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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경제학의 한계-제2의「케인즈」 고대하는 세계경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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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세계경제가 「에너지」파동과 「인플레」폭주라는 열병을 앓고 있어도 현대경제학은 이에 대한 처방은 물론 정확한 진단조차 못 내리고 있다. 예측은 모두 빗나가고 격동하는 경제동향에 망연자실할 뿐이다. 「애덤·스미스」이래 2백년을 이어온 경제학이 근저부터 흔들리는 최대의 「핀치」에 몰려있다. 때문에 30년대의 대공황을 진단하고 처방했던 「존·메이너드·케인즈」같은 위대한 경제학자의 출현을 모두 기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비지니스·위크」지는 현대경제학의 한계와 앞으로의 방향을 예리하게 분석했다. 이를 요약 소개한다. <편집자주>
「에너지」파동과 물가광란사태는 경제학자들의 경제예측을 전혀 맞지 않게 만들었다. 경제학자들은 작년 연말에 만들었던 경제예측을 최근에 다시 서둘러 수정하고 있다. 75년 경제전망뿐 아니라 당장 눈앞의 74년 하반기 전망마저도 갈피를 못 잡고 있다.
경제학자들도 좌절감에 사로잡혀 있고 정책수립자들은 욕구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경제예측이 전혀 빗나가고 현실에 대한 처방을 할 수 없다는 「애덤·스미드」가 국부론을 저술, 경제학의 기초를 닦은 이래 2백년 동안 축적 되어온 경제적 지식이 현재의 제문제를 분석하고 해석하는덴 부적당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경제예측이 빗나가는 이유는 이제까지 경제예측의 주요수단이 됐던 통계 수자가 오히려 경제예측을 곤혹시키는 교란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경기의 선행지표가 경제의 현실을 역으로 나타내고 있다. 경제학자들은 광난 「인플레」가 경기지표를 교란시키고 있는 것을 의식하고 있지만 이를 어떻게 조정해야 할지를 모르고 있다. 경제예측은 「모델」상 여러 가정을 전제로 하고 있는데 「에너지」위기가 종래까지 유효했던 여러 「룰」을 변혁시켜 버렸으므로 앞으로 문제는 「에너지」위기를 「모델」에 어떻게 도입시키느냐 하는 점이다. 계량경제학자와는 달리 수식대신 직관에 의존하는 경제학자들도 속수무책인 점에선 마찬가지다.
현재의 경제상황을 정확히 분석·예측하려면 과거와는 다른 새로운 통찰력과 경제이론의 비약적 진보가 필요하다.
사고방식으로서의 경제이론은 아직 건전하다. 그러나 이런 경제이론으로 앞으로의 사태를 예측할 수가 없다. 세계가 너무나 급속히 변화하고 있기 때문에 어제의 예리한 관찰도 오늘은 착오가 된다.
특히 최근 경제이론을 곤혹시킨 세가지 사태는 ①「인플레」가 세계적으로 맹위를 떨치고 있다는 점 ②기초자재 부문에 심각한 공급부족 사태가 가속되고 있다는 점 ③국제금융동향이 국내경제 정책을 가끔 뒤엎어 버린다는 점등이다.
물론 이러한 사태가 경제이론을 전부 무효화하는 것은 아니지만 경제분석의 가장 유력한 무기인 『타의 사정이 변하지 않는다면』하는 가정을 무의미 하게하여 예측을 사실상 불가능하게 한다.
그러면 경제이론의 결함을 어떻게 극복하면 좋을까? 크게 말하여 다음 3가지 방향이 지적되곤 있다.
①폐쇄경제 「모델」에서의 탈출=현재 각국의 경제정책 및 「모델」은 각국의 시장만 따로 떼어 생각하지 단일 세계시장은 생각하고 있지 않다. 따라서 각국 경제가 상호밀접히 관련되어 있음을 감안, 대외무역 요인을 좀더 깊이 고려해야 할 것이다.
②미시경제학에의 복귀=요즘 유행처럼된 거시경제학만 중시할 것이 아니라 종래의 미시경제학이론을 좀더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인플레」이론의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서 미시적「레벨」 즉 개개기업 「레벨」에서의 가격결정이론에 다시 돌아가 이를 더욱 개발시켜야 할 것이다.
③정치경제학의 재인식=현재의 복잡한 경제현상을 분석하는덴 경제이론뿐 아니라 정치학·사회학·심리학 등 관련학문을 같이 동원해야 한다. 경제학의 영역을 훨씬 넓혀 그야말로 정치경제학으로 되돌아 가야한다.
제2차 대전이후 세계는 경제적으론 일체화의 길을 걸어봤다. 이른바 「세계경제」가 점차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세계경제는 각 국민경제의 단순한 총계와는 다르다. 그러나 기존경제이론은 최근에 나타난 방대한 재화와 돈의 흐름을 충분히 설명하긴 부적당하다. 현재 여러 경제학자들이 해외수요라는 외적요인을 경제「모델」에 도입하기 위한 시도를 하고있으나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주요통화가 변동제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정확한 경제예측을 위해선 가격뿐 아니라 환율도 예측하지 않으면 안된다.
또 경기순환이나 「인플레」가 무역을 통해서 어떻게 세계적으로 파급되어 가는가, 그리고 세계무역 「패턴」이 석유위기에 어떻게 반응하는 가도 알아야 한다.
확실히 아직까진 현대경제학의 한계에 뚜렷한 돌파구가 보이지 않고 있는 것 같다.
제2의 「케인즈」는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당분간 경제학은 계속 미로를 헤매야 할 것이다. <비지니스·위크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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