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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낮 어린 3남매·가정부 피살 어제 하오 서울 화곡동서 3·2·1살 박이…나들이 갔던 어머니가 발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4일 하오 5시30분쯤 서울 영등포구 화곡동 421의29 전종철씨 (35·서울 종로구 청운동 7 소재 말일성도교회 「성도의 벗」 출판사 번역부장) 집에서 전씨의 장녀 수진 양 (3), 장남 성표 군 (2), 2녀 수현 양 (9개월) 3남매와 가정부 이은숙 양 (14) 등 4명이 살해돼있는 것을 외출하고 돌아온 전씨의 부인 차영심 씨 (28)가 발견했다. 경찰은 수진 양 등 3남매가 물이 가득 찬 욕조 안에 처박혀 익사체로 발견되고 가정부 이양이 얼굴에 19곳이나 흉기에 찔려 숨진 것으로 보아 일단 원한 또는 치정에 의한 살인으로 보고 수사에 나섰다.

<발견 및 신고>
이날 전씨의 부인 차씨는 시숙 전종령 씨 (41·영등포구 시흥2동 89)의 생일잔치에 참석키 위해 아침에 집을 나가 하루종일 집을 비웠다가 돌아오는 길에 인근 「슈퍼마켓」에서 어린 자녀들의 과자와 찬거리를 사들고 집에 돌아왔다.
처음 「벨」을 약2분간 눌렀으나 안에서 인기척이 없어 차씨는 갖고 있던 열쇠로 대문을 열고 집안으로 들어섰으나 현관문이 반쯤 열려있고 응접실·안방 등에 어린이들의 인기척이 없어 욕실 겸 변소의 문을 열었다. 이때 욕조 안에 빠져 익사, 둥둥 떠있는 어린이들을 발견하게된 차씨는 늘라 뛰쳐나가 "사람 살려라"고 고함을 쳤다.
차 여인의 고함을 듣고 집 앞에 있던 이웃 김미애 씨 (30·여) 인부 박영국 씨 (27) 방범 비 수금원 송광용 씨 (30) 등이 차례로 달려갔다. 이들은 반쯤 정신이 나간 차씨를 부축해가며 차씨의 세 자녀를 5백m쯤 떨어진 안세 소아과 (원장 안창환·60)로 옮겼으나 이미 숨져있었다.
시체를 검안한 안씨는 장남 성표 군은 목에 졸린 흔적이 있으며 수진 양 자매는 물을 먹고 익사한 것으로 추정했다.
병원으로 시체를 옮긴 후 방범대원 송씨가 경찰에 신고했다.
차씨는 하오 5시40분쯤 남편 전씨 직장에 전화로 이 참변 소식을 전하고 성표 군을 2km 떨어진 국군 통합병원으로 옮겼으나 역시 절망적임을 알고 실신, 하오 6시40분쯤 경찰에 의해 한강 성심병원에 입원했다.
신고를 받고 달려온 경찰은 하오 5시45분쯤 집안을 뒤져 가정부 이양이 지하실에서 숨져있는 것을 발견했다.

<목욕탕 바닥엔 피>현장
수진 양 등 3남매는 목욕탕 욕조 안 깊이 70cm 쯤 물에 거꾸로 머리를 처박혀 숨져 있었다.
이들은 옷을 그대로 입은 채 숨져 있었으며 외상은 없었다. 목욕탕 「타일」 바닥에는 범인이 피묻은 바지를 씻은 듯 물이 흥건히 괴었고 군데군데 핏자국이 남아 있었다. 가정부 은숙 양이 숨진 지하실은 주방 아래쪽 「보일러」실과 붙은 2평 크기의 창고. 은숙 양은 계단 쪽 「콘크리트」 바닥에 엎어진 채 얼굴과 머리 등에 19군데를 무수히 난자 당한 처참한 모습이었다. 「시멘트」 바닥에는 피가 흥건히 번졌고 계단 옆벽에도 핏자국이 얼룩져 은숙 양이 심하게 반항한 듯했다. 입은 옷은 그대로 였으며 치마가 반쯤 걷혀 올라간 채 「팬티」가 밖으로 보였다.
현관입구 신발장 위에는 길이 30cm 가량의 식칼이 놓인 채 그 곁에는 피 묻은 휴지가 함께 버려져 있었다. 안방 책상 위에는 현금 7만4천5백 원과 통장 등이 들어있는 부인 차씨의 검은 「핸드백」이 그대로 있었고 마루 응접실에는 녹음기가 놓인 그대로 있어 범인은 물건에 전혀 손을 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지 55평·건평 28평의 참변 현장에는 하오 7시쯤 직장에서 연락을 받고 달려온 전씨가 목을 놓고 통곡했다.
현장에는 전씨의 친구·교우 등 10여명과 전씨의 아버지 전충선 씨 (64)·전씨의 누이동생·부인 차씨의 외할머니 등 일가 친지 등 모두 20여명이 몰려와 어이없는 참변에 넋을 잃고 있었으며 이웃주민 2백여 명도 대문 밖에서 범행의 잔인성에 치를 떨었다.
전씨 집은 화곡 30만 단지 안에 있으며 버스 종점과 50여m 쯤 떨어져 있었다.
주변의 집들은 대부분 올해 지은 것이며 전씨 집 역시 지난 8월 전씨의 매형 김성회 씨 (41)가 신축, 6백50만원에 구입한 것으로 간이 2층집이다.
이날 하오 11시쯤 서울지검 영등포지청 김성남 검사가 경찰과 함께 현장을 검증했고 주인 전씨도 5일 상오 0시45분쯤 집안을 둘러보고 도난 당한 물건이 없음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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