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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늙으면 죽어야…" 막말판사 변호사 개업 논란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앵커]

지난해 한 부장판사가, '여자가 말이 많으면 안된다' '늙으면 죽어야지' 이런 말들을 재판장에서 피고인들에게 해서 크게 논란이 됐었죠. 결국 사직서를 냈었는데요. 그런데 최근 이 판사의 변호사 등록 신청이 받아들여지면서 변호사 개업을 할 수 있게 됐습니다.

먼저 김선미 기자의 보도 보시고, 자세한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기자]

지난해 9월 서울 지역의 한 부장판사가 피고인에게 '여자가 말이 많으면 안된다'고
말해 논란이 됐습니다.

이 판사는 2012년에도 증인으로 출석한 60대 노인에게 '늙으면 죽어야지'라고 말해 징계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이 판사가 최근 변호사로 등록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됐습니다.

막말 논란 직후인 지난해 10월 사표를 내고 한 달 뒤, 서울지방변호사회에 변호사 등록 신청을 한 겁니다.

변호사회는 두 차례 심사위원회를 개최한 끝에 등록을 승인했습니다.

대한변호사협회의 최종 등록심사를 통과하면 변호사 개업이 가능해지는 겁니다.

서울지방변호사회는 절차상 문제가 없다고 밝혔습니다.

[유정표 변호사/서울지방변호사회 사무총장 : 상대방 변호인까지 경위서를 써줬어요. 경위서는 보고 판단하건대 이 경우에는 그럴 수 있겠구나.]

변호사 개업과 관련한 논란은 이른바 막말 판사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지난해엔 모 검사가 사건 당사자에게 향응을 제공받아 면직된 뒤 최근 변호사 등록 허가를 받았습니다.

대한변호사협회는 자격 심사 과정에서 변호사법에 따라 격론 끝에 승인을 허가했다고 밝혔습니다.

[최진녕 변호사/대한변호사협회 대변인 : 법이 정한 징계나 파면을 당하지 않은 경우엔 대한변협이 등록 신청을 했을 때 받아주지 않을 근거가 없습니다.]

판사와 검사의 막말 논란이 하루 빨리 사라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

[앵커]

이번에 변호사가 되는 막말판사, 논란이 있을 수밖에 없을 것 같은데 김선미 기자와 좀 더 얘기를 나눠보겠습니다. 김기자, 먼저 "늙으면 죽어야 한다"는 막말 파문은 2012년에 있었던 일인데, 당시 파장이 상당했죠? 어떤 사건이었나요?

[기자]

네, 문제가 됐던 발언이 나온 건 사기 사건과 관련한 재판에서였습니다.

증인으로 나왔던 60대 여성에게 재판부가 "돈을 빌려줬느냐", "차용증을 받은 게 맞느냐"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이 여성은 "잘 기억이 안 난다", "통장을 확인해 봐야 한다"고 대답했습니다. 진술을 좀 번복하고 횡설수설했던 거죠.

당시 법정에 있던 변호인에 따르면 재판 진행이 더뎌지면서 판사가 혼잣말로 "늙으면 죽어야지" 했던 게 마이크를 통해 다 들렸다는 겁니다.

[앵커]

그런데 이 판사가 이후에도 "여자가 말이 많으면 안 된다" 이런 말을 해서 이미 논란이 됐었다는 거죠?

[기자]

네, 그 발언은 지난해 있던 민사 소송에서 나온 건데요.

여성 피고인이 말을 길게 하면서 재판 진행이 늦어졌던 모양입니다.

그러자 판사가 "여자가 왜 이렇게 말이 많냐"는 취지의 말을 해서 문제가 됐던 건데요.

당시 법정에 있던 변호인은 "남편 분도 있는데 여자 분이 왜 이렇게 말이 많냐"고
말한 것이라는 해명을 하기도 했습니다.

[앵커]

피고에게 "부인에게 마약 먹여서 결혼한 것 아니냐"고 물어서 징계를 받은 판사도 있었다면서요.

[기자]

네, 남편인 피고는 초등학교 졸업자였고 부인이 대졸이었습니다. 그런데 판사가 두 사람이 어떻게 만났는지 물어보는 과정에서 이같은 발언을 하면서 문제가 됐었는데요, 결국 이 판사는 감봉 2개월 처분을 받기도 했습니다.

[앵커]

그 외에도 어떤 막말 사례들이 있었나요?

[기자]

네, 60대 원고가 상대방 주장에 이의를 제기하려고 하자 젊은 판사가 "어디서 버릇없이 툭 튀어 나오느냐"고 질책한 사례도 있습니다.

당시 판사는 "재판장 허락 없이 대화에 갑자기 끼어들어 법정 예절을 지키라고 주의를 준 것"이라고 했습니다.

12살 여학생이 강제추행 피해자로 진술에 나섰다가 진술이 오락가락하자, "진술이 모순되는데 똑바로 얘기하라"고 말한 판사도 있었습니다.

나중에 이 판사는 "윽박 지른 게 아니라"며 오해라고 전하기도 했습니다.

[앵커]

네, 모아놓고 보니 정말 심각한데요. 이런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되는 이유가 뭘까요?

[기자]

네, 일각에서는 재판관이 가지는 권위의식, 우월의식에서 이런 문제가 발생한다고 보는 시각이 있습니다.

전문가 말 들어보시죠.

[소윤수 변호사/경기지방변호사회 간사 : 사법부는 어느 조직보다도 폐쇄적이고 순혈주의를 지향하고 많은 권한이 있기 때문에, 외부에서 견제할 작용이 크지 않기 때문에… 재판은 공정하게 이뤄져야 할 뿐만 아니라 공정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믿을 수 있을 때 권위로 이어진다고 생각합니다.]

[앵커]

사법부의 신뢰 추락으로 이어질 수 있는 문제인데, 사법부에서 내놓은 대책은 없습니까?

[기자]

네, 법원은 자체적으로 법관 상호 간의 법정 모니터링이나 법정내 언행 컨설팅 제도 등을 실시해 부적절한 발언을 단속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가 계속 발생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 때문에 재판부를 견제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최근 대법원과 서울지방변호사회가 법관 평가를 엄격히 하고 소송절차를 개선하기 위한 협의체 구성에 합의하면서 막말 관행이 바뀔지 주목됩니다.

온라인 중앙일보 ·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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