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출판은 시판보다 도서관용으로″|해적판으로 출판된 그의 단편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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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20여년 동안 일체의 공식적인 발언을 않고 있던『호밀 밭의 파수꾼』의 미국작가「J· D·샐린저」(55)가 최근「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지와 회견, 말문을 열었다.

<20년만에 말문 연 미국작가 J·D·샐린저>
51년 처녀장편『호밀 밭의 파수꾼』을 발표,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62년 중편『목수여, 대들보를 높이 올려라』를 내놓기까지 과작이지만 일련의 문제작으로써 각광을 받은「샐린저」는 53년「코니쉬」고등학교신문과「인터뷰」를 가진 후 21년 동안 침묵을 지켜왔으며 62년 이후 작품발표도 하지 않았다.
「샐린저」는 이번「인터뷰」에서『책을 내지 않는데는 거대한 평화가 있다. 책을 낸다는 것은 나의「프라이버시」에 대한 가공할 만한 침해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계속 작품을 쓰고 있지만 그것은 나 자신을 위해서, 그리고 나 자신의 즐거움만을 위해서 쓰는 것』이라고 말했다.
「샐린저」의 이같은 발언은 최근 그의 책이 본인의 양해 없이 해적판으로 출판되어 팔리고있는데 대한 항의인 것 같다. 가령 두권으로 된 그의 단편이 몇 년 전 한정 본으로 출판되어 몇 군데의 대규모도서관에만 배본됐는데 최근「샌프런시스코」「뉴요크」「시카고」등지에서 3「달러」내지 5「달러」의 값으로 2만5천권이나 팔린 것이다.
이에 대해「샐린저」는 그의 변호인인「닐·샤피로」로 하여금 17개 서점을 상대로 고소를 제기, 25만「달러」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냈다.
『그 책은 마치「호트·케이크」처럼 잘 팔리더군요.』어느 책방주인이 이처럼 표현하듯 인기가 좋은 그 책에는「홀든·콜필드」에 관한 두개의 이야기가 포함돼있다. 「홀든·콜필드」는 널리 알려진 대로「샐린저」가 40년과 43년 사이「새터디·이브닝·포스트」「콜리어스」「에스콰이어」등 잡지들을 위해 썼던 그의 대표작『호밀 밭의 파수꾼』의 주인공이다.
이밖의 주인공들은 고독한 젊은 병사들이거나 천진난만한 소년소녀들인데「샐린저」는 작품 그 자체보다도 오히려 이들 주인공들에게 더욱 애정을 느끼는 것 같다. 이 책이 해적판으로 출판되고 있는데 대해서「샐린저」는 그 금전적인 피해와 함께 이들 주인공들이 마구 내팽개쳐지는 아픔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그 작품들은 나의 재산이며 나는 재산을 도둑맞은 것이다. 아주 오래 전 나는 나의 작품을 출판할 의사가 없음을 그들에게 명백히 한바있다.
나는 나의 작품들이 완벽하게 자연사하기를 바랐던 것이다』라고「샐린저」는 말했다.
그렇다면「샐린저」는 앞으로 다른 작품도 출판하지 않을 생각인가. 이같은 질문에「샐린저」는 오랫동안 침묵을 계속한 후『아직까지는 언제 출판하게 될 것인지 정말 알 수가 없다』고 말하고 이어서『다만 나는 나 자신과 내 작품을 보호하기 위해서 노력을 계속할 것이다』라고 말끝을 맺었다.<헤럴드·트리뷴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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