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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2) 목 디스크는 치료된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오래 전의 일인데 모 대사관의 고관부인이 김포공항에 도착 예정인데 신경욋과에 입원할 터이니 「앰뷸런스」를 미리 보내달라는 전화가 왔었다. 목에 가죽으로 된 울타리 「밴드」를 하고 있는데 앉아서 오래 차를 탈 형편이 못된다고 했다.
그곳 수도에 있는 종합병원에 입원 중이었는데 병이 오래되어 고국에 이송된다는 것이다.
예절바른 세련된 외교관 부인이 진찰대로 옮겨졌다. 관계되는 영어의학 용어도 잘 알고 있었고, 그 발음도 정확했다. 외국에서 찍은 X선 사진과, 그리고 진단과 치료에 관한 두터운 복사서류 뭉치가 제시되었다. 환자의 사연은 이러했다.
정차하여 신호대기 중인 자기 차를 뒤에서 다른 차가 심하게 받았다고 한다. 의식을 회복해 보니 몸에 눈에 보이는 상처는 없었으나 목은 뻣뻣하여 가눌 수가 없고 양쪽어깨 날개 뼈 사이에 심한 통증이 있었다. 양쪽 팔이나 손이 더러 저려오는 수가 있었다. 그런데 그것이 이렇게도 회복 안된 채 오래 갈 줄이야 몰랐다고 한다.
그 곳에서도 가장 큰 종합병원에 입원한 수개월 동안 온갖 과에서 갖가지 검사를 다했는데도 아무런 잘못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결국 진통제만 먹다가 뒤에 정신과 의사가 「홈 시크」(고향이 그리워 생기는 정신병)니 「노이로제」니 하고 진단을 내려 정신병 치료를 받았는데 자기로서는 도저히 수긍이 안가는 일이었다고 호소한다.
『춥지도 덥지도 않은 좋은 기후에 아담한 관사, 넓은 뜰에 부드러운 잔디, 보지 못했던 이국의 나무나 화초 가꾸는 것이 즐거워 솔직이 말해서 좀더 오래 있고 싶은 심정이었다.』고 술회한다. 그런데 고향에 가면 절로 낫는다는 외국 정신과 의사의 결정에 따라 남편까지 고국에 전근이 되는 사태에까지 이르렀다고 아쉬워했다.
진찰해보니 양쪽 팔에서 이두박근 반사가 약화되어 있었고, 삼두박근 반사는 아예 소실되어 있었다. 그 곳 신경욋과 의사는 왜 이것을 보지 못했을까. 척수 조형 촬영을 해보니 제5경추와 제6 경추간에서 「디스크」가 뒤로 탈출하여 척수신경을 심히 누르고 있었다.
환자는 목에 3㎝의 절개수술을 받고 나흘만에 실을 뽑고 10일만 퇴원하였다. 만약 오래 된 것이 아니었으면 5∼6일이면 됐을 것이다.
교통사고 환자라서 진술을 믿지 않았는지, 외국인이라 해서 「홈 시크」라는 병명으로 생각해 냈는지 알 수 없는 일이나 머리를 다친 사람에게 이병이 합병증으로 발생한다는 것은 널리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물론 저절로도 점차 발생할 수가 있지만. 정환영<한양대 신경욋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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