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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미국인들이 보는 미국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닉슨」사임으로 끝난 「워터게이트·스캔들」은 미국 국적을 버리고 외국에서 거주하고있는 수 만명의 「전 미국인」들에게도 미국민에 못지 않은 충격을 가져다주었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지난 10년 동안 암살·전쟁·폭동·흑백문제·범죄·정치적 부패 등 미국 안에서 일어난 갖가지 일들이 뭔가 근본적으로 잘못 돼가고 있다고 느꼈기 때문에 미국을 떠난 사람들이다. 과연 이들은 미국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

<제임즈·볼드윈>
저명한 흑인작가 「볼드윈」은 자기가 흑인이라는 개인적 수치심 때문에 40년대 「프랑스」로 이주했다가 50년대 다시 돌아왔으나 「마틴·루터·킹」목사 암살사건이 발생하자 고국을 등졌다. 「프랑스」 남부 「셍·폴·드·방스」의 좋은 환경 속에서 활동하고 있으나 미국의 인종차별에 대해서는 아직도 깊은 적개심을 가지고 있으며 「워터게이트」사건의 결과도 그의 마음을 변하게 하지 못했다.

<찰즈·페리>
64년 「이탈리아」의 미술상을 수상한 이래 「로마」에 머무르고 있는 조각가 「페리」는 작품판매를 위해 이따금 미국을 방문하지만 『정치·경제·문화구조가 멍들어 있다』고 말할 만큼 미국에 대해서 비판적인 사람이다. 그는 68년과 72년의 선거결과에 대해서도 『어안이 벙벙하다. 미국민들은 중고차 같은 사람을 뽑았다』고 말한 적이 있다. 「워터게이트」 사건의 결과에 대해서 『그것은 내가 긍지를 느낄 만큼 영예롭고도 적법한 절차였다』고 말한다.

<허브·메이에스>
영국문화의 숭배자로서 69년 영국으로 은퇴한 「매콜」지의 전 편집자 「메이에스」는 『미국은 지금도 앞으로도 나의 영원한 조국』이라고 말한다. 일평생 가장 슬픈 두 가지 비극을 겪었다면 그것은 「케네디」대통령의 피살과 「닉슨」의 하야였다고 말하는 그는 그 자신 「닉슨」의 「팬」은 아니지만 「닉슨」이 은폐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른다고 말한 것을 그대로 믿는다고 말했다.

<프랜시스·위티>
연주회를 끝내고 혼자 집에 돌아갈 때 가해지는 「이유없는 폭력」때문에 3년 전 2백「달러」와 옷 두 벌, 그리고 악보 몇 개만 가지고 「시카고」를 떠나 「로마」에서 살고 있는 「첼리스트」 「프랜시스·위티」는 각종 범죄가 횡행하는 미국사회를 가리켜 「전형적인 병든 사회」라고 표현한다. 미국사회에 대한 이 같은 비관적인 생각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워터게이트」사건의 결과에 대해 만족해하고 있다. 『「닉슨」과 같은 과대망상증 환자를 그 직에서 쫓아내는 것이 가능한 일임을 증명했다』고 말한 「위티」는 그러나 대통령의 사임은 다만 시작일 뿐으로 생각한다고. 「닉슨」은 기소돼야한다는 것이 그녀의 주장이다.

<데이비드·슈워츠>
반전운동을 하다가 69년 「프랑스」로 이주, 반전활동을 계속해온 「슈워츠」는 「워터게이트」 사건이 터질 때부터 「닉슨」 사임여부에 대해 커다란 관심을 가졌으나 「닉슨」 사임이 발표되자 의기양양하다기보다는 오히려 회의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에 의하면 백악관의 주인이 바뀐다고 해서 아무것도 해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 <뉴스위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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