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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지법개정의 실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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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현행 농지법이 소유의 상한을 3정보로 하고 소작제를 금지하고 있는 것은 경자유전의 원칙을 엄격히 지키려고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농지법개정 1차 시안이 농산 법인에 대해서는 농지소유를 인정, 농지소유의 상한을 확대하려고 시도한 것은 경자유전의 원칙 자체를 실리적인 방향으로 확대 해석 하려는 것이었다.
이러한 1차 시안이 이번에는 다시 농산 법인의 농지소유도 금하게 하고 법인 아닌 농산 조합과 농민에 대해서만 그 소유를 허용키로 하되 그 상한은 10∼20정보로 제한하겠다고 한 것은 경작유전의 원칙을 1차 시안보다는 훨씬 엄격하게 지키려한 것이라 하겠다.
농지법을 둘러싼 경자유전 원칙에 대해서는 이처럼 여러가지의 이론이 있을 수 있으며 그 주장도 원칙의 준수냐, 그 실리적 해석이냐에 따라 서로 다를 수 있다. 경자유전의 원칙을 형식 논리적으로 해석하는 입장을 취하는 한 이것은 불가피한 것이고 따라서 농지법 개정안도 여러 갈래로 혼선을 빚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물론 농지법은 현행의 것이든 개정안이든간에 일단 경자유전의 원칙에 부합하는 것이 되어야 하지만, 이 보다는 보다 현실적인 입장에서 농업 정책적인 실리추구를 위한 방편으로 삼는 것이 도리어 이러한 혼란을 피하는 일이 될 것이다. 원칙문제를 가지고 구구한 해석의 여지를 남기기보다는 차라리 새 농지법은 농업정책상 적정하다고 생각되는 농지제도의 미래상을 뚜렷이 밝히고 그 방향으로의 유도정책을 법제화하는 것이 더욱 바람직하기 때문이다.
우선 농지소유 상한문제만 하더라도 농업경제학적 입장에서는 경자유전원칙의 적용에 관한 형식 논리적인 문제가 아니라, 영농의 적정규모에 관한 문제가 되어야 하며, 이로써 농업정책상 얻을 수 있는 결론은 저절로 논의의 여지가 없는 것이 된다고 할 것이다.
우리의 경우, 농지소유제도의 제정에 있어 기본적으로 고려되어야 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토지생산성의 향상과 주곡생산의 증대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단적으로 말해 현재의 제한된 가경면적으로 최대한의 식량자급도를 달성할 수 있는 농지제도를 만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경지면적의 부족, 농촌인구의 과잉, 식량자급률의 저하, 무역수지의 역조 등과 같은 일련의 경제사정은 노동생산성이나 자본생산성 보다는 오히려 토지생산성의 극대화를 요구하며, 무역적자하의 식량부족사정은 현금작물보다도 주곡생산의 증대를 더욱 절실하게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우리의 경우 아직은 농업노동인구가 부족하여 농업기계화를 서두를 단계에 있는 것도 아니며, 수익성 높은 특용작물의 수출로 식량을 수입하여 비교 생산적인 이익을 누릴 수 있는 형편에도 있지 않다는 것이 엄연한 사실이다. 농업의 기계화도 좋고, 기업화도 좋으며, 농가소득의 증대와 농업노동생산성의 향상도 중요하지만, 적어도 현재의 모든 여건을 감안할때 당면 농업정책이 요구하는 농지제도는 이 보다 토지생산성의 향상과 식량증산에 더욱 중점을 두는 것일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그렇다면 농지제도 개정의 기본방향은 단위면적당 주곡생산성을 극대화하는 농지규모를 소유의 표준으로 삼는 것이어야 하고, 경자유전원직의 해석이나 타경의 인정도 이런 전제 밑에 행해져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또 그렇기 때문에 현행 농지법은 구태여 이를 개정해야할 필요성이 없다는 것이 일반의 견해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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