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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흑자 한국의 절반 … 흙빛 된 일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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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일본 경제에 ‘쌍둥이 적자’ 주의보가 떴다. 재정수지와 경상수지 모두 적자를 볼 수 있다는 우려다. 일본 재무성이 10일 발표한 통계가 이런 공포감에 불을 붙였다. 지난해 경상수지 흑자는 3조3061억 엔(약 34조59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31.5% 줄었다. 3년 연속 감소했을 뿐 아니라 국제기준 통계를 발표하기 시작한 1985년 이후 가장 저조한 실적이다. 미화로 환산하면 323억 달러로 한국(707억 달러)의 절반이다.

 10조6399억 엔에 달하는 무역적자가 발목을 잡았다. 엔화가치를 떨어뜨리면 과거처럼 ‘J곡선’을 그리며 무역수지가 나아질 것이란 일본 정부와 시장의 기대는 보기 좋게 빗나갔다. 원전 가동 중단으로 연료 수입은 폭증했는데 수출은 크게 늘지 않았다. 일본 제조업체의 생산거점 대부분이 해외로 옮겨간 데다 중국 같은 신흥국 제품과의 가격 경쟁이 치열했던 탓이다.

 일본이 지난해 낸 순수익이 ‘단돈’ 3조 엔이란 소식에 비관론이 쏟아졌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전문가 분석을 빌려 “산업 공동화 현상과 ‘2020년 도쿄 올림픽’에 따른 수입 증가 요인을 감안하면 2016년 이후 경상수지가 적자로 추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경상수지와 재정수지 모두에서 적자를 보는 쌍둥이 적자 상황에서 일본 경제가 치러야 할 비용을 시장에서 걱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일본 재무성은 국가부채가 지난해 말 기준 1017조9459억 엔이라고 발표했다. 3개월 만에 6조7673억 엔 불었다. 사상 최고 기록을 다시 갈아치웠다. 국내총생산(GDP)의 배가 넘을 뿐 아니라 선진국 중 최악이다.

해마다 재정적자를 내고도 꾸준히 경상흑자를 올린 덕분에 일본 경제는 버틸 수 있었다. 경상수지마저 적자로 돌아선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로이터통신은 “대외 지표가 악화되면서 일본 경제가 제 덩치의 배에 달하는 빚을 견뎌낼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현숙 기자

◆경상수지=한 국가가 다른 나라들과 거래하면서 본 수익이나 손실을 보여주는 경제지표. 무역·서비스·소득·경상이전 네 가지 부문에서 낸 흑자와 적자를 합쳐 산출한다. 한 나라가 실질적으로 벌어들인 돈을 의미하기 때문에 외국인 투자자가 경제 기초체력을 따질 때 중요한 기준으로 삼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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