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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은 섹스마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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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20살 ‘귀요미’ 예솔입니당. 163㎝·45㎏·B컵, 얼굴은 귀염둥이, 성격 밝고 활달.”

12일 취재팀이 구글 앱스토어에서 내려받은 W유흥업소 소개 애플리케이션(앱)에는 속옷 차림의 여성 사진 수백 장이 떠 있었다. 사진을 클릭하면 나이·키·몸무게·가슴 사이즈와 함께 서울 강남 등 여성의 대략적인 현재 위치까지 떴다. 해당 글에는 “‘오피걸’(오피스텔에서 성매매하는 여성)이에요?” 등 성매매 문의를 하는 댓글이 달렸다. 앱 관리자는 “일단 1566-XXX의 콜센터로 전화 달라”고 답을 달아놓았다. 이 앱은 내려받고 접속하는 데 별도의 성인 인증을 요구하지 않았다. 스마트폰에 앱만 설치하면 누구나 쉽게 이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최근 스마트폰을 이용한 성매매 산업이 급속도로 확대되고 있다. ‘스마트(Smart)’폰이 ‘섹스마트(Sex-mart)’폰의 줄임말이라는 지적이 나올 정도다. 구글 앱스토어에 ‘업소’ ‘밤알바’ 등의 단어를 쳐 보니 성매매 알선, 성매매 업소 구인구직 앱 수십 건이 바로 뜬다.

 해외 원정 성매매 업소를 소개하는 앱도 등장했다. 한국 남성들을 상대로 한 필리핀의 앙헬라스 지역이나 태국 방콕의 주요 성매매 업소를 소개하는 식이다. 현행법상 성매매나 성매매 업소에 대한 광고를 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하지만 워낙 앱의 개수가 많고 유형이 다양하다 보니 단속이 쉽지 않다.

  성매매 업소들은 단속을 피할 목적으로 이런 앱을 고객을 유인하는 수단으로 이용한다. 최근 서울 중부경찰서가 이런 앱 개발자 김모(23)씨와 김씨에게 제작을 의뢰한 광고업체 대표 정모(32)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은 성매매 업소를 광고하는 앱을 만들어 성매매 업소 228곳으로부터 광고료 5000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다. 이들은 키스방은 5만원, 성매매 업소에선 10만원을 받고 광고를 실어줬다. 6개월간 이 앱 다운로드 횟수만 3만 8125건이었다.

 성매매 업소 용어를 망라한 ‘밤문화 용어사전’ ‘신음소리 모음 앱’ 등 신·변종 성인 앱도 넘쳐난다. 이런 무료 포르노 앱은 광고를 삽입하거나 유료 포르노 사이트로 연결해 주는 식으로 불법 수익을 올리고 있다. 임종인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장은 “악성코드가 숨겨진 광고를 심어 스미싱에 이용하거나 개인 정보를 빼내기도 하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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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학생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스마트폰 ‘랜덤채팅’도 청소년 성매매 범죄의 통로로 이용되고 있다. 이는 회원 가입 없이 전화번호·주소 등 개인 정보를 입력하지 않고도 채팅방에 입장해 무작위로 대화하는 게 가능하다. 중학생 A양(14)은 “랜덤채팅을 통해 ‘만나주기만 하면 돈을 준다’는 사람이 있어 호기심에 나갔더니 나이 많은 아저씨가 나왔더라. 그제야 무슨 의미인 줄 알고 도망쳤다”는 글을 네이버 카페에 올렸다.

 실제로 취재팀이 한 채팅 앱에서 ‘19살 여고생’으로 본인 정보 설정을 해보니 자신을 학원강사, 대기업 직원이라고 밝힌 20~40대 남성 수십 명이 조건만남을 제의해 왔다.

 관련 범죄도 부쩍 늘고 있다. 지난해 광주에서는 조건만남 스마트폰 앱을 통해 가출한 10대 소녀 두 명에게 성매매를 시킨 대학생 김모(20)씨가 구속됐다. 이경화(58) 학부모정보감시단 대표는 “청소년용 스마트폰을 마련해서라도 조건만남 채팅 앱과 음란성 앱을 원천적으로 다운로드할 수 없게 하는 등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유정·고석승 기자
[사진 JTBC 아침& 뉴스 캡쳐]

신·변종 성인 앱 급속 확산
조건만남, 해외 성매매, 키스방 …
앱 깔았다 악성코드 감염되기도
청소년 다운 금지 등 대책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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