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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주식은 고혈압을 낳는다"|손의석 박사(백병원내과부장) 발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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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서양인에게 고혈압과 동맥경화증이 흔한 것은 쇠고기를 비롯한 육류의 지나친 섭취 때문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그다지 육류를 섭취하지 않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고혈압과 동맥경화증이 많은 이유는 무엇일까.
다른 식품에 비해 밥을 너무 많이 먹기 때문에 우리니라 사람에게도 고혈압과 동맥경화증의 발생 빈도가 높다는 것이다.
이같은 사실은 손의석 박사(백병원 내과부장)가 최근 발표한『한국인 고혈압증과 동맥경화증에 관한 연구』라는 논문에서 밝혀졌다.
손 박사는 1백7명(평균 연령37.3세)의 정상인과 1백2명(평균연령 52.4세)의 고혈압 환자의 혈액을 검사, 고혈압 촉진 인자로 알려진「콜레스테롤」과「트리글리세라이드」의 평균치를 비교한 결과 정상인이나 고혈압 환자나 모두「콜레스테롤」보다「트리글리세라이드」의 평균치가 비정상적으로 높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즉「콜레스테롤」과「트리글리세라이드」의 평균치는 정상인이 각각 1백72±38.9, 1백21.8±47.4이고 고혈압 환자의 경우는 각각 2백17.7±53.2, 1백81.9±1백5.5였는데 이러한 수치를 분석하면 한국인에 있어서「콜레스테롤」평균치는 서양인에 비해 비교적 낮은데 비해「트리글리세라이드」의 평균치는 월등히 높다는 것. 「콜레스테롤」은 동물성지방의 대사 결과 생산되고「트리글리세라이드」는 탄수화물의 주성분의 분해산물이다.
따라서 손 박사는 동물성지방이 함유되어 있는 육류를 다량 섭취하는 서양인에게「콜레스테롤」성 고혈압이 많은데 비해 탄수화물 덩어리인 밥을 주식으로 하는 우리나라 사람에게「트리글리세라이드」성 고혈압이 많은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지금까지 고혈압과 동맥경화증이 「콜레스테롤」과 밀접한 관계에 있다고 주장한 외국 학자들의 견해에 따라 국내에서는「콜레스테롤」을 정상으로 되돌리는 치료법에 역점을 두었으나 이번 연구결과 우리나라 사람의 경우「콜레스테롤」보다는 오히려「트리글리세라이드」의 수치에 역점을 두어 탄수화물이 듬뿍 들어 있는 밥의 양을 줄이고 설탕 섭취를 제한해야 할 것이라고 손 박사는 결론짓고 있다. 한편 고혈압과 동맥경화증의 합병증을 비교해 보면 구미인에게는 주로·심근경색과 같은 심혈관 합병증이 많은데 우리나라 사람에게는 뇌졸중(중풍)이 많은 특징을 보이고 있다는 사실도 아울러 밝혀졌다.
손 박사는 고혈압의 합병증으로 뇌졸중을 우리나라 사람에게서 많이 보는 이유는「콜레스테롤」보다「트리글리세라이드」와 밀접한 관계가 있으나 확실치는 않으나 아마도 다른 식품에 비해 주식을 밥에 너무 의존하는 우리네 식생활 탓이 아닌가 추정하고 있다.
따라서 고혈압과 동맥경화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밥을 적게 먹고 대신 채소류를 다량 섭취해야 한다는 게 손 박사의 처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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