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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기류의「개헌특위」결의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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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국회는 23일부터 각 상위별로 이른바 신민당의 정치 의안의 심의에 착수, 정국의 최대「이슈」로 등장한 개헌 문제에 손을 대게 됐다. 여야는 10월21일부터 오는 12월2일까지의 국회운영 일정에는 합의하고 있으나 개헌문제를 포함한 정치의안의 처리 결과에 따라서는 국회운영에 난기류를 몰고 올 위험성도 안고 있다.
여야는 10월21일부터 오는 12월2일까지를 정기국회의 2단계 기간으로 잡고 ▲23일부터 31일까지 정치 의안을 포함한 일반 안건을 다루고 ▲11월1일부터 16일까지는 새해 예산안의 상위 예심을 끝내며 ▲11월18일부터 28일까지는 예결위에서 예산안을 종합 심사하고 ▲11월19일부터 12월2일까지는 본 회의에서 예산안과 의안을 처리하기로 합의, 이 같은 합의내용을 국회운영위의 의결로 공식화했다.

<극한 투쟁 나올까 우려>
그러나 이 합의내용은 신민당이 내놓은 정치의안이 여당 측에 의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또는 예정한 1주 동안 각 해당 상위에서의 처리가 지연될 경우 전반적인 재조정이 불가피하다. 말하자면 정치의안을 다루는 앞으로의 1주는 정기국회의 순항 여부뿐 아니라 앞으로의 정국 기상까지 좌우할 중요한 기간이라고 볼 수 있다.
문제의 정치 의안은 ▲개헌기초 심의특위 구성 결의안 ▲국회법 개정안 ▲법원 조직법 개정안 ▲형사 소송법 개정안 ▲보위법 폐지법 ▲국회에서의 증언 및 감정에 관한 법안 ▲비상사태 해제 건의안 ▲정치범 석방 및 사원에 관한 건의안 등.
이중에서도 신민당이 가장 역점을 두는 것은 개헌 특위 구성 결의안이다.
개헌문제가「클로스업」됨에 따라 다른 정치 의안은 상대적으로 중요성이 떨어졌으며 여야간의 쟁점도 개헌문제 하나로 집약되고 있는 형편.
여야는 아직 이 문제에 대해서로 상대방의 반응을 조심스레 타진하고 있을 뿐「된다」「안 된다」의 단정적인 결론은 내리지 않고 있다.
야당이 문제 제기를 해 놓아 여당이 이 문제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가 정국의 과제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여당권은 아직 대응전략이 구체화되어 있지 않은 단계. 개헌특위를 받아들이는 경우와 거절하는 경우, 그리고 받아들일 때의 명칭·구성·활동한계 등 모든 문젯점을 분석, 검토하고 있는 것 같다.
여당이 특위구성을 반대한다면 운영위에서 유정·공화의 다수결로 부결시기거나 폐기시키면 가장 쉽게 야당의 개헌전선을 봉쇄할 수 있다. 이 경우 야당의 원외활동 등 극한투쟁과 이로 인한 파국을 예측할 수 있기 때문에 보다 온건한「특위」구성 수락 전략이 나와질 수 있다.
특위구성 원칙을 받아들이더라도 명칭을「개헌」「기초」아닌「헌법」「연구」등으로 고치자고 나설 수 있고 특위 구성비율도 여야 5대5가 아닌 공화·유정·신민의 의석 비율에 의한 구성을 대안으로 내놓을 수 있다.
또 특위를 구성하는 경우에도 우선 소위에서 세부 문제를 다루도록 할 수 있으며 활동시한을 장기로 잡거나 개헌 내용을 검토하는 단계에서 명분을 내세워 중단시킬 수도 있다.

<구성해도 활동에 제약>
따라서 여당권이 정말 개헌할 생각을 갖고 있느냐가 가장 큰 관심사다. 김종필 총리 등이『정부는 개헌할 생각을 갖고 있지 않다』고 말하는 것은 개헌론의 완전 부정형. 그러나 이효상 공화당 의장 서리 등 일부 여당 간부들은 시기가 문제일 뿐 개헌론은 제기될 수도 있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어느 간부는『대통령 임기가 끝나는 78년의 1, 2년 전에 가서 개헌을 할 수도 있다』고 했다.
이런 여당권의 반응으로 최소한 현재로는 개헌에 응할 수 없다는 기본 입장이 뚜렷이 드러나 있다.
이런 기본입장을 바탕으로 대응전략이 세워진다고 보면 여야권이「특위」구성을 수락한다고 하더라도 활동범위나 역할에 큰 제약이 가해질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정치의안을 놓고 협상을 벌일 경우 개헌특위 구성 결의안 문제는「개헌한다」는 전제 아래 특위를 구성토록 한 신민당 안을 수정, 「개헌문제를 연구」할 특위를 구성한다는 선에서 절충할 수 있다고 보는 이도 있다.
개헌문제가 절충될 수만 있다면 다른 의안은「케이스·바이·케이스」로 쉽게 조정될 수 있음은 물론이다.
여야는 정치의안을 둘러싼 심각한 대립 속에서도『모든 정치문제를 원내에서 논의한다』는 원칙론에는 기본적으로 견해를 같이하고 있다.

<여야 태도가 최대 관심사>
신민당은 개헌추진기구를 당 내외에 설치하는 등 원외투쟁의 태세도 갖추고 있지만 가급적 원내에서의 문제 해결을 희망하고 있다. 이점은 어떤 의미에서 김영삼 총재의 체질인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여당 측이 정치의안에 끝내 신축성을 보이지 못할 경우 신민당은 싫더라도 원내외 투쟁으로 전환하지 않을 수 없게 되고 정국은 예측할 수 없는 변화선로로 줄달음질할 것이 뻔하다.
특히 최근의 학원·종교계 등 재야에서 일고 있는 동요는 문제에 임하는 여야의 자세에 적잖은 영향을 주고 있다. 여당이 정치 의안에 대해 전례없이 신중한 자세를 보이는 것도 단순히 신민당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 아니라 시국 수습이란 차원에서 문제를 검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봐야 할 것 같다. 그런 점에서 정치 의안을 둘러싼 여야의 태도는 국민적 관심사로 대두하고 있는 셈이다. <송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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