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사체로 발견된 日내각부 공무원, 마스크쓰고 서울역 마트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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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초 국내에 입국했다가 보름 만에 일본 해안가에서 변사체로 발견된 일본 내각부 소속 공무원 S씨(30)는 국내 어디에서 누구를, 왜 만났을까. 서울지방경찰청 외사과는 일본 정부의 요청에 따라 파악한 S씨의 국내 행적에 관한 내용을 14일 일본 측에 통보했다. 경찰은 폐쇄회로TV(CCTV)와 호텔 체크인 기록을 바탕으로 S씨의 이동 경로를 확인했다.

하지만 지인을 만났다고 알려진 날(1월 7일)의 행적과 동행자 여부, 구체적인 동기는 여전히 확인되지 않아 의혹만 커지고 있다. 외사과 관계자는 “시신이 일본에서 발견됐고 당사자가 사망해 공소권이 없어서 동행자 여부에 대한 조사는 더이상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S씨는 숙소를 자주 옮기고 물건을 살 때 마스크를 쓰는 등 비밀스럽게 행동했다. S씨는 1월 3일 오후 6시 35분 인천공항으로 입국해 서울 북창동의 I호텔에 체크인 했다. 다음 날 여권을 넣어둔 캐리어 한 개를 이 호텔에 맡긴 채 명동의 K게스트하우스로 숙소를 옮겼다. 5일 서울역 대형마트에서 타일 작업용 장갑을 구입했다. 6일 오후 4시 남대문경찰서 서소문파출소에 들러 "입국 첫날 체크인 했던 I호텔에서 여권 케이스를 분실했다"면서 ‘분실신고필증’을 교부 받았다. 같은 날 성수동의 한 마트에서 검은 점퍼를 입고 마스크를 쓴 채 1인용 고무보트와 모터 엔진을 현금 100만원에 구입했다. ‘알렉스포’라는 가명을 썼다. 물건은 부산 T호텔로 배송해달라고 요청했다.

이후 S씨는 행적이 끊겼다가 이틀 만인 8일 K게스트하우스에서 체크아웃하고 숭례문 인근의 M호텔로 옮긴 기록이 나타난다. 그는 이날 오후 2시쯤 가방 두 개를 M호텔에 남겨둔 채 서울역 인근에서 커피를 마시고 부산으로 향했다. 경찰은 S씨가 남긴 가방 안에서 노트북과 고장난 아이패드를 발견했으나 별다른 흔적을 찾지 못 했다고 밝혔다. S씨는 부산에서 조명ㆍ엔진용 배터리 2개와 케이블을 구입 한 뒤 T호텔로 이동해 서울에서 배송 주문한 보트와 모터 엔진을 수령했다. 이후 행적이 끊겼다가 12일 만인 20일 일본 기타큐슈현 해안가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

경찰 관계자는 “스파이 혐의점은 발견되지 않았다”면서 “개인적 이유라는 일본 내각부의 발표와 같은 생각이고 일본에 몰래 가야할 사유가 있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밀항 브로커 접촉설에 대해서도 가능성이 낮다고 봤다.

S씨는 일본 내각부 산하 싱크탱크인 경제사회총합연구소 소속으로 작년 7월부터 미국 미네소타 대학에서 2년 일정으로 유학 중이었다. 지난 달 8~10일 서울 강남의 한 호텔에서 열린 한 학술 행사에 참석한다며 입국했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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