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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소비자 등골 빼먹는 비싼 통신비 이대론 안 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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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미래창조과학부가 통신요금 인가제 폐지를 검토 중이라고 한다. 요금 인가제는 후발 사업자 보호를 위해 1991년 도입됐다. 하지만 20여 년이 흐르면서 이동통신 3사 간 가격 경쟁을 가로막는 대표 규제란 지적을 받고 있다.

 현재 요금 인가제 적용을 받는 곳은 SK텔레콤이다. SK텔레콤이 정부에 새 요금제를 인가받으면 KT와 LG유플러스가 그대로 따라가게 된다. 통신 3사 간 요금 인하 경쟁이 원천 차단돼 있는 것이다. 요금 경쟁이 막힌 통신사들이 대신 단말기 보조금 경쟁에만 매달리면서 통신 시장의 혼란과 무질서는 극에 달하고 있다.

 며칠 전엔 갤럭시노트3 같은 최신 단말기를 공짜로 주고 현금 20만원까지 얹어주는 ‘마이너스폰’ 경쟁까지 벌어졌다. 한밤중에 군사작전을 방불케 한 이 출혈 경쟁을 두고 ‘2·11 보조금 대란’이란 이름까지 붙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어제 해당 통신사들에 대한 강력 제재를 미래창조과학부에 건의하기로 했다. 하지만 제재 효과는 미지수다. 벌금은 많아야 몇천억원인데, 고객 확보를 통한 통신사의 이익은 수조원에 달하니 보조금 경쟁이 사라질 리 없기 때문이다.

 통신 시장은 요금과 서비스 경쟁이 돼야 한다. 단말기 보조금 경쟁만 판을 치는 시장은 정상이 아니다. 보조금 경쟁 때문에 20~30대의 최신 단말기 구입 비용을 50대 이상 ‘호갱(호구+고객)’들이 대신 내주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내가 낸 비싼 통신요금이 다른 사람의 단말기 값을 깎아주는 데 쓰인다면 문제다. 우리 가계의 통신비가 평균 한 달 약 15만원으로 가계 소득의 7%를 차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2%보다 서너 배나 되는 것도 보조금 경쟁 탓이 크다. 지난해 이동통신 3사가 단말기 보조에 쓴 돈은 약 8조원으로 추산된다. 이를 요금 인하에 썼다면 세계 최고 수준인 가계 통신비를 상당 부분 낮출 수 있었을 것이다.

 정부의 통신요금 인가제 폐지 검토는 규제 철폐와 경쟁 유도란 점에서 바람직한 방향이다. 이를 계기로 통신 3사도 보조금 같은 소모적 경쟁보다 요금과 서비스 경쟁을 통한 소비자 이익 보호라는 본연의 역할에 집중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