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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삶, 좋은 책] (1) 데일 카네기 『걱정하기 그만두고 살기 시작하는 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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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 카네기.

“걱정도 팔자다”라지만 설이 막 지났는데 추석을 걱정한다. 지난해 말 대리로 승진했는데 ‘만년과장’으로 직장 생활을 마감하게 되지는 아닐까를 걱정한다.

적당한 걱정은 삶에 자극을 준다. 생산성도 올라간다. 내 삶에 뭔가 문제가 있다는 경고음이기도 하다. 걱정이 지나치면 약물 투여나 심리적 상담 치료가 필요한 범불안장애(汎不安障碍, Generalized Anxiety Disorder, GAD)에 빠질 수도 있다.

걱정은 그림자처럼 피할 수 없지만 좋은 책 한 권으로도 얼마간 걱정을 누그러뜨릴 수 있다. ‘자기계발의 아버지’ ‘자기계발의 메시아’라 불리는 데일 카네기(1888~1955)가 지은 『걱정하기 그만두고 살기 시작하는 법(How to Stop Worrying and Start Living』(1948, 이하 『걱정 그만』)이 그런 책이다. 우리말로는 『자기관리론』이라는 제목으로 번역됐다.

데일 카네기의 대표작은 사실 전 세계에서 수천만 부가 팔린 『친구를 얻고 사람을 움직이는 법(How to Win Friends and Influence People)』(1936)이다. 우리말 제목이 『인간관계론』인 이 책은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도 읽었으며 워런 버핏, 리 아이아코카의 대중 공포증을 없애 준 책이다.

『걱정하기 그만두고 살기 시작하는 법』의 영문판(왼쪽)과 한글판.

독서에 어떤 목표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좋은 책을 읽으며 즐거움을 누리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하지만 책에는 인생에 적용 가능한 지혜가 있고 지식이 있고 요령이 있다. 중앙일보 천안아산&은 세계의 고전과 명저에서 삶의 지침을 뽑아내는 이 연재물을 기획했다.
걱정을 달고 살던 사람들은 『걱정 그만』을 선호한다. 읽고 또 읽는다. 실생활에서 적용 가능한, 그리고 효험이 입증된 여러 걱정 처리 요령을 제시하기 때문이다. 책의 마지막 6분의 1은 명사들의 실제 걱정 극복기다. 일의 조직·위임·감독 요령도 알려준다. 당장 필요한 일거리 서류를 제외하곤 책상을 치우라고도 권고한다.

아무리 위대한 명저도 몇 마디로 요약하면 별 게 없다. 『친구를 얻고 사람을 움직이는 법』도 ‘실망스러울’ 정도로 간단하다. 이런 내용이다. 웃어라. 친절하게 사람들을 대하라. 말싸움 하지 말라. 절대 남의 잘못을 지적하지 말라. 『걱정 그만』도 어쩌면 우리가 모두 아는 내용이다. 카네기는 “우리가 대해야 하는 사람이라는 생명체는 논리가 아니라 감정의 동물이다”라고 했지만 『걱정 그만』은 우리 이성에도 호소한다. 이 책의 힘은 위인들의 언행을 인용하며 우리를 논리적으로 설득하는 데 있다.

기자는 이 책을 대학 1학년 때 읽었다. 수십 년 동안 써먹은 요령은 최악의 결과를 생각해보면 사실 별게 아니라는 것이다. 걱정할 게 없다는 말이다. 카네기는 이렇게 말한다. “최악의 상황을 받아들이는 순간 더 이상 잃을 것이 없게 된다. 그리고 이는 자동으로 뭐든지 얻을 것만 남게 된다는 걸 의미한다.”

사람은 생각하는 동물이다. 생각이 힘이다. 카네기의 말처럼 “우리가 어떤 사람이 될 것인지를 결정하는 건 우리의 생각이다.” 어떤 사람이 될 것인가. “무슨 일이 생기든 ‘나’로 남으라. ‘딴 사람’이 되지 말라”라는 게 카네기의 권고다. 보다 나다운 나, 평소에 되고 싶었던 나가 되라는 것이다.

『걱정 그만』은 옛날 책이라 표현이 거친 면도 있다. 걱정의 한 축을 이루고 있는 ‘원수’에 대해서 이렇게 말한다. “우리가 원수들을 미워한다는 것은 원수들이 우리를 좌지우지할 힘을 주는 것이다. 우리의 수면·식욕·혈압·건강·행복을 해칠 힘 말이다.” “우리의 모든 약점을 찾아내 고치자. 우리 원수들이 ‘지적질’을 할 기회를 얻기 전에 말이다.” 카네기는 아이젠하워의 다음 말도 인용한다. “우리가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을 생각하는 데는 단 1분도 허비하지 말자.”

원수를 생각할 시간이 있으면 오늘을 생각해야 한다. 카네기에 따르면 ‘죽은 어제(dead yesterdays)’ 때문에 괴로워하고 ‘아직 태어나지 않은 내일(unborn tomorrows)’을 걱정하는 것은 아무 쓸 데가 없다. 그는 “‘오늘’은 ‘어제’ 여러분이 걱정하던 ‘내일’이라는 것을 기억하라”며 “우리가 가진 것 중에 가장 소중한 건 ‘오늘’이다. 우리가 확실하게 가지고 있는 것은 오직 ‘오늘’ 뿐이다”라는 점을 상기시킨다. 어제와 내일에서 해방되면 현자가 된다. “현명한 사람은 매일 매일 새로 태어난다.”

그렇다면 오늘 할 일은 무엇인가. 결정이다. 카네기 자신의 경험에 따르면 명확한 결정을 내리는 순간 걱정의 50%는 사라진다. 결정을 실행해 옮기기 시작하면 걱정의 40%는 사라진다. 결정과 실천은 다음 순서대로 하면 된다. ①내가 무엇을 걱정하는지 구체적으로 글로 써본다. ②걱정을 없애기 위해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쓴다. ③무엇을 할 것인지 결정한다. ④결정한 바를 즉시 실행하기 시작한다.

결정을 내렸건 아직 못 내렸건 뭘 해야 할까. 바쁘게 사는 것이다. 바쁘면 걱정할 틈이 없다. 카네기는 이렇게 말했다. “행동하지 않는 데서 의혹과 두려움이 생긴다. 행동은 자신감을 낳고 용기를 낳는다. 두려움을 정복하려면 집에 앉아 생각만 하지 말고 밖으로 나가 바쁘게 움직여라” 카네기는 “아는 것은 힘이 아니다. 실천하기 전까지는”이라고도 말했다.

카네기는 개방적 신앙인이었다. 개신교 신자였으나 오후에는 종종 인근에 있는 가톨릭 대성당에 가서 기도했다. 『걱정 그만』에는 고대 인도의 시인·극작가 칼리다사의 시를 인용했고 이슬람의 선지자 무함마드가 한 이 말도 나온다. “사람들의 얼굴에 기쁨의 웃음을 선사하는 것. 그게 선행이다.”

김환영 기자

◆데일 카네기는 … 미국 미주리주의 가난한 농가에서 태어난 카네기는 왜소한 체격에 운동도 잘 못했다. 그는 열등감을 극복하기 위해 사범대를 다닐 때 토론서클에 가입하기도 했다. 대학을 중퇴한 후 동부로 떠나 카네기는 1912년부터 뉴욕 YMCA 지부에서 연설·화술 강의를 시작해 성공의 발판을 마련했다. 원래 이름을 ‘Carnegey’라고 표기했던 그는 이름 철자를 1919년 강철왕 앤드루 카네기(1835~1919)와 같은 ‘Carnegie’로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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