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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등 자유권은 천부적 권리지만 여건 따라 다 누릴 수 없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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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지금 우리 나라는 확실히 난국에 처해있고 지금은 비상시국이다.
외국의 일부학자나 시사 평론가들은 미국과 중공이 관계를 개선하고 미-소가 접근하고 있으니까 김일성이도 전쟁을 하지 못할 것이라고 마치 수학의 공식을 풀 듯 한반도 정세를 말하는 사람이 있는데, 우리의 안보를 이 사람들의 생각에 맞도록 해나간다면 일이 잘못됐을 경우 피해를 보는 것은 우리들 자신인 이상 우리의 안보는 우리의 판단과 책임에 맡겨야한다.
그러면 이 난국을 극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이 언론의 역할이다.
정부와 국민이 보다 더 가까워질 수 있도록 묶어두는 것이 지금 우리 나라 언론이 부여받고있는 사명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지금까지 우리 언론계가 이런 면에서 잘해왔으나 돌이켜보면 간혹 그렇지 못했던 사례도 없지 않았다.
내가 가끔 청와대 특별보좌관들에게 학계 인사들과 만나 의견을 듣고 대화를 나눔으로써 정부에서 생각하는 것과 거리가 있을 경우 이를 시정하거나 거리를 좁히도록 해왔는데, 이들이 만나고 난 속기록을 보면 어떤 학자는 엉뚱한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된다.
이런 교수가 학생을 가르칠 때 학생들이 그릇된 안보관을 갖게되는 것도 무리가 아닐 것으로 본다.
학자들 중에는 북한 공산주의자들과의 대결에 있어 가장 강한 무기가 자유라고 얘기하고있는데 지금 우리가 위협받고 도전 받고 있는 자유는 우리민족 전체의 생존여부의 자유권이다.
이점을 인식하지 못하고 환상적인 자유주의 사상에 빠져있으면 북한 공산주의자들로부터 우리의 가장 기본적이며 가장 중요한 자유인 생존의 자유를 박탈당하는 비극을 초래하게 될지도 모른다.
언론계 안에도 요새 갓 대학을 졸업하고 새로 들어온 기자들 중에는 이 같은 난국의 본질과 현 유신체제의 불가피성을 이해하려 들지 않고 취재를 한답시고 각 대학에 다니면서 학생들을 마치 선동하려는 듯한 행동을 하는 사람이 있다고 들었다. 여러분들은 이러한 새로 시작한 기자들의 행동을 잘 타일러서 그런 일이 없도록 해야할 것이다.
문제는 현 유신체제의 불가피성을 의식적으로 왜곡하고 이해하려 들지 않는데 있다고 본다.
언론의 자유가 소중하다는 것을 나는 누구보다도 더 잘 알고 있다. 언론의 자유뿐 아니라 모든 자유는 그 국가와 그 사회의 환경과 여건과 역사적 현실에 따라서 나라마다 다 똑같을 수 없으며 정도의 차이는 있을망정 불가피 제한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자유권은 인간의 천부적 권리다. 그러나 인간의 천부적 권리라고 해서 그 국가의 현실과 여건과는 관계없이 모든 나라의 사람이 똑같이 향유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그야말로 환상적인 생각이다.
우리는 지금 북한 공산주의자들로부터 우리 민족의 생존의 자유권 그 자체를 위협받고 있는 여건 하에서 어떻게 안보상의 직접적인 위협이 없는 미국사람들과 똑같은 자유를 향유할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는가. 만일 그것을 분별없이 추구하다가는 우리는 북한공산주의자들에게 생존의 자유권을 송두리째 뺏기고 말게될 것이다.
이러한 비극이 발생하지 않도록 우리는 지금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고 그 노력이 바로 유신이념이다. 이점을 인식하지 못한다면 유신의 당위성을 이해할 수 없게되고 이 난국을 극복하려는 자세가 확립될 수 없는 것이다.
