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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대생 78% '혼전 순결 지켜야' … 성경험 남학생 33%, 여학생 3%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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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1982년 9월 24일 본지에 보도했던 ‘국민의식 현주소’ 기사. ‘리버럴 의식’이란 소제목 아래 혼전 성관계 찬반 여부를 그래프로 표시하고 있다. [중앙포토]

만약 지금부터 30년 전인 1980년대에 ‘마녀사냥’이란 프로그램이 있었다면 성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었을까. 현재 50~60대 기성세대들의 젊은 시절을 가늠해보기 위해 80년대 본지에 실린 20~30대 혼전 성관계에 대한 의식 조사를 살펴봤다.

 82년 7월 31일자의 ‘오늘의 대학생이 본 결혼과 성’이란 기사의 첫 문장은 이렇다. “우리나라의 남녀 대학생들은 결혼 전 순결문제에서 여성이 압도적으로 순결을 강조하는 반면 남성은 일부만이 이를 지지하고 있다.” 연세대 영어신문사가 서울대·고려대·연세대·이화여대 대학생 1075명(남학생 566명, 여학생 509명)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를 분석한 기사인데, 여학생의 78%가 ‘혼전 순결을 지켜야 한다’고 응답한 반면, 남학생은 15%가 ‘지켜야 한다’고 답했다. 오늘날과 비교하면 여성들의 의식이 드라마틱하게 달라졌다고 할 수 있다.

 설문조사 대상자 중 성경험이 있는 남학생이 33%였다면 여학생은 3%였다. 키스 경험은 남학생이 60%, 여학생은 20%로 나타났다. 평소 성적 충동을 느낄 경우 이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남학생은 자위(36%), 자제한다(35%), 취미생활로 이를 극복한다(10%)고 말하고 있으며, 여학생은 자제한다(56%), 취미생활(25%), 자위(9%)의 순으로 응답했다. ‘결혼 전 상대방이 성경험을 갖고 있는 것을 알고도 결혼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남학생은 50%가 ‘그럴 수 있다’고 응답했고, 여학생은 10%만이 ‘사랑한다면 문제 삼지 않고 결혼하겠다’고 응답했다.

 82년 9월 24일자의 ‘국민의식 현주소’기사(아래 사진)는 젊은 층뿐만 아니라 모든 세대의 성 관념을 추측해볼 수 있다. 조사에서 혼전 성관계에 대해 ‘절대 불가론’을 펼친 것은 3명 중 1명꼴(33.8%)이었다. 전체 응답자의 3분의 2가 약혼한 사이(28.9%), 서로 사랑하는 사이(33.8%)는 혼전 성관계가 가능하다고 봤다. 당시 기사는 “이는 81년 조사에 비해 상당히 개방된 상태”라고 전한다. 81년엔 결혼을 약속한 사이라면 ‘마주 보고 얘기하는 정도’(25.5%)와 ‘팔짱을 끼거나 손목을 잡는 정도까지’(41.5%) 괜찮은 것으로 보았다. ‘키스나 포옹도 괜찮다’는 사람은 23.9%였으며 ‘육체관계까지도 있을 수 있다’는 사람은 불과 7.4%였다. 공교롭게도 82년은 전두환 정부가 군부독재에 대한 국민의 저항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이른바 ‘3S(스크린, 스포츠, 섹스)’를 장려해 교복 자율화와 통금 해제, 심야영화 상영 등이 실시됐던 해다.

85년 9월 21일자의 ‘한국의 20대, 그들은 누구인가’라는 기사도 흥미롭다. 이 기사는 점점 개방적으로 변하는 젊은 세대에 주목하고 있다. 회사원 이모(24·서울 화양동)씨는 “남자들이 결혼 상대자로서 순결을 요구해올까 두려워 혼전 순결을 고집할 이유는 없다”며 “사랑하는 관계였기 때문이든 호기심 때문이었든 자신의 뜻에 따른 것이었으면 부끄러워할 필요가 없으며, 순결한 영혼을 지키듯 순결한 육체를 지켜야겠다면 모르지만, 결혼할 때 남자가 요구할까 봐 순결을 지킬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반면 여전히 보수적인 사람도 있었는데 이봉기(24)씨는 “20세 때 군입대 동료를 환송하면서 윤락가에서 동정을 잃었다”며 “혼전 성관계는 절대 반대다”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재밌는 점은 개방적인 사람은 익명으로, 보수적인 사람은 실명으로 처리했다는 점이다. 특히 보수적인 이씨에 대해선 “서울 T경찰서의 구두닦이 텃세 280만원을 무일푼으로 싸워서 따냈다”는 ‘우호적인’ 수식어를 붙이기도 했다.

김효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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