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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커에 뚫린 비트코인 … 돈 가치, 고점 대비 71% 폭락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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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2호 02면

가상화폐로 주목받고 있는 비트코인(Bitcoin)의 가치가 폭락하고 있다.

암시장서 270만 달러어치 털려 … 애플, 최근 자사 기기서 비트코인 퇴출

 온라인 암시장 ‘실크로드2’에서 4474.27 비트코인(약 270만 달러)이 해킹으로 도난당했다는 발표가 나오면서다. 해커들이 훔친 비트코인을 헐값에 실물화폐로 환전하게 되면 가치가 더욱 떨어질 것이라는 불안감이 높아지면서 하락세에 가속이 붙었다.

 세계 최대 비트코인 거래소인 마운트곡스(www.mtgox.com)에 따르면 15일(한국시간) 한때 비트코인의 가치는 302달러까지 폭락했다. 지난해 11월 1038.16달러로 최고점을 찍었을 때와 비교하면 불과 3개월 만에 71% 넘게 가치가 떨어진 것이다.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300달러 선은 무너지지 않았지만 이날 오후 3시 현재 마운트곡스의 평균 비트코인 거래 가격은 376.61달러에 그치고 있다.

 해킹 도난 사건이 발생하면서 특정 중앙은행의 통제를 받지 않는 비트코인의 안전성에 대한 불안감도 증폭되고 있다.

 비트코인을 도난당한 ‘실크로드2’는 비트코인을 이용한 상품 거래를 중계하는 온라인 암시장이다. 지난해 10월 마약 등 불법거래를 중개했다가 미국 연방수사국(FBI)에 압수수색당한 뒤 문을 닫은 ‘실크로드’의 후속으로 개설됐다.

 실크로드2 운영자 ‘데프콘’에 따르면 범행에 가담한 해커는 모두 6명이다. 이들은 실크로드2를 통해 물건을 사고판 뒤 환불하는 방식으로 중개거래 장부를 조작해 실크로드2의 지불중개 계좌에서 비트코인을 가로챘다.

 실크로드2는 구매자의 비트코인을 보관했다가 판매자가 보낸 상품이 제대로 배송되면 판매자에게 비트코인을 입금해 주는 서비스를 하고 있다. 일종의 안전거래(에스크로)인 셈이다. 해커들은 비트코인 거래소인 마운트곡스의 거래기록을 거래가 완료된 뒤에도 고칠 수 있는 허점을 노렸다고 한다. 거래를 취소해 비트코인을 환불받은 뒤 환불받지 않은 것처럼 속여 다시 환불을 받은 것이다.

 일각에서는 실크로드2 측이 자작극을 벌여 비트코인을 빼돌린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실크로드2가 로그 기록을 공개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사건 자체가 허구일 가능성을 의심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사건이 실크로드2의 자작극이라 해도 비트코인의 안전성에 대한 의심은 피할 수 없다. 자작극 자체가 비트코인을 이용한 범죄라는 점에서다.

 각국 정부가 비트코인 사용 확대에 제동을 걸고 있는 가운데 스마트폰 업계의 ‘큰손’인 애플도 비트코인을 퇴출시켰다. 애플은 최근 비트코인 지갑 ‘블록체인(Block Chain)’을 애플 앱스토어에서 삭제해 애플기기에서 비트코인을 사용할 수 없도록 했다. 애플은 지난해 이후 비트코인 결제 앱인 ‘코인베이스’와 ‘그리프’를 삭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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