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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포도주「보르도」 변조 혐의로 법정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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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프랑스」의 명산물「보르도」포도주가 심판대에 올랐다. 지난 10월28일부터「보르도」시의 법정에 오려진 이 포도주에 대한「프랑스」사상 유례없는 재판을 두고「와인게이트」라고 이곳에서는 부른다 포도주의「워터게이트」사건이란 뜻이다. 12월 초순에는 판결이 날 법정싸움에 나선 사람들은 모두 18명으로 지금까지「보르도 포도주」의 상표만 믿고 비싼 값으로 수입해 다 마신 세계 1백여개국의 애주가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이전투구격의 싸움을 전개중이다.
작년6월「와인게이트」사건이 재무성의 검사관과 경찰에 의해 적발되었을 때「정치적인 음모」때문에 「프랑스」의 국가이익에 상처를 낸다는 소문이 공공연히 퍼졌었다. 오랫동안「보르도」시장을 역임한 「자크·샤방-델마스」의 정치생명을 끊기 위한 당시 장상「지스카르-데스텡」의 모략이란 풀이였다.
이로부터 1년4개월,「지스카르」가「샤방」을 누르고 대통령이 된 오늘「포도주」가 심판대에 오름으로써 이제「프랑스」인들도 정치음모라기보다는 포도주에 사기가 있지 않았나 하고 새삼스럽게 반성하는 눈치들이다. 왜냐하면 이 사건의 중심인물이「보르도」포도주의 질적 우수성을 지난 수세기 동안 자랑해와『「보르도」술의 대명사』처럼 되어 있었던「크뤼즈」가의 형제들이며 이 집안은「샤방」과 유난히 밀착된 절친한 사이였기 때문이었다.
과연 희대의 포도주재판이 탈세와 변조를 밝혀낼 수 있는가. 혐의내용은 1백40만ℓ의 붉은 포도주가 4천여개의 최고급 상표를 달아 위탁상인들을 통해 국내외에 판매되었다는 간단한 내용이다.
그런데 저질의술이「셍에밀리옹」「생에스레프」「모프를」등 우수한 질의 상표를 달아 판매되었다는 것으로 이것은 분명히 술의 변조요, 탈세인 것이다.
「보르도」지방에서 생산되는 붉은 포도주는 연평균 15억ℓ에 달하고 있으며 이중 7∼8억ℓ만이 우수한술이라는 것이 정평이다.
나는 지난30년 동안 포도주 중간 상인을 해 왔지만 협잡은 어디서나 있었다. 거의 모든 생산자나 도매상들은 실험실을 갖고 있으며 나쁜 질의 포도주를 우수한 포도주로 둔갑시키는 역할도 중요한 기술중의 하나이다. 「크뤼즈」가의 위탁판매를 맡아온「피에르·베르」는 첫날 법정에 나타나 이같이 선언, 초만원을 이룬 방청객, 외국기자들을 놀라게 했다. 그의 설명은 나쁜 술에 고급상표를 붙여 판 것이 아니라 나쁜 술에 화학성분을 가미하거나 좋은 술을 섞는 연구를 해서 술맛 감정가들이 합격시킬 만큼 똑같은(?)우수한 제품을 만들어 팔았다는 것이다.
「네덜란드」의 수입상「베르방크」씨는『이번 공판이 끝난 후에는 적어도 우리상점에서는「보르도」포도주 뿐만 아니라 모든「프랑스」의 포도주가 다른 나라 술에 비해 지금까지 누려온 왕자적 지위는 다시 회복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고,『「보르도」포도주의 신비는 이제 사라지고 말았다』고 한 미국기자는 중얼거렸다.【파리=주섭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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