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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대책의 전제는 국제수지대책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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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정부는 새로운 국제경제동향에 따른 장기정책조정방안을 내년 하반기까지 마무리하는 한편 이와는 별도로 당면불황대책을 연말께 확정, 총 자원 예산안에 반영할 계획이다.
지금 검토되고 있는 당면대책이 어떤 모습으로 최종 확정될 것인지는 아직 알 수 없으나 기획원은 수출입규모의 축소조정·물가상승률 20%선 억제·성장률 8% 등을 전제로 해서 불황대책을 짜고있다는 것이다. 이들 기본정책 목표 선이 정책체계로서 균형 잡힌 것이 되기 위해서는 많은 측면에서 좀더 깊은 검토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첫째 수출입 의존도가 70%선에 있는 우리로서는 외환정책을 어떻게 이끌어 가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것이냐를 먼저 가름할 수 있어야 한다. 지금처럼 국내물가안정을 위해서 국제수지를 희생시키는 것이 옳으냐, 아니면 국제수지의 개선을 위해 국내물가의 안정을 뒤로 돌리는 것이 옳으냐를 내년에는 확실히 하고서 정책체계를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이 문제를 분명히 하지 않는 한 정상적인 정책체계를 전출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외환 및 국제수지정책을 전제로 해야만 비로소 성장률의 적정성을 검토할 수 있다는 것은 이론적으로도 분명하다. 8%의 성장이 종래의 국제수지관계와 동떨어진 방식으로 실현된다고 가정할 수는 없다. 그러므로 국제수지가 성장의 천장으로 작용하는 심도가 더욱 깊어지고 있는 지금 국제수지와 성장률의 관계를 별도로 생각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또 국내물가상승률을 도보물가기준으로 연간 2O%선에서 억제하려하는 문제도 국제수지·외환문제와 떼어서 생각할 수는 없다. 현재의 환율을 75년 중에도 그대로 유지한다는 가정을 한다하더라도 불황이 더욱 심화되어 실업률이 높아지지 않는 한 물가상승률을 20%선에서 억제할 수 있을 지는 의문이기 때문이다.
원래 자본제 경제에서는 일단「인플레」가 가속화하면 여간해서 단시일 안에 만족스런 수습이 불가능한 것이 통례이다. 올해 물가상승률을 정점으로 해서 단계적으로 그 상승률이 떨어지도록 정책을 전개시키는 것이 급속히 물가상승률을 떨어뜨리는 정책보다 훨씬 마찰이 적고 현실적이 아닌지 음미해야할 것이다.
또 만일 가정을 바꾸어 75년도의 국제수지대책을 위해서는·환율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전제가 성립된다면 물가안정 목표도 그에 따라서 진보적으로 신축성 있게 책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러므로 물가안정목표를 너무「타이트」하게 잡아 놓으면 그 때문에 정책체계에 무리가 가기 쉬울 것이다. 이점 차라리 물가 안정 선을 공표하지 않고 묵시적인 내부지침으로 삼는 방법을 생각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물론 성장률·물가·국제수지목표 등을 분명히 제시하고 정책체계를 그에 맞추어 제시하면 그만큼 설득력이 강한 것은 사실이나, 지금처럼 국내외경제동향이 유동적인 상황에서는 그처럼 짜임새 있는 체계가 거꾸로 사정변경에 따른 정책수정을 어렵게 하는 측면도 없지 않기 때문이다.
요컨대 당면한 불황대책은 체계성과 탄력성을 다같이 갖출 수 있는 여유 있는 것이어야 할뿐만 아니라, 수리적 정밀성보다는 통찰력이 더 요청되는 성질의 것일 수밖에 없다. 이점 깊이 검토해주기를 거듭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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