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대통령 저격 사건 조사 1주-구체적 증거 못 잡는 한·일 특별수사 본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박 대통령 저격 사건 발생 1주일-. 범인 문세광의 배후 관계를 집중적으로 수사하고 있는 한국의 수사 본부와 일본 「오오사까」부경에 마련된 특별 수사 본부에서는 문세광의 배후관계가 조총련계 또는 북괴 공작원의 지령, 그리고 극좌「테러」단체의 협조 등으로 부각되고 있으나 조총련 대판 본부 생야서지부 김호룡 이외에 22일 현재까지 문의 배후를 캐는 구체적인 증거를 잡지 못하고 있다. 배후에 관한 심증만은 드러나고 있으나 앞으로의 문세광의 보다 구체적인 북괴의 지령 등은 안개 속에 휩싸이고 있다. 한국과 일본의 수사 본부에서 밝혀진 문의 배후는 일본측 수사에서도 조총련이 관련됐다는 확실한 심증을 잡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나 문세광이 대판과 동경에서 사건 발생 1년전부터 조종련과 접촉한 관계와 행적은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고 있다. 문세광의 배후를 캐는 열쇠는 ⓛ만경봉호 승선 ②지난해 11월19일부터 22일까지의 「홍콩」여행 ③동경 조총련계 병원 입원 ④북괴 입국 등으로 현재 집약되고 있다.

<만경봉호 승선>
지금까지 대판 수사 본부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문제의 만경봉호는 지난4월30일 상오10시 대판항에 들어와 5월5일 상오10시반 출항, 「요꼬하마」로 간 것으로 되어있다.
대판항에 정박중인 5월3일 하오3시부터 7시까지 「요시이·유끼오」와 「미끼꼬」남녀가 승선, 승선자 명부에 기록돼 있다.
수사 당국은 문세광이 「미끼꼬」의 남편이름으로 승선자 명단에 기입했는지는 아직까지 「미끼꼬」의 자백을 받지 못하고 있다.
현재 구속중인 「미끼꼬」는 남편인 「유끼오」, 그리고 천대진시 일조 우호 단체의 7명과함께 초대를 받아 갔었다고 말하고 있다.
한편 문세광이 승선자 명단에 기입하지 않고 승선했다고도 생각할 수 있으나 출항 직전의 배에 대한 출입국 관리 사무소가 「체크」를 하기 때문에 문세광이 만경봉호에 부정 승선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그러고 보면 문은 5월5일 「요시이·미끼꼬」와의 사이로 보아 함께 남편을 가장, 승선했을 가능성도 있다.

<「홍콩」여행>
문세광은 지난해 11월19일부터 22일까진 「요시이·미끼꾜」와 함께 「홍콩」여행을 한 것으로 되어있다.
수사 당국은 최근 일본에서 적발된 공작원들이 「홍콩」에 가서 행동 지령 등을 받는 예가 있는 것으로 보아 문세광의 「홍콩」행도 이번 저격 사건과 관계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요시이·미끼꼬」는 11월19일부터 21일까지 2박3일간 「홍콩」을 여행했다고 거짓 진술했다가 22일까지 하루 더 있었던 것이 밝혀지자 기억에 확실히 없었다고 변명하고 있다.
「홍콩」에서 지령이나 자금 등을 받았다고 하면 22일의 「홍콩」에서의 문과 「미끼꼬」의 행적이 의심스럽다.

<선편에 의한 북괴 입국>
수사 당국은 문세광의 자금 출처와 권총 사격술에 대해 의아심을 굳히고 있다. 조총련의 협조 아래 북괴 지도원의 공작 지령을 받았다면 일본에서 쾌속정으로 북괴에 가서 2∼3일간 수시로 사격 훈련 등을 받고 다시 일본에 밀입국한다는 방법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문세광이 처음에는 한청의 「맴버」로 활동하다가 행동이 과격해져서 조총련에서 끌어들이려고 접촉했던 사실이 수사 결과 나타나고있어 조총련의 소개로 북괴 공작원과 접선되었을 가능성은 큰 것으로 보여진다.

<동경 적부동 병원 입원>
문세광이 건강한 몸으로 동경에 있는 조종련계 병원에 한달동안이나 입원 생활을 했다는 것은 수수께끼로 남는다. 이곳에서 북괴 공작원으로부터 교육을 받았거나 북괴 공작원과 만나 지령을 받았다고 볼 수 있다.
이 병원은 의사 1명을 인사 조치하는데도 조총련계 간부로 구성된 이사회의 승인을 받아야 할 정도로 병원의 운영과 인사 문제 등이 「베일」속에 싸여 있다. 수사 당국은 병원에 입원했다는 사실만을 확인했을 뿐 병원에서의 문세광의 접촉 관계에 대해서는 병원측의 협조거부로 수사를 펴지 못하고 있다.
또 한 병원 관계자는 일본 신문에서 문세광이 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 사격술을 연습했다는 것은 현지 상황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상 대판=양태조 특파원】

<국내 공범수사>
한국측 수사본부는 범인 문세광이 국내에 들어온 뒤 범행 전에 접촉했을 가능성이 있는 외사촌 형 등 친가·외가의 친척 20여명에 대한 수사를 벌였으나 모두 혐의가 없는 것으로 밝혀져 수사를 종결했다.
이밖에 「호텔」·종업원·여행사 직원 등의 제보에 따라 각종 유루품에 따른 집중적이고 광범위한 수사를 해왔으나 모두 혐의가 없음이 밝혀져 대체로 국내 공범이 없다는데 의견을 모으고있다. 수사 관계자는 『아직 2, 3명의 관련 가능성이 있는 사람에 대한 소재 수사를 벌이고 있기는 하나 기대할 것이 못된다』고 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