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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열릴 로마 식량회의…그 실상 비상 점검|식량 무기화|미국의 농업정책과 그 배경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세계적으로 식량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는 가운데「유엔」이 주재하는 세계 식량회의가 11월5일부터 16일까지 이태리「로마」에서 열린다. 회의를 앞두고 식량 문제의 실상을 점검해 본다. <편집자주>
『식량을 생산하기 위해서는「에너지」가 필요하듯이「에너지」를 생산하는 데도 식량이 필요하다. 식량과「에너지」는 인류 생존을 위한 불가결의 요소이며 따라서 이를 둘러싼 제 문제는 협력을 기초로 해결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포드」미 대통령은「유엔」총회 연설을 통해 미국의 농정 방향을 명백히 했다. 산유국이 석유 무기화를 고집할 경우 미국은 식량을 무기화 하겠다는 것이다. 미국에 있어서 식량은 중요한 전략 물자의 하나다.
국제수지 개선 수단으로서 중요시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산유국과 소련에 대해서는 외교의 무기로 활용되고 있다.
73년 현재 미국의 총 수출액은 7백2억「달러」.
이 가운데 농산물은 1백77억「달러」로 전체의 4분의 1을 차지했다.
농산물을 국제수지 개선수단으로 이용한 것은 73년부터.
일본과 구주공동시장(EEC)의 추월을 받아 공산품에 대한 우위성을 상실한 미국으로서는 농산물 수출 증대를 통해 국제 수지를 개선할 수밖에 없었다.
73년6월27일 대두 면실유의 수출금지를 시발로 7월5일에는 41개 농산품 수출을 통제했다.
이와 함께 55년 이후 거의 20년간 계속해 왔던 날서 농산물 수출도 중단했다.
이 같은 농산물의 전략 물자화가 성공, 71년 현재 78억「달러」에 지나지 않았던 농산물 수출액은 불과 2년만에 1백77억「달러」로 2백27%의 신장율을 기록하게 됐다.
농산물의 수출 전략 물자화 성공은 외교의 무기화로 승계되기에 충분했다.
지난 10월7일 미국은 소련에 대한 3백20만t의 곡물 수출을 중단했다.
뒤이어 중공과 산유국에 대해서도 동일한 조치를 취했다.
「포드」대통령의「유엔」총회 연설, 「키신저」국무장관의 석유가격 인하 주장, 식량 수출 통제 등 일련의 조치는 식량 무기화를 위한 계획된「코스」라는 의견이다.
대 산유국 곡물 수출 통제는『눈에는 눈』, 석유 무기화에는 식량 무기화로 대응한 것이며 소련에 대한 식량 무기화는 제3세계에 대한 소련의 곡물 원조를 통한 포석을 견제하고 또 유태인 출국 문제 등을 둘러싼 미·소간 교섭에 있어서의 정치적 흥정인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미국의 식량 무기화는 세계 농업에서 차지하는『실력차』로 보아 다탄두 핵「미사일」이상의 위력을 발휘할 것이 틀림없다.
74∼75년도 세계 곡물 사정을 기준 할 경우 소맥은 세계 생산총량의 13%, 콩은 67%, 옥수수는 47%, 쌀은 1.3%를 각각 차지하고 있다.
수출량에 있어서는 미국의 비중이 더욱 커 소맥은 세계 전체 교역량의 49%, 콩은 85%, 옥수수는 87%, 그리고 쌀도 22%나 차지하고 있다.
미국이 식량을 세계 전략의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이 같은 비중 때문이며 또 세계를「핵우산」아닌「식량우산」아래 두는 것도 가능한 것이다. <김두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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