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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기본조약 해석의 거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한국정부가 한반도에 있어서의 유일 합법정부라는 인식을 갖고 있지 않다』는 일본외무성의 「마쓰나가」조약국장과 「기무라」외상의 발언은 새삼스럽게 지난 65년6월 체결된「한·일 기본조약 제3조」에 대한 한·일간의 해석상의 공방전을 불러 일으켰다.
한·일 기본조약 제3조는 『대한민국정부가 「유엔」의 총회의 결의 제195조(Ⅲ)에 명시된바와 같이 「한반도」에 있어서의 유일한 합법 정부임을 확인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한반도」규정은 한국측 조약원문엔 「한반도」로, 일본측 원문엔 「조선」으로, 그리고 영문 조약본에서는 「KOREA」로 표기되어 있고 이로 인한 한·일간 아전인수격 해석이 나올 소지가 처음부터 있어왔다.
그러나 문제는 『「유엔」총회의 결의 제195조3호에 명시된 바와 같이…』라는 조건부에 있다.
조약교섭 및 체결당시에 일본측은 이 조건부를 꼭 넣자고 주장했고 한국측은 그냥 「한반도에 있어서의 유일 합법정부임을 확인한다」고만 규정하자고 맞서 한동안 줄다리기식 교섭이 벌어졌으나 결국 일본측 주장대로 조건부를 삽입했다. 「유엔」의결 195조3호의 내용은『(유엔) 임시위원단의 감시와 합의가 가능했으며 전 한국 국민의 절대다수가 거주하는 지역의 한국에 대한 유효한 지배권과 관할권을 가진 합법정부(대한민국정부)가 수립되었다는 것과 동 정부는 동 지역의 선거인들의 자유의사의 정당한 표현이었으며 임시위원단에 의하여 감시된 선거에 기초를 둔 것이라는 것과 또한 대한민국정부는 한국에 있어서의 유일한 합법정부임을 선언하며…』로 되어있다.
「기무라」외상이 자신의 발언을 해명하면서 한국 정부에 대한 인식은 한·일 기본조약체결당시나 마찬가지라면서 이 「유엔」결의중의 『임시위원단이 감시와 협의가 가능했고…』『유효한 지배권과 관할권을 가진…』이란 부분을 제시, 한·일 기본조약의 위배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런 조약문상의 해석을 두고 때때로 논쟁을 벌였으나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 못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유엔」총회 결의안이 「유엔」한국임시위원단이 들어가서 활동할 수 있는 지역에서만 선거가 실시되었다고 했으나 마지막 결론에서 유일 합법정부로 엄연히 선언하고 있으며 정부는 「유일 합법정부」엔 지금에 와서도 해석상 이론의 여지가 있을 수 없다고 보고 있다.
정부는 조약의 법 이론을 따지기에 앞서 조약정신과 정치적인 의미에서 일본정부의 태도가 납득할 수 없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한·일 관계가 최악의 사태를 맞고 있는 지금 『한국에 대한 북괴로부터의 위협은 없다고 한 「기무라」외상의 일련의 발언과 함께 저의를 의심하고 있는 입장이다.
국교정상화와 함께 이루어진 「청구권」도 북한부분을 「유보」하지 않고 대한민국 정부만을 상대로 채결시킨 사실은 한국의 「한반도에 있어서의 유일 합법성」을 일본정부가 「자인」한 국가행위로 간주되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의 기본조약 해석논쟁은 법률적 차원보다 정치적 차원에서 다루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제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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