 것이라는 얘기다.

예일대 노드하우스 교수는 "이라크 전쟁이 복잡한 양상으로 전개되면 유가는 배럴당 75달러까지 폭등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주요 원자재 값=국제 금값은 19일 이라크전이 임박하면서 지난 몇 달 동안 계속된 중동 지역의 긴장이 조만간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에 따라 나흘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런던금속거래소(LME)의 구리 시세는 20일 이라크전 발발과 함께 즉각 내림세를 보였다.

임봉수.서경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