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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임금 정책의 반성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공금 상승율이 물가상승율과 생산성 상승율의 합계치 만큼만 되어도 경제적으로는 별로 모순이나 무리는 없다는 것이 널리 인정되고 있는 이론이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에는 물가상승율은 고사하고 노동생산성 향상율보다도 임금 상승율이 뒤지고 있는 것으로 판명되고 있다.
산은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73년 중에 노동 생산성은 광업 34.6%, 제조업 23.4%가 상승했으나 자금상승율은 광업 16.26%, 제조업 12.46%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실물면의 분배 관계는 물가상승율을 생각하지 않아도 매우 악화되고 있는 것이다. 그 위에 물가상승율 15.1%까지 계산한다면 임금 분배율은 광업 35%, 제조업 27%나 격차가 더 벌어지고 있는 셈인데 경기가 유사이래 좋았다는 73년도의 분배 관계가 그러하다면 경기가 반대로 매우 악화되고 있는 74년의 경우에는 얼마나 나빠지고 있는지 충분히 짐작할 만하다.
저임금을 기반으로 산업을 확장함으로써 고율 성장을 이룩하고 그를 전제로 해서 분배관계를 단계적으로 개선해 나간다는 기조가 수정되지 않는 한, 분배관계의 정책적인 조정을 크게 기대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경제기조가 그러하다 하더라도 노동 생산성 상승율의 절반 수준에도 미달되는 임금 상승율은 이해할 수 없는 조치라 하겠다.
무엇보다도 분배문제를 개선키 위해서는 기업풍토가 달라져야 할 것임을 강조한다. 저임금을 축적의 유일한 수단으로 생각하는 기업 풍토 하에서는 장기적으로 기술적 진보와 창조적인 기업 정신이 자극되지 못한다. 저임금은 오히려 방만하고 안일한 경영의 온상이 되어 기업의 능동적인 발전 잠재력을 해치게 된다는 것을 기업가들은 깊이 각성해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임금 분배율이 근본적으로 악화되도록 촉진한 요소로서 노동정책의 지나친 보수성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원래 정상적인 기업가 정신보다는 투기성·정상성에 더 기대를 걸어왔던 이 나라 경제사회 풍토의 과거사를 고려할 때 우리나라 기업가의 임금관은 처음부터 건전한 것이 될 수 없었다는 전제하에 노동정책이 전개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동안의 노동정책은 임금 억제를 전제로 한 것이지, 상대적 지위가 낮은 근로자를 보호하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이 아니었다. 그 때문에 낡은 기업가의 임금관·축적관과 노동 정책이 상승작용을 해서 분배율을 결과적으로 경기와 관계없이 악화시켜 온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의 경제 규모가 이제 저개발 단계를 벗어났다고 정부 스스로도 인정할 만큼 된 것이 사실이라 한다면 노동 정책의 차원을 기업가 보호에서 근로자 보호로 차차 전환시켜야 할 국면이 되었음을 주목해야 할 것이다.
끝으로 그러나 가장 중요한 점은, 「인플레」와 불황, 그리고 저임금과 실업이 한꺼번에 전개되고 있는 이 시점에서 임금·물가, 그리고 생산성의 관계를 과연 어떻게 조정해 나가는 것이 국민 경제를 위해 가장 바람직한 일이냐를 시급히 규명하는 일이라 하겠다.
수출 둔화·재건 축채, 그리고 도산이 진행되는 이 시점에서 대폭적인, 임금 조정에 애로가 있는 것을 물론 부인할 수는 없다. 그러나 경제의 논리는 냉엄해서 호황기의 이득 중 큰 몫은 소수 상층에 집중되는 반면, 불황기의 피해는 하층 대중에 먼저 파급되는 경향이 뚜렷한 것이므로 실업확대와 실질임금의 저하, 분배 관계의 가일층의 악화를 정책이 억제하고 개선시켜 나가야 하는 것도 또한 불가피하다.
요컨대 불황의 심화를 저지시킬 새로운 경제정책의 전개와 병행해서 분배관계의 악화를 방지할 양면정책이 추진되어야 이 난국을 합리적으로 극복해 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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