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1188)<제자 김태선>|제 41화 국립경찰창설(26)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선거 방해>
5·10선거를 앞둔 국내정치경세는 착잡했다.
우익민족진영은 「유엔」한국위원단의 활동과 총선 실시결정을 환영하여 선거를 치를 준비에 여념이 없는가하면 김구·김규식·조소앙 등을 비롯한 중경임시정부요인들은 선거를 반대하여 평양까지 가서 남북협상을 시도하기까지 했다.
좌익은 미·소 공위가 완전 결렬되고 그들의 패배가 내다보이자 더욱 발악적으로 단선·단정 반대활동을 강화, 선거일을 앞두고 결정적인 파괴행동을 감행할 준비를 서두르고 있었다.
남로당은 각도 및 군 당부세포에 지령을 내려 『38선 이북에는 인민공화국정부가 수립되었다』『북조선에는 수십만의 강력한 군대가 조직돼 훈련 중에 있다』『김일성이 곧 남조선을 무력으로 통일한다』는 등의 유언비어를 만들어 민심을 뒤숭숭하게 만들었다.
이들은 또 총선거를 반대하지 않는 사람은 민족반역자로 처벌을 받게된다는 소문을 퍼뜨리고 동요되는 민심을 이용, 폭동을 일으켜 경찰관서 등의 승격을 일삼았다.
48년2월5일 전북관구경찰청에서는 남노대의 지령문과 폭동계획서를 압수하는데 성공, 그들의 음모를 사전에 분쇄하는데 큼 도움이 됐다. 남로당의 지령내용 가운데는 파업을 선동하고 학생들의 맹휴를 조종하며 군중집회장소등에서 이른바 「비향기 데모」를 벌이라는 것도 포함돼있었다.
「비행기 데모」란 10명 내외의 인원으로 조를 편성, 시가지 또는 군중집회장소에 이르러 책임자의 신호에 따라 재 빨리 3명씩 조를 짜 어깨를 메고 『단정반대』등의 구호를 외친 뒤 사방으로 분산 도주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비행기처럼 재빨리 나타나 순간적으로 사라진 다는데서 나온 말이었다.
5·10선거를 방해하기에 광분한 남로당은 투표일을 이틀 앞둔 5월8일 서울 성동구 제25투표구선거위원장 한용건씨를 살해하고, 경부선 병점역에서 운행중인 기관차를 탈취했다.
성동구 제25투표구선거위원장 한씨는 선거계몽운동을 적극적으로 펴고 유권자들에게 등록을 강요하기까지 하면서 총선 준비를 열렬히 서둘렀었다.
이같은 사실을 파악한 남로당은 산하의 민족애국청년단원 박영호·이용삼·문모 등 3명에게 『한용건은 매국노이니 없애 버리라』는 지령을 내렸다.
살인지령을 받은 이들은 8일 상오 6시쯤 권총과 도끼를 들고 한씨집을 습격, 방안에서 신문을 보고있던 한씨에게 권총을 발사, 즉사케하고 달아났다.
수도경찰청에서는 일당중 이용삼만 검거했으나 주범인 박영호와 문은 끝내 검거치 못했었다.
같은 날 역시 남로당의 지령을 받은 동당서울지방철도국노조원 구자정(11), 이근수(23), 손기원(24), 김용덕(29), 금영달(20), 김경희(19), 이창환(28), 김병렬(25) 등은 천안발 서울행 제102통근열차를 습격, 기관차를 빠앗아 파괴했다..
이들은 8일 상오 8시10분 제102열차가 오산역을 떠나 병점역에 이르자 철도국직원복장을 하고 기관차로 달러가 기관차승무원들에게 『어린이 2명이 치여죽었다. 기관사가 누구냐』고 고함쳤다.
승무원들이 거짓말인줄도 모르고 깜짝 놀라 기관차에서 뛰어 내려오자 일당은 재빨리 기관차에 올라타 기관차와 열차를 분리, 기관차를 질주시켰다.
이들은 기관차를 수원역 남쪽1km지점까지 몰고가 「해머」로 기관을 파괴한 뒤 차를 버리고 달아났다. 범인 일당가운데 이창환과 김병렬을 제외한 나머지 6명은 모두 경찰에 검거돼 징역3년∼5년씩을 선고받았다. 남로당은 또 그해 5월9일 인천우체국을 습격, 불태워버렸다.
당시 범인 이주경(여·남로당 인천시 송림동세포위원)은 9일 하오6시쯤 솜뭉치에 휘발유를 흠뻑적셔 교환수들의 저녁밥상을 운반하는 가족으로 가장, 우체국 뒷문으로 들어가 2층에 있는 전화과사무실을 무사 통과했다.
거기서 다시 2층 남쪽끝에 있던 전화시험실로 가서 전화배선판에 가지고 간 솜을 던진 뒤 성냥을 그어댔다. 불은 순식간에 번져 배선만은 물론 전신기계강치 전부를 불태우고 말았다. 계주경은 역시 경찰에 검거돼 뒤에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공산당은 또 5월9일 경기도 양평군 양동지서를 습격, 무기를 빼앗아 투표장을 파괴하려다 미수에 그 친일도 있었다.
범인들은 양동지구 남로당조작책 이긍렬 등 20명이었다. 이들은 냉면을 지서로 가지고가 경찰관들을 위로하는 체하며 기회를 느리다 고추가루를 일제히 경찰관의 눈에 뿌리고 무기를 빼앗은 뒤 경찰관들을 모두 살해할 계획을 세웠었다.
그러나 이 계획은 양동지서 함창수순경에게 사전에 탐지돼 실패로 끝났다.
5·10선거를 전후(48년2월7일∼5월24일 사이)해서 남로당의 선거방해공작으로 경찰관서 20개소가 불타고 경찰관 4명이 피살됐으며 64명이 부상했다. 경찰관 가족도 9명이 학살당하고 16명이 부상했다. <계속> 【김태선】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