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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괴 대표 26명 전례 없는 강팀 파견|변성 명한 대남 공작원들, 주소 대사도|전 외무 차관 김영남은 대 매스컴 공작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동경=박동순 특파원】북괴 측은 IPU 총회에 처음엔 대표단원을 13명으로 통고해 왔다가 한국 측이 27명이라고 해서 다시 26명으로 증원했다.
대표단은 구성내용으로 봐서 전례 없는 강「팀」으로 그중 김영남, 이창선, 김용택, 김관섭, 손성필 등 대부분이 각료 급에 속하는 거물 급.
지난 4월「부카레스트」IPU 이사회 때 단장이었던 손성필이 평 단원으로 끼였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번 북괴대표단이 격상된 것임을 알 수 있다.
단장 홍기문은 문화업적을 내세운 들러리 역이고 실력자는 일본에 처음 모습을 나타낸 김영남 이라는 얘기.
홍기문은 홍명희의 장남으로 홍명희가 남-북 협상 때(김구 선생 주도) 월북, 그대로 주저앉아 평양으로 불러들였던 자. 홍의 가족관계를 보면 동생 기무는 당시「38선」을 넘어가다가 붙들려 되돌아왔으나 그후 다시 평양으로 넘어가 부형과 합류했고, 50이 넘은 쌍 동이 누이동생은 둘 다 아직 미혼으로 김일성의 가정부로 일하고 있다는 것.
홍기문은 교만하고 자부심이 강하다는 얘기고 국어학과 향가(신라시대) 연구의 권위로 국문학 분야에 많은 저작을 남겨 비교적 일본에 잘 알려진 학자로 되어 있다.
김영남은 당 중앙위 국제 국장으로서 대외관계책임자로 활동해온 자이며 한때 외무차관도 지냈다.
김관섭은 외교 이외의 대외문화 활동을 도맡은 대외문화 연락협회 위원장인데 군 출신으 로 서열이 장관급 이상. 특히 주목을 끄는 인물은 현직 주소 대사인 권희경인데 현직 대사가 국회의원을 겸하고 있는 사실도 쉽게 납득안가거니와 그가 참석한 것은 한국과 소련의 접근 움직임 설 등과 관련된 것이 아닌가하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이밖에 수행된 13명 가운데는 노동당 중앙당의 대남·대일 공작원이 상당수 끼여 있으리라는 분석. 그러나 이들은 대부분 변성명을 해서 누가 누구인지 판별하기가 힘들다는 얘기.
북괴 대표단은 일본에 머무르는 동안 일본 사회당·공산당과 접촉을 가지며 특히 공산당과의 관계를 재조정하기 위한 막후 교섭을 갖고 8·15저격 사건 이후 흔들리고 있는 조총련의 조직 체계를 점검하기도 할 것 같다.
이와 아울러 총회에서 김대중씨 사건, 일본 정부의「조총련」규제 움직임, 한국의 국내정치문제를 들고 나와 공세를 가하려는 조짐도 있다.
일본 자민당의 AA「그룹」(아시아·아프리카 연구회)과도 모임을 가질 것으로 보이는데 회장인「우쓰노미야·도꾸마」가 비행장에 마중 나간 사실만으로도 그 가능성은 짙다.
북괴 대표단을 맞아「조총련」은 일일이 안내를 맡고 대대적인 환영행사 계획도 짜 놓았는데 6일엔 경도관광도 할 예정.
예상대로 대 일본「매스컴」공작도 활발하다.
김영남은 2일자 조간의「매일」「조일」「독매」등 신문과 공동통신에「인터뷰」, 이들 신문은 회견기사를 크게 보도했는데 김은「인터뷰」에서 미국이 원한다면, 또 한국이 원한다면 미국·한국대표들과 만날 용의가 있다고 정치적 협상의 손길을 내미는「제스처」도 쓰고 있다.
북괴 측의 이런 움직임에 대해 장기영 백남억(공화), 정일형(신민)씨 등 거물급 의원들을 비롯, 강력한 대표단으로 구성된 한국 측은 IPU 목적과 이념에 충실한다는 점잖은 태도로 맞설 전략이며 만약 북괴 대표단이 문제를 제기, 논쟁을 불러일으킨다면 강력한 반격을 가한다는 강 저 양면 작전을 세워 놓고 있다.
한국 측은 일본정부에 대해 북괴대표단의 일본입국 목적이 IPU회의 참가라는 점을 강조,이들이 대중 집회에서 연설하거나 일본정부와 접촉하는 일이 허용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외교「루트」를 통해 주의를 환기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일본 정부도 한국 측에서 제기한 문제점에 신경을 쓰고 이를「체크」할 태세인 것으로 알려졌다.
북괴 대표단이 묵고있는 제국「호텔」「엘리베이터」안에서 본 기자와 마주친 북괴 대표 몇 사람은『몇 층에 묵고 있느냐』는 질문을 받고 눈이 휘둥그래진 표정.
이어서 본 기자가『한국서 온 특파원』이라고 했더니『반갑다』면서 손을 내밀고 악수를 청해 겉으로는 부드러운 몸가짐을 보였다.『왜 제국주의를 공박하면서 제국「호텔」에 투숙했느냐』고 하자 그들 중의 한 명은『그래서 우리는 제국「호텔」이라고 하지 않고「임페리얼·호텔」이라고 부른다』고 변명.
일본 경찰은 대표단 가운데 특히「이스라엘」·한국·북괴 대표단의 경비에 신경을 써 한국·「이스라엘」대표단이 투숙한「힐튼·호텔」과 북괴 대표단이 묵고 있는 제국「호텔」에 대해 특별 경비를 하고 있다.
북괴 대표만이 타고 다니는 차는「벤스」「도요타」등 공급승용차. 모두 가슴에 김일성 「배지」를 달고 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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