나는 우리국가의 여건이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최대한으로 언론의 자유를 보장하려 하고있다. 그러나 국가의 안전보장을 위협받으면서까지 허용할 수는 없는 것이다. 가령 미국이 1백%의 언론자유를 누리고 있다면 북한에는 거의 제로의 언론자유를 갖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처럼 1백%의 언론자유를 누리면서도 북한과의 대 결에서 이길 수만 있다면 얼마나 다행스런 일이며 누가 이것을 바라지 않겠는가. 그러나 불행하게도 우리의 모든 현실은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부득이 커다란 자유, 기본적인 자유 즉 우리의 생존의 자유권을 지키기 위해서 일부의 자유권을 자제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나는 언론계 간부 여러분들은 이런 점을 확고히 인식하고 계실 것으로 믿지만 밑에서 일하고 있는 몇몇 기자 중에는 아직도 이것을 이해 못하고 말썽을 부리고있는 것으로 안다.,
첫째, 정부는 다시 되풀이하지만 국가의 여건이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언론의 자유를 최대한으로 보장하겠다.
그러나 국가안보에 위태로운 영향을 미치는 것에 대해서는 언론계가 자율적으로 그와 같은 보도나 논평은 자제해 주어야 한다.
이것은 정부를 위해서 한다기보다 우리 민족, 우리 국가, 사회의 생존의 자유권을 지키기 위해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언론계 스스로를 위하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책임지고 자율적인 자제를 해주기 바란다. 어느 것이 안보를 위태롭게 하는 것이냐는 한계는 언론계와·정부간의 상호협조로 능히 해결될 문제라고 본다.
둘째 현재의 국내외 여건으로 볼 때 유신체제에 대한 여하한 형태의 도전도 용납할 수 없다 .현 유신체제의 기본은 지난번 국민투표로 확정된 현재의 헌법이다. 따라서 이 헌법의 절차와 헌법이 규정하는 것 이외의 어떠한 방법이나 형태이건 간에 유신체제에 대한 도전은 용납하지 않겠다.
이런 행위에 일부 젊은 기자들이 동조하고 있다고 들리는데 여러분들이 그들을 타일러주어야 할 것이다.
민심과 사회가 소란해지면 이득을 볼 사람은 오직 북한공산주의자들 뿐이다. 이런 점에서 언론계는 확고한 자세를 가지고 민심 소란이라든가 사회 소란이 일어나지 않도록 국민들을 계도해주어야겠다.
세째, 언론계는 국민이 단합할 수 있도록 유도해 주어야 한다. 국민이 단합할 수 있으려면 국민이 정부를 불신하지 않도록 만들어야한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여러분께 정부가 잘못하는 것을 잘한다고 써달라는 것은 아니다. 사실 그대로만 써달라는 얘기다. 그렇게 하는 것이 정부에도 도움이 된다.
지금까지는 언론이 침소봉대 하고 과장선동해서 정부와 국민사이의 거리를 멀게 만든 기사가 여러 가지 있었다.
이것은 국민총화와 국민 단결에 역행하는 것이다. 한 예로 지난번 보석밀수사건 때 어느 장관 집에서 1억 원의 수표·현금이 나왔다는 낭설이 유포되었는데 이것은 사실 무근인 것으로 판명됐는데 그 진원을 캐어보니 실제로 가택수색을 하기 2일전부터 이러한 낭설이 유포되었고 모 야당 정치인이 신문기자에게 가택수색을 하기 2일전에 이미 얘기한데 있었다. 앞으로는 국민과 정부의 거리를 갈라놓지 말고 국민총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보도를 해주어야겠다.
넷째, 우리 사회에서 사대주의사상을 뿌리 뽑는데 언론계가 수범해야할 것이다.
역사적으로 볼 때 우리나라는 항상 강대국에 눌려 살아와서 그런지 몰라도 해방 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아직도 우리사회에는 사대주의 사상이 상당히 남아 있다.
자기집안에 무슨 일이 생겼을 때 걸핏하면 남을 불러들여 일을 치러 보겠다는 비굴한 생각을 청산해야한다.
국내문제에 있어서 자기 힘이 달린다고 미국의 눈치나 보고 미국의 힘을 끌어들여 보겠다는 인사가 정치인중에 있다면 그 사람은 우리의 역사를 올바로 알지 못하는 사람이다.
일본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지난번 8·15 사건을 계기로 얼마나 국력이 귀중하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